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 모습. 사진 뉴스1
경찰의 음주 운전 단속 모습. 사진 뉴스1

영어로는 ‘hangover’, 프랑스어 ‘gueule de bois’, 독어 ‘Kater’, 스페인어 ‘resaca’, 일어로는 ‘후츠카요이(ふつかよい)’….

술에 절어 깨어나지 못하는 숙취(宿醉)를 뜻하는 말들이다. 어느 나라에서든, 표현이야 어찌 됐든 증상은 똑같다. 두통(headache), 메스꺼움(nausea), 몸 떨림(shaking), 흐릿해진 시각(blurred vision), 담즙 분비 과다(biliousness)…. 이러한 다양한 부작용을 수반하는 음주로 인해 최근 음주 운전 사망사고가 잇따르면서 당정은 5월 31일까지 음주 운전 특별 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숙취 증상 숫자만큼이나 동서고금의 과음 치유법 면면(roster of remedies for binge drinking across all ages and places) 역시 다양하다.

윤희영 
조선일보 편집국 에디터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 한국어·스페인어·영어과, 현 조선닷컴 영문판 총괄, 전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
윤희영 조선일보 편집국 에디터
한국외대 동시통역대학원 한국어·스페인어·영어과, 현 조선닷컴 영문판 총괄, 전 조선일보 뉴욕 특파원

로마 시대엔 올빼미알이 술독(alcohol poisoning) 없애는 데 최고라고 했고, 영국에선 와인에 빠뜨려 질식시킨 뱀장어 두 마리(a pair of eels suffocated in wine)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뱀장어가 없으면 청개구리(green frog)가 대용물로 쓰이기도 했다.

19세기 들어 숙취 해소법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그을음 한 찻숟가락을 탄 따뜻한 우유를 마시는(sip warm milk with a teaspoon of soot added) 것이었다. 외몽골에선 소금·식초에 절여 토마토 주스에 넣은 양(羊)의 눈알(pickled sheep eyeballs in tomato juice), 미국 서부 시대에는 토끼 똥을 우려낸 차(tea brewed from rabbit dung), 러시아에선 큰 컵 안의 기름진 소시지 위에 보드카를 부어(drip vodka over fatty sausage into a tumbler) 마셨다.

그렇다면 요즘엔 어떤 ‘비법’이 있을까. 과연 특효 치료법(magic bullet)이 있기는 한 걸까. 개털, 식물 추출물에서 뽑아낸 처방 약(formulae derived from plant extracts), 아스피린, 바나나, 양배추 수프, 보리 싹 등 수많은 선택이 권유되지만, 어느 것도 과학적 근거(scientific evidence)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영국의학저널’은 지적한다.

한 예로 영국과 네덜란드 의학자들이 약물 3종류와 식이보충제(dietary supplement) 4종류를 실험한 결과를 보자. 약물 3종류는 진통제인 톨페남산(酸), 베타 차단 약품(beta-blocking drug)인 프로프라놀롤,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에 사용되는 트로피세트론이었다. 4종류의 식이보충제는 말린 누룩, 서양지치로 불리는 식물 꽃, 솜엉겅퀴, (부채선인장의 일종인) 프리클리 페어에서 추출된 것이었다. 의학자들은 자원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에는 약물 또는 식이보충제, 다른 무리에게는 유효 성분 없는 위약(僞藥) 플라시보(placebo)를 복용토록 했다. 그 결과 일부 자원자는 특정 증상이 완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학자들은 숙취 예방이나 치유에 어떤 설득력 있는 증거(compelling evidence)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착각일 뿐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서(in plain language) 숙취 증상을 말끔히 없애주는 약이나 식품은 없다는 결론이다. 숙취는 신체 여러 부위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증상(complex symptoms affecting different parts of the body)인 데다, 유전 변이(genetic variations) 또는 음주 환경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