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킴 화가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 멀티미디어 학사·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석사, 현 코코네 센테니얼 
프로젝트 총괄 PD, 현 마리킴컴퍼니 대표, 
전 가톨릭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사진 마리킴
마리킴 화가
호주 로열 멜버른 공과대 멀티미디어 학사· 크리에이티브 미디어 석사, 현 코코네 센테니얼 프로젝트 총괄 PD, 현 마리킴컴퍼니 대표, 전 가톨릭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겸임교수 사진 마리킴

“글로벌 디지털 콘텐츠 기업인 코코네의 요청을 받아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아바타 서비스인 ‘센테니얼(Centennial)’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프로듀서(PD)로 최근 변신했다.”

세계 각국에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유명 화가인 마리킴(MARI KIM)은 5월 12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마리킴은 3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글로벌 블록체인 박람회 ‘블록체인위크’에서 센테니얼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마리킴은 30여 명으로 구성된 코코네M(코코네 한국 법인)의 센테니얼 프로젝트팀을 이끄는 총괄 PD로 센테니얼 세계관과 스토리, 아바타, 디지털 패션 아이템, 마케팅 등을 총괄 기획한다. 

마리킴은 디지털 친화적인 아티스트로 유명하다. 보통은 오프라인 갤러리나 전시회를 통해 작가의 작품이 알려지지만, 마리킴은 기존 틀을 깨고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매일 1점씩 작품을 그려 자신의 블로그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 당시 영국의 억만장자 버니 에클레스톤 F1그룹 회장과 미국 마이애미 사교계의 거물 데이비드 그룻맨 같은 유명한 해외 컬렉터들이 자신의 SNS에 마리킴의 그림을 올렸고,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마리킴의 이름이 빠르게 전 세계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마리킴은 2012년 YG 엔터테인먼트 ‘2NE1’의 ‘헤이트 유(Hate You)’ 뮤직비디오를 디지털 애니메이션으로 연출했고, 2021년에는 국내 최초로 만든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의 디지털 작품이 6억원에 팔려 화제가 됐다. 마리킴은 “메타버스 아바타 서비스인 ‘센테니얼’을 올 연말 북미 시장에서 출시할 예정으로, 일본 중심의 코코네 사업 외연을 확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출시 후 1년 안에 북미 지역 일일 활성 이용자(DAU) 100만 명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5월 17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코모도 호텔 라운지 벽에 새겨진 마리킴 작품들. 사진 마리킴
5월 17일(현지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코모도 호텔 라운지 벽에 새겨진 마리킴 작품들. 사진 마리킴

코코네라는 기업이 좀 생소한데.
“코코네는 한게임 Japan의 창업가이자 NHN Japan(현재 라인) 회장을 역임한 천양현 회장이 2008년 일본에서 설립한 회사다. 코코네는 일본 아바타 소셜 앱 1위 기업으로, 이용자들이 온라인 소셜 플랫폼 안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꾸미고 키워내는 CCP(Character Coordinating Play)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켓코로 등 코코네의 CCP 서비스를 경험한 글로벌 이용자만 1억3000만 명이 넘는다.” 

코코네의 센테니얼 프로젝트를 총괄한다고.
“코코네는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에 사업 거점을 두고 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북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그 선봉장으로 내가 뽑혔다. 아바타 디자인뿐 아니라, 아바타 아이템 마케팅, 스토리 구축 등 전반적인 사업 내용을 총괄 기획하는 역할을 맡았다. 메타버스 세계인 센테니얼의 총괄 PD라고 보면 된다.“

센테니얼이 구체적으로 뭔가.
“센테니얼은 메타버스 세계 이름이기도 하고, 메타버스에서 제공되는 아바타 서비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네이버 ‘제페토’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용자들은 메타버스 속에 꾸며진 가상의 미래 도시인 센테니얼에서 자신 만의 라이프스타일과 패션을 가진 아바타를 만들 수 있다. 이용자들은 아바타의 외모와 스타일, 주거 환경 등을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꾸밀 수 있다. 

내 화풍인 큰 눈의 아이돌(Eye-doll) 캐릭터를 토대로 아바타를 만들었는데 그중에는 걸그룹 뉴진스의 ‘민지’에게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도 있다. 메타버스 세계인 센테니얼에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접목하고, 이용자들 간 소통을 통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 방향을 잡을 계획이다. 이용자들의 참여와 동기 부여를 위해 디지털 방식의 보상책도 검토하고 있다.”

코코네가 올 연말 선보일 예정인 ‘센테니얼’의 메타버스 아바타 이미지. 사진 마리킴
코코네가 올 연말 선보일 예정인 ‘센테니얼’의 메타버스 아바타 이미지. 사진 마리킴

갑자기 왜 메타버스 PD로 변신한 건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것이 예술가(아티스트)로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뮤직비디오 연출에 도전하고, 국내에서 최초로 NFT 작품을 발매했던 것도 새로운 걸 시도하고 싶어서였다. 메타버스 PD라는 시도 역시 같은 맥락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게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나는 새로운 게 항상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코코네는 디지털 아바타를 활용한 CCP 서비스로 일본에서 크게 성공한 회사다. 이 서비스에 강점을 가진 회사와 미술계에서 디지털에 친화적인 내가 만나면 뭔가 의미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나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C레벨 역할 아닌가. 필요한 역량이 있을 텐데.
“센테니얼 서비스를 북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선 마케팅 역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최근 경영·마케팅 전문 서적을 구매해 공부하고 있다. 이 가운데 ‘퀀텀 마케팅’이라는 책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알파 세대(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 이용자들의 니즈가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 이를 끊임없이 찾고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인공지능(AI) 분석 및 리서치 툴(tool)의 고도화도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센테니얼에 챗GPT 같은 AI를 접목할 계획은 없나.
“오픈AI의 채팅형 AI 챗GPT를 센테니얼 아바타에 접목할지 고민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AI가 인간처럼 말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이용자의 이용 패턴을 AI가 분석하고 패션 아이템 등을 추천해 주는 방식으로 AI를 접목할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왜 북미 시장을 정조준한 건가.
“북미 지역에서 성공하면 전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보편적 인식 때문이다. 우선은 북미 지역에서 성공적인 레퍼런스를 쌓고 전 세계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쟁사나 경쟁 서비스는 없나.
“우리의 경쟁 서비스는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다. 로블록스의 전 세계 DAU는 약 6000만 명에 달한다. 우리가 가야 할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센테니얼의 DAU를 1000만 명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아티스트로서 ‘디지털’을 정의한다면.
“디지털은 미술 세계에서도 진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가속화로 오프라인의 종이 그림이 디지털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디지털 작품인 NFT, AI가 서로 작용하면서 예술 영역에서의 디지털 진화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본다.”

작품 전시회 계획은 없나.
“6월 3일(이하 현지시각)부터 한 달간 독일 베를린에서 ‘마스터피스(명작)’를 주제로 개인전이 열린다. 1년 전부터 준비한 전시회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해외 전시회를 열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다시 일정들이 잡히고 있다. 5월 17일에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코모도 호텔 라운지 벽면에 그림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품을 전시했다.”

심민관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