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4월부터 민간 임대사업자에게도 일반인을 상대로 한 기업형 기숙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현재까지 100실 미만의 소규모로 운영되던 ‘코리빙하우스(공유 주거 시설)’를 대형화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 공유 주거 업계와 더불어 자본시장에서도 이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공유 주거 기업들 역시 이 같은 때를 기다려 왔다. 그중 특히 ‘콘텐츠’에 집중해 부동산을 단순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운영과 관리 전반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기업도 있다. 마스턴투자운용 등 기존 자본시장의 운용사도 이를 눈여겨보고 전략 제휴를 맺었다. 공유 주거 시설뿐만 아니라 호텔, 공유오피스, 헬스클럽 등 스포츠 브랜드, 레스토랑, 카페 등을 직접 개발·운영하는 ‘유니언플레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금융권에서 일하다가 창업한 계기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부동산에 관심이 생겼고, 그중에서도 부동산 금융이 미래 성장 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불의의 사고 등으로 가족을 두 명이나 잃는 아픔을 겪으면서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고, 한번 사는 인생을 가치 있게 사는 방안이 창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 도시는 하드웨어적인 개발에서는 강하지만 운영과 관리 등 소프트웨어는 약하다고 생각했고, 앞으로는 소프트웨어가 먼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콘텐츠를 만들어 운영자의 시각에서 개발이 이뤄져야 하고, 공간을 사용할 주체가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거다. 운영은 이제까지는 마진이 높지 않아 외면받은 분야지만, 운영자의 시각으로 개발과 경영, 금융 분야까지 아우르는 회사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고 있다고 보나.
“방향성을 그쪽으로 갖고 가고 있다. 창업 이후 1년에 하나씩 유니언타운을 오픈했다. 스타트업이라 영세하지만, 대형 자산 시장은 거품 등의 한계도 있다. 중소형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시장도 오겠다고 생각했다. 첫 프로젝트부터 자본시장과 함께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첫 프로젝트는 코람코자산운용과 같이 당산 유니언타운을 매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이탈 현상)이 메꿔지려면 완충지대가 필요하다고 본 거다.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임차인들이 리츠를 통해 자금도 태우고, 건물 가치 상승의 매각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형태로 운영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선구적인 플레이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이후에도 운용사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점차 대형 거래만 관심 있던 운용사들이 꼬마빌딩, 골목상권에 있는 빌딩 등 중소형 건물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중소형 부동산 시장이 금융과 만난다면 방향성과 희망이 있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증권형토큰(STO)을 만났다. 투자에 있어서 지배구조가 바뀌는 ‘부동산의 민주화’가 생각보다 더 빨리 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스턴투자운용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가 얻는 이득은.
“마스턴투자운용이 우리 주주사로 들어오게 됐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던 마스턴투자운용은 인하우스에서 이를 키우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등과는 달리 우리와 손을 잡고 해외시장까지 개척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주식 스와프 이야기도 나눴다. 그만큼 소프트웨어의 파워를 본 거다.
해외시장 개척의 경우 해외 도시에 우리 문화를 알릴 수 있는 한인타운 2.0이 열릴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턴투자운용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구조적 투자에서 콘텐츠 투자로 넘어가는 형태인 거다. 예를 들면 K팝 팬들끼리 모이는 커뮤니티와 굿즈 판매 공간, 숙박, 카페, 식당 등을 모으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민간 임대사업자도 공동 기숙사 운영이 가능하게 됐는데, 당장 실감하는 게 있나. 미국이나 유럽처럼 100실이 넘는 대규모 코리빙하우스 개발이 가능해졌는데, 관련 계획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사금융인 전세를 통해서 성장해 온 측면이 크다. 예측 가능한 캐시플로가 있어야 부동산 금융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 그러려면 해외처럼 결국 임대시장과 만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껏 성장을 돕는 세제 혜택이 미비하고, 오히려 개발 주체가 다주택자가 돼서 취·등록세가 중과되는 등 장벽이 있었다.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크게 키울 순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호텔을 바라봤었다. 하지만 이제는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기틀은 마련된 것 같다. 실제로 캐피털마켓에서도 이 시장을 기다려 왔다. 이들은 주로 정형화된 오피스와 물류창고 등에 투자했는데, 당연히 포트폴리오 관점에서도 새 섹터에 관한 고민이 있었던 거다.
특히 영미권 국가에서는 전 세계에서 학생이 오다 보니 ‘스튜던트 하우징’이라고 해서 기숙사가 하나의 부동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고수익은 아니지만 안정적인 투자 상품을 기관들이 좋아한다. 이 때문에 해외투자자들도 오래전부터 한국의 공유 주거 시장을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이 시장이 열리니 최근 많은 외국계 기관에서 조사도 하고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형 코리빙하우스가 기존 원룸이나 고시원, 오피스텔 등 주거 형태를 대체할 수 있을까.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생각한다. 1인 가구가 다 고시원이나 원룸, 오피스텔에 살고 있지 않나. 이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을 우리가 만들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히려 공급자가 없는 상황이다. 기존 원룸 등이 사라진다기보다는 변형된 형태로 발전해 가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 한국에 기업형 임대주택이 자라기 어려웠던 환경 중 하나로 싼 임대료가 꼽힌다. 반대로 말하면 코리빙하우스가 비싸다는 건데, 차별화 전략은.
“한마디로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를 추구하는 거다. 원룸에 살면 다 따로 해야 하는 걸 코리빙하우스에서는 다 같이 묶어서 운영돼 편하게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런 장점들이 가격 민감도를 완충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가 있어야 할 것 같다. 따로 하는 것보다 코리빙하우스에서의 총지출이 특별히 비싸지 않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회사명 유니언플레이스
본사 서울 영등포구
대표 이장호
설립 연도 2017년
사업 부동산 개발 및 공간 브랜드 운영
매출액 115억원 (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