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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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더 올라설 수 있을까. ‘5월에 팔고 떠나라’라는 증시 격언도 맘에 걸리고, 난항을 겪고 있는 6월의 미국 부채 한도 상한 이슈도 불안하다. ‘주가는 우려를 타고 오른다’라는 긍정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기에는 경제 여건은 여전히 미심쩍다.

코스피가 전진하려면, 기업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교역이 늘어나야 한다. 아쉽게도 세계경제는 서로의 장벽을 허물고, 왕성하게 주고받았던 세계화 시대를 뒤로하고, 다시 신냉전의 시대에 들어섰다. 미국이 소비하고, 중국이 생산하는 분업화된 경제 체제에 최적화돼 있던 한국 수출이 예전과 같은 활력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저자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전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전 한화증권 투자분석 팀장,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저자

최악에서 벗어나는 대중 수출

한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내수보다 수출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무역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높다. 드물게 나타나던 무역수지 적자가 2022년 1월(-51억달러)을 시작으로 최근 발표된 2023년 4월(-26억달러)까지 지속되면서 한국 경기의 모멘텀을 약화하는 모습이다. 4월 기준으로 한국 전체 수출액 대비 국가별 비중을 보면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때 30.8%를 차지했던 중국 수출 비중은 19.1%까지 내려왔고, 이를 미국 18.5%, 유럽연합(EU) 12.3%,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6.7% 등이 채워가고 있다.

수출 증가율이 먼저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회복이 더딜 수밖에 없다. 한국의 경우 가장 비중이 큰 중국으로의 수출이 증가 추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수출이 증가하던 미국으로의 수출도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특히 대중 월간 수출액이 95억달러(약 13조5505억원)인데, 대미 수출이 92억달러(약 12조1541억원)까지 상승해 있어 단순히 중국만의 수출 증가가 나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접근이 어렵다. 대미 수출은 2020년 8월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수출 증가율이 2023년 4월 기준 -4.38%로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반도체의 재고 조정 속도 완화 기대감은 긍정적이지만, 낮은 재고로 인해 꾸준히 증가해 오던 자동차 수출이 둔화한 영향이 높다는 판단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중국 수출의 기저효과가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하면서 수출 증가율 수치가 점차 상승할 것이라는 점이다. 수출액 기준 중국으로의 수출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2년 3월로 156억달러(약 20조6092억원)에 달했다. 이에 대한 기저효과 작용으로 2023년 3월 수출 증가율은 -33.4%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악에서 벗어나는 신호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2022년 4월에서 2022년 9월까지 수출액이 130억달러(약 17조1743억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구간에서 수출 증가율이 3월을 바닥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다만 중국의 산업별 재고로 판단했을 때 여전히 정보기술(IT) 부문이 높다는 점은 부담이다. 재고 수준으로 판단했을 때는 반도체 기대감보다는 철강과 금속 수출이 더 빠르게 상승한 이후 화학과 반도체 산업 수출이 후행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주요 산업의 수출 증가율도 철강과 바이오·헬스, 일반 기계 업종이 바닥에서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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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무역 흑자 전환 가능성 커

글로벌 전반의 수출과 관련해서는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된다. 2023년 3월 반도체 업종의 설비가동률이 18.1%포인트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한국 제조업 설비가동률 상승을 이끌었다. 동일하게 2023년 1월 반도체 업종 출하지수가 72.2포인트로 바닥을 형성한 이후 상승세를 유지해 2023년 3월 115.4포인트까지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설비가동률과 출하의 상승과 함께 반도체 재고도 2023년 2월 197.7포인트에서 2023년 3월 188.4포인트로 반도체 재고 상승 추세가 둔화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전체 산업 생산에서 반도체 비중이 20.2%로 자동차 9.9%, 화학 8.5% 등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이차전지를 포함한 전기장비 업종의 비중이 4.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반도체 출하 반등은 수출 증가율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무역수지 측면에서 접근하면 긍정적인 징후가 일부 포착된다. 2022년과 2023년 무역수지 적자 기조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수입의 증가였다. 특히 에너지 자원 가격 상승이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금액 기준 수입을 큰 폭으로 늘렸다. 원유와 가스, 석탄의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아랍의 봄’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했던 2012년 2월 150억달러(약 19조8165억원)를 큰 폭으로 상회하면서 2022년 8월 185억달러(약 23조7798억원)까지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11월 3대 에너지원의 수입 증가율은 144.7%로 무역수지 적자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023년 4월 기준 원유 수입 증가율이 -30.13%로 감소했고, 2023년 3월 기준으로 3대 에너지원 수입 증가율도 -11.17%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뉴욕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도 2023년 2월 -0.26%로 하락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해 발생한 병목 현상과 이로 인해 상승했던 수출입 가격도 평상시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 추세가 유지된다면 6월 무역수지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수출 증가율 하락세가 둔화하고, 수입 가격, 특히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입 증가율의 하락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이미 경상수지는 2023년 3월 2억7000만달러(약 3567억원) 흑자를 기록했는데, 상품(-11억3000만달러)과 서비스(-19억달러) 수지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배당소득(31억5000만달러)과 이자소득(6억3000만달러)이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은행의 ‘2023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에서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 ‘경상수지 적자 지속’ 항목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주가에 경기 흐름 선반영⋯지금이 기회

상황은 좋지 않지만, 주가는 실적이 좋든 나쁘든 이를 앞서 반영해 간다. 올해 1분기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4%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2022년 1분기에 10%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실적이 이미 매우 악화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 온 것이다. 주가는 지금 이 시점보다 앞으로의 변화 방향을 반영해 간다. 영업이익률은 최악을 벗어나 조금씩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방향과 상관도가 높은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도 바닥을 치고 돌아섰다. 미국 ISM 제조업지수는 2000년 이후 50포인트를 하회한 게 총 6번이었는데, 바닥을 치고 50포인트를 회복할 때까지 코스피의 상승 모멘텀이 강했다. ISM 제조업지수는 올해 3월과 4월 각각 46.3포인트, 47.1포인트로 올라섰다.

2023년 6월까지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부터는 수출 증가율이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기대감이 높았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아직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지 않은데, 이는 2023년 초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수입 의존도가 낮은 음식, 숙박 등 대면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오히려 휴대폰,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감소한 것도 한국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하반기 이후를 기대하는 것은 중국 내 재고 조정이 꾸준히 일어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부동산 경기가 회복하면서 일부 주택 관련 수입은 증가세가 빠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글로벌 IT 업종 수출이 회복하는 그림이 겹친다면 수출 증가율 회복이 좀 더 빨라질 수 있다. 주가는 이를 앞서 반영해 갈 것이다. 무역수지가 아직 적자에 머물러 있고, 수출 증가율 회복이 더딘 바로 지금을 여전히 기회의 시간으로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