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사진 고성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사진 고성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차 EQ 브랜드의 플래그십(최고급 기종)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S SUV’를 출시했다. 3열·7인승으로 쓸 수 있는 거대한 차체와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넓은 실내 화면, 마사지 시트 등 고급 편의 기능이 대거 포함됐다.

EQS SUV는 벤츠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VA2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전기 세단 EQS와 플랫폼을 공유한다. 전장(차 길이) 5125㎜, 전폭(차의 폭) 1959㎜, 전고(차 높이) 1718㎜의 거대한 차체를 갖는다.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3210㎜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EQS SUV는 대단히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갖는다.

시승차는 2열 5인승이었는데, 뒷좌석에 앉았을 때 레그룸(다리를 뻗는 공간)이 조수석만큼이나 넉넉했다. 2열 시트는 전동으로 최대 130㎜ 앞뒤 조절이 가능하며, 레그룸이 최대 960㎜다. 두 개 좌석을 추가한 3열 시트 구성도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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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인치 화면 압도적

전면은 EQ의 패밀리룩(통일된 디자인)인 블랙 패널 라디에이터 그릴을 입었다. 멀리서 보면 그릴이 단순히 검은색으로 막혀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에서 보면 그릴 내부에 손톱만 한 작은 흰색 삼각별이 촘촘히 배열돼 있다. 좌우를 가로지르는 주간 주행등(DRL)과 좌우로 연결된 후미등은 EQ 디자인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측면은 차에 가까이 다가갈 때 손잡이가 자동으로 나오는 플러시 도어 핸들과 웅장한 차체가 인상적이다.

EQS SUV의 실내는 운전석 계기판과 중앙 디스플레이, 조수석 디스플레이 등 세 개의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합친 총 56인치의 거대한 화면이 압도적이다. 벤츠는 이를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 하이퍼 스크린’이라고 부른다. EQS 세단에 적용된 것과 같다. 비행기를 연상케 하는 원형 송풍구와 함께 우주선 조종석에 앉은 듯한 느낌을 준다. 운전석 주변에 물리적 버튼이 거의 없고, 기어 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는 핸들 오른쪽에 부착돼 방향 지시등처럼 작동한다.

시트는 앉자마자 푹신하다는 느낌이 든다. 커다란 머리 받침 쿠션도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꽤 낮춰줄 듯했다. 소파에 앉은 듯한 착좌감이다. 바닥에 배터리가 깔린 전기차여서 시트 포지션은 일반적인 SUV보다 더 높다. 주행 중 전방 시야가 답답할 일이 별로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사진 고성민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사진 고성민 기자

간혹 투박한 질감 나와 

EQS SUV는 국내에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450 4매틱과 580 4매틱이다. 450 4매틱은 최고 출력 355마력(265㎾), 최대 토크 800Nm,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6.0초의 성능을 낸다. 580 4매틱은 최고 출력 536마력(400㎾), 최대 토크 858Nm, 제로백 4.6초다. 둘 다 중국 CATL의 107.1㎾h 용량 배터리를 쓴다. 

최대 200㎾ 급속 충전을 지원하며, 급속 충전 시 10%에서 80%까지 약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1회 충전 최대 주행거리는 450 4매틱이 459㎞, 580 4매틱이 447㎞다. 전비는 3.5~3.6㎞/㎾h이며, 두 모델 모두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주행 상황에 따라 전륜과 후륜의 전기 모터(eATS)에 토크를 최적화로 분배하는 방식이다.

시동을 걸면 전기모터가 조용히 출발 준비를 끝낸다. 전기차의 공통 특징이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출발부터 최대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공차 중량 2850㎏에 달하는 육중한 차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쉽게 움직인다. 

운전대 뒤에 있는 변속 패들로 회생제동을 3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강하게 설정할 때를 제외하면 일반 주행에선 가·감속 시 회생제동의 이질감이 거의 없다. 전기차의 높은 토크, 빠른 가속, 내연기관차의 관성 주행을 겸비한 셈이다. 고속 영역에서도 여유롭게 가속하는 편인데, 2.8t 무게의 한계로 355마력의 비교적 높은 제원상 출력에도 스포티한 주행의 영역까진 이어지지 않는다.

회전 구간에선 차체 대비 기민한 몸놀림으로 급회전과 유턴을 수행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회전 시 뒷바퀴가 함께 움직이며 회전 반경을 줄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 기능 덕분이다. EQS SUV의 뒷바퀴 조향각은 기본 4.5도이고,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최대 10도까지 늘릴 수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도로의 요철을 지날 때 느껴지는 감각은 약간 아쉽다. 평균 대비 우수하지만, 쇼퍼 드리븐(Chauffer Driven·운전기사를 둔 뒷좌석 중심의 차량)으로 유명한 내연기관차 S클래스를 연상해 보면 기대에 못 미친다. 투박한 질감이 불쑥 나올 때가 있다.

벤츠 전기차로선 첫 오프로드 모드 지원

EQS SUV는 벤츠 전기차 최초로 오프로드 모드를 지원한다. 비포장도로나 경사면 등 오프로드에서 주행할 때 주행 속도에 따라 전고를 최대 25㎜ 높여 주행한다. EQS SUV의 트렁크 용량은 최대 2100L로, 다섯 명이 타고 네개의 골프백을 실을 수 있다.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도 탑재했다. 오스트리아 시험기관 OFI로부터 인증받은 헤파 필터가 미세먼지나 꽃가루 등 아주 작은 입자의 외부 오염 물질을 거르고 내부 악취를 중화한다.

EQS SUV는 이와 함께 △실내 온도, 조명, 음악, 시트 등을 유기적으로 조절해 최적의 주행 환경을 지원하는 에너자이징 패키지 플러스 △EQS SUV만을 위해 개발된 향기로 실내 만족도를 높이는 에어 밸런스 패키지 △특수 멤브레인 유리, 강화 펠트, 추가 단열재로 외부 소음을 줄이는 어쿠스틱 컴포트 패키지 △15개의 스피커로 차량 내 오디오 경험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등을 지원한다.

시승 모델인 EQS 450 4매틱 SUV의 가격은 1억5270만원이다. 출력이 좀 더 우수한 EQS 580 4매틱 SUV의 가격은 1억854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