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다른 그룹의 신임 임원들을 만난 적이 있다. 다들 임원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열정에 차 있었고 무엇이라도 할 기세였다. 이들은 내게 어떤 임원으로, 어떻게 임원 생활을 할지 팁을 달라고 했다.
나는 이런 답변을 했다. “만일 여러분이 임원 생활을 마치고 난 후 주변 분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종이에 한번 적어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야기해 보라 했다. 그랬더니 여러 답이 나왔다. ‘변화를 만든 리더’ ‘구성원들을 성장시킨 리더’ ‘관대하고 따뜻한 리더’ ‘회사에 큰 기여를 한 리더’ ‘조직의 성장을 이끈 리더’ ‘후배에게 좋은 영향을 준 리더’⋯.
단 한 사람도 ‘내 성과만 챙겨서 높이 올라가는 리더’ ‘구성원들을 괴롭히고 인색한 리더’ ‘소신 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리더’ ‘정신없이 일에만 빠져 있는 리더’…, 이런 식의 답을 한 임원은 없었다.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나는 “내가 여러분에게 어떤 리더가 돼라고 어드바이스(조언)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은 이미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오늘 기록한 것을 명심하고 임원 생활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퇴임한 선배 임원들을 만났다. 퇴임한 리더들은 다 비슷한 말을 한다. ‘관대하고 직원들의 편에 서라’ ‘당신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 없이도 회사는 잘 돌아간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 ‘조금 더 긴 안목으로 보라. 너무 하루하루 성과에 급급하지 말라’
그러나 현장에 있는 리더들은 이러한 교훈을 잊어버린다. 그저 정신없이 일한다. 성과의 압박 속에 매일매일 달린다. 주위 다른 동료들을 경쟁자로 여긴다. 구성원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한다.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 나 또한 종종 그런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렇게 달리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잊어버릴 때가 많다. 이에 막상 그만두는 시기, 뒤돌아보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관대할걸’ ‘조금 더 용기를 가질걸’ ‘조금 더 베풀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는 이른바 ‘워킹 백워드(working backwards·거꾸로 일하기)’를 말했다. 이루고자 하는 결과를 먼저 상상하고 이후 거기서부터 역으로 무엇을 할지 정의하라는 것이다.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결과를 생각하면 본인이 가진 진짜 뜻이 나온다. 그 뜻이 자신의 북극성이 된다. 그 북극성을 바라보며 일한다면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무언가를 정신없이 하고 있다면 잠시 앉아서 이런 질문에 답을 기록해 보시라.
‘내가 이 프로젝트를 마칠 때 어떤 결과를 상상하는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내가 책임을 완수한 후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내가 이 회사를 그만둘 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