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투아렉. 사진 고성민 기자
폴크스바겐 투아렉. 사진 고성민 기자

폴크스바겐 플래그십(최고급 기종)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아렉은 폴크스바겐 브랜드 내에서 독특한 위상을 갖는다. 폴크스바겐은 ‘접근 가능한 프리미엄’ 전략으로 국산 차와 아우디 가격의 중간쯤으로 가격을 설정하는데, 투아렉은 국내 최저가가 8830만원으로 현대차 팰리세이드(3867만원)와 거리가 상당히 멀다. 아우디 Q7(9896만원)에 보다 가깝다. 이는 폴크스바겐이 작정하고 플래그십으로 만든 차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투아렉은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포르셰 카이엔 등 폴크스바겐그룹 고급 브랜드의 이름값 높은 차들과 같은 플랫폼에서 제작된다. 투아렉은 이들과 같은 폴크스바겐그룹의 ‘MLB 에보(Evo)’ 플랫폼에서 탄생했다. 동일한 플랫폼을 쓴다는 건 많은 부품을 공유한다는 의미다. 폴크스바겐은 투아렉을 “독일 엔지니어링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총집약해 탄생한 모델”이라고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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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크스바겐 첫 SUV

투아렉은 폴크스바겐 최초의 SUV라는 상징성이 있다. 2002년에 1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단종한 플래그십 세단 페이톤과 함께 최고급을 지향하며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 투아렉은 3세대로 풀체인지(완전변경)가 이뤄져 국내 시장에 2020년 출시됐고, 올해 2월 연식 변경을 거쳤다. 연식 변경은 통상 옵션 구성만 소폭 바뀔 때가 많은데, 투아렉은 엔진을 바꿨다. 신형 투아렉은 두 개의 SCR(선택적 촉매 환원) 촉매 변환기를 장착해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EA897 에보3(evo3) V6 3.0 TDI’ 디젤 엔진을 새로 장착했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과 8단 자동 변속기와의 조합으로 최고 출력 286마력, 최대 토크 61.2㎏·m의 힘을 발휘한다.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연식 변경 이전 투아렉의 성능과 동일하다.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3초다.

투아렉의 차체는 전장(차 길이) 4880㎜, 전폭(차의 폭) 1985㎜, 전고(차 높이) 1670㎜다.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는 2899㎜다.

전면은 라디에이터 그릴 주변 디자인이 폴크스바겐 세단 제타·아테온과 꽤 닮아 익숙하게 다가온다. 양쪽 헤드램프까지 연결되며 좌우로 넓게 뻗은 그릴은 차체가 보다 넓게 보이도록 한다. 차급 대비 전고가 약간 낮아 측면에서 보면 비율이 뚱뚱하지 않고 세련됐다. 후면은 양쪽에 배치한 리어램프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을 완성한다. 후면 범퍼 아래쪽에 좌우로 하나씩 배치한 듀얼 머플러는 고성능을 암시한다.

폴크스바겐 투아렉. 사진 고성민 기자
폴크스바겐 투아렉. 사진 고성민 기자

앞좌석 마사지 기능

전반적으로 기교를 부리지 않아 오랫동안 질리지 않을 것 같은데, 좀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실내도 시트를 비롯한 대시보드 주변 디자인이 플래그십 SUV치고는 평범하다. 그래도 기능 면에서는 고급화 요소가 사뭇 드러나는데, 앞좌석 시트는 마사지 기능을 지원한다. 시트는 앞뒤와 등받이 각도뿐 아니라 옆구리나 허벅지 지지대도 운전자 신체에 맞춰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5인치 디스플레이는 큼지막해서 보기 편하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플래그십 위상에 걸맞은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디젤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소음과 진동 문제를 충분히 극복한다. 엔진음은 고요한 지하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어도 거슬리지 않는다. 고속에서 노면 소음과 풍절음을 잡아내는 능력이 뛰어나고, 주로 고급 모델에만 적용되는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해 과속방지턱이나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날 때 실내는 안락함을 유지한다.

디젤 엔진의 장점은 높은 토크다. 포르셰가 지난 4월 공개한 3세대 신형 카이엔은 3.0L V6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는데, 최고 출력이 353마력, 최대 토크가 51.0㎏·m이다. 토크만 놓고 보면 투아렉이 더 높다. 투아렉은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묵직하고 힘 좋게 가속한다. 투아렉의 최대 토크는 1750의 낮은 rpm(분당 회전수) 구간에서부터 구현되며, 3250rpm까지 넓은 영역을 담당한다. 웬만한 가속을 최대 토크 영역에서 소화해 거친 엔진음을 힘겹게 내는 일이 별로 없다. 다만 무거운 공차중량(2271㎏)과 큰 차체를 고려하면 출력은 평균보다 우수한 정도에 그쳐, 경쾌한 주행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는다.

좁은 길 코너링 도와

투아렉은 ‘올 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탑재해 시속 37㎞ 이하에서 앞바퀴와 뒷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으로 좁은 길에서 코너링이나 유턴을 돕는다. 시속 37㎞ 이상에선 앞바퀴와 뒷바퀴가 같은 방향으로 회전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투아렉의 트렁크 용량은 기본 810L, 최대 1800L로 넓다. 디젤 엔진의 장점은 연비인데, 투아렉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0.8㎞/L로 평이한 편이다. 도심 연비는 9.6㎞/L, 고속 연비는 12.8㎞/L다.

운전자는 오프로드 또는 고속 주행에 맞춘 최적화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과 ‘에어 서스펜션 컨트롤’ 스위치를 통해서다. 드라이빙 프로파일 셀렉션은 에코·컴포트·노멀·스포츠·인디비주얼·오프로드·스노 등 7가지가 있다. 에어 서스펜션 컨트롤은 시속 120㎞ 이상 주행에서 차체 높이를 15㎜ 낮춰 공기 저항을 줄이는 로드 레벨, 차체 높이를 25㎜ 높인 오프로드 레벨, 차체를 70㎜까지 높여 험난한 지형 주행에 적합한 오프로드 플러스 레벨 등이 있다.

투아렉은 IQ.라이트-LED 매트릭스 헤드램프 LED 주간 주행등, IQ.드라이브 시스템 등 고급 사양을 기본으로 장착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무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아 유선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은 플래그십 SUV 차급을 고려하면 아쉽다.

투아렉의 가격은 프리미엄 트림이 8830만2000원, 프레스티지 트림이 9782만7000원, R-라인(Line) 트림이 1억284만7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