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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홈쇼핑은 방송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임직원의 범죄 행위를 누락하고 허위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로부터 6개월간 새벽 시간대 방송을 금지당했다. 롯데홈쇼핑은 새벽 방송이 금지되면 고객 신뢰에 타격을 입고 중소 협력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기부는 그러나 홈쇼핑 방송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영업정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롯데홈쇼핑은 불복해 방송 금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과기부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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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범죄 의도적 은폐한 롯데홈쇼핑

과기부는 어떻게 롯데홈쇼핑을 상대로 최종 승소할 수 있었을까. 롯데홈쇼핑은 2010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방송 채널 사용 사업을 승인받았다. 롯데홈쇼핑은 기간 만료 6개월 전인 2014년 11월 과기부(당시 미래창조과학부)에 재승인을 신청했다. 과기부는 당시 재승인 심사 항목에 공정성·공익성을 강화하며 ‘소속 임직원이 비위로 형사 처벌을 받은 경우’ 등을 관련 서류에 기재하도록 했다. 

그런데 롯데홈쇼핑은 임직원이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적지 않았다고 한다. 과기부는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2015년 5월부터 2018년 5월까지 3년간 롯데홈쇼핑의 방송 채널 사용을 재승인했다.

감사원은 2016년 2월 과기부를 감사하며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과정에서 서류를 허위로 제출했다며 제재를 권고했다. 과기부는 그해 5월 롯데홈쇼핑에 매출이 잘 나오는 프라임 시간대(오전 8시부터 11시, 오후 8시부터 11시)에 6개월 동안 영업을 정지하라고 명령했다. 

롯데홈쇼핑은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제재가 과도하다며 과기부의 처분을 취소했다. 과기부는 2019년 5월 롯데홈쇼핑에 오전 2시부터 8시까지 6개월 동안 방송을 금지했다. 

롯데홈쇼핑은 두 번째 영업정지 처분에 불복해 2019년 7월 과기부 장관을 상대로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승인 과정에서 고의로 임직원의 범죄를 은폐하지 않았고 허위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취지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2020년 11월 과기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롯데홈쇼핑의 사업 계획서 작성 행위는 의도적인 은폐 행위”라며 “임직원의 범죄 사실이 방송 재승인에 불리한 요소라는 것을 인식하고 (과기부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길 원했으며 2015년 재승인을 받을 때 이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협력 업체들에 유통망을 제공하는 홈쇼핑 영업의 본질을 고려하면 중소 협력 업체에 대한 피해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는 한다”면서도 “재승인 과정에서 사업 계획서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재하지 않은 것은 다름 아닌 원고”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로 (방송 금지) 처분을 받고 협력 업체에 안정적인 유통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롯데홈쇼핑의 (은폐) 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배준현)는 작년 11월 원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롯데홈쇼핑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도 작년 11월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롯데홈쇼핑 서울 본사 전경. 사진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롯데홈쇼핑 서울 본사 전경. 사진 롯데홈쇼핑 홈페이지

쟁점 부상한 방송법 제18조

사건의 쟁점은 방송법 제18조였다. 해당 조항은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승인, 재승인을 받는 경우 6개월 이내 업무정지에 처하거나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과기부를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의 이소영(사법연수원 31기), 곽경란(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는 롯데홈쇼핑이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받았다고 재판부에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는 사안을 숨기고 제시하지 않았는데 적절하게 제재하지 않는다면 홈쇼핑 재승인 제도의 신뢰성이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건 관계자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해 롯데홈쇼핑이 임직원의 범죄 내역과 (과기부의) 재승인 심사 기준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다른 홈쇼핑 기업도 이번 재판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재판부에 설명했다”며 “앞으로 다른 방송 사업자들이 정직하게 재승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중요한 선례가 된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했다.

롯데홈쇼핑은 1심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2심에서 법무법인 광장을 선임하며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재승인을 신청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직원의 범죄 내용이 방송 재승인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사안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과기부에서 제대로 재승인을 심사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는 것이었다. 롯데홈쇼핑은 새벽 방송 금지로 수백 곳의 중소 협력 업체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 변호사는 “홈쇼핑 방송을 정지하는 초유의 사태인 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며 “과기부가 롯데홈쇼핑에 중소 협력 업체 보호를 위한 대책을 수립하게 하는 등 협력 업체에 불이익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프라임 시간대 방송을 금지하는 이전 처분과 비교했을 때 매출 감소 효과가 4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을 재판부에 설득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방송법이 금지하는 허위 기타 부정한 방법에 대한 대법원 첫 판결이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투명한 방송 재승인 절차에 기여하는 선례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곽 변호사는 “(홈쇼핑) 사업자가 재승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진실해야 하는지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