사진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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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사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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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4일(이하 현지시각) 치러진 튀르키예(옛 터키) 대선에서 정의개발당(AKP) 소속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사진 2) 현 대통령이 49.4%의 득표율로 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사진 3·44.96%) 대표를 앞질렀으나 과반 득표율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튀르키예 선거법상 대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를 실시한다. 결선 투표는 5월 28일 치러질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결선 투표가 확정된 뒤 지지층에게 “조국이 두 번째 투표를 바란다면 환영한다”라면서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들은 개표가 진행되는 늦은 밤 시간까지 수도 앙카라 시내에서 그의 사진을 흔들며 응원했다(사진 1). 클르츠다로을루 역시 “결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맞섰다.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는 올해 열리는 대선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히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3년 총리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20년째 1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에르도안이 친(親)러시아, 반(反)서방 행보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의 연임은 튀르키예 1인 독재 체제를 공고히 할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유럽의 외교 정세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로선 결선에서도 에르도안의 승리가 점쳐지는 분위기다. 극우 민족주의 성향인 3위 시난 오안(5.3%) 승리당 대표가 에르도안 쪽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르도안은 내각책임제 시절인 2003년부터 2014년까지 3선(選) 총리를 역임했다. 총리 퇴임 직후인 2014년에는 대통령 선거에 첫 출마해 당선됐고, 2017년에는 대통령의 중임 가능 및 중임 중 조기 대선을 통한 추가 5년 임기 연장 등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통과시켜 장기 집권의 길을 열었다.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면 에르도안은 최소 2028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 기간에 조기 대선을 치러 승리할 경우, 2033년까지도 집권할 수 있다. 만약 2033년까지 집권한다면 현재 69세인 에르도안은 79세까지 총 30년간 초장기 집권을 하는 셈이다. BBC는 올해 2월 기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4%를 넘어선 물가 상승률을 지적하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장 큰 변수”라고 지적했다.


오윤희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