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안재만 조선비즈 증권부장
‘지금 부자들은 배당주에 투자한다’ ‘포스트 코로나 경제 트렌드 2021(공저)’ 저자

“10배는 오를 수 있는 종목이라고 봅니다.”

국내 굴지의 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롯데관광개발이 10만원은 갈 수 있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은 2023년 5월 기준 1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정말 10배 오를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이 다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보복 같은 대형 악재를 터뜨리지 않는 한) 롯데관광개발은 이제 흑자 전환이 기정사실화됐습니다. 카지노는 벌어들일 때 정말 무섭게 벌거든요. 게다가 카지노는 밸류에이션이 기본적으로 비쌉니다. 사드 보복 전의 관광객 수로 회복한다면, (주가가) 진짜 많이 오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사람은 롯데관광개발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오해한다. 첫째, 롯데그룹 계열사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1982년 계열 분리됐다.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의 아내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여동생일 뿐이다. 현재 동화면세점은 첫째 아들 김한성 대표가 이끌고 있고, 카지노와 리조트 및 여행 등의 롯데관광개발을 차남 김한준 대표가 맡고 있다.

두 번째 오해는 여행사라는 점. 물론 여행업도 하기는 하지만, 롯데관광개발의 사명 중 90% 이상을 ‘개발’이 차지한다. 롯데도 아니고, 관광도 엄밀히 말하면 아닌 셈이다(물론 카지노 머신 앞에 앉는 것을 관광이라고 할 수는 있다).

롯데관광개발의 개발 사업은 처음엔 순탄했다. 여행사로 시작했으나, 1990년대 초반 유진관광을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유진관광은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센터 공사 주체였는데, 건축 비리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었다. 김기병 회장은 서울 파이낸스센터를 성공적으로 완공했고, 동화면세점 건물도 그럴듯하게 올렸다. 하지만 이후로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완전히 실패로 끝난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있었고, 제주도 투자 또한 40년간 힘겨운 순간이 많았다. 3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던 포천에코디자인시티 관광 휴양도시 개발 사업은 삽 한번 들지 못하고 무산됐다.

그나마 빛을 보는 것이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개발인데, 이 또한 시작은 미미했다. 롯데관광개발은 관계사 동화투자개발을 통해 1980년 제주시 노형오거리 부지를 공개 입찰로 낙찰받았고, 이후 1983년 숙박 시설 건축 허가를 받았다. 처음 허가를 받은 시점부터 무려 4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결실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40년간 어찌 고전했던 순간이 없으랴.

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사진 롯데관광개발
롯데관광개발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전경. 사진 롯데관광개발

2000억원 넘게 날린 용산 사업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고 지나갔지만,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4월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무산 이후 발생한 회생채권 이자 지급과 관련한 항소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원금 517억원은 서울보증보험에 상환했지만, 내지 않았던 이자 비용 소송에서 패소한 것이다. 회사 측은 대법원 상고 예정이나 어쨌든 당장은 손실로 반영해야 한다. 충당금 328억원을 추가로 쌓았다.

이로써 롯데관광개발은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무산으로 인한 손실이 2000억원을 훌쩍 넘어 3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견기업이 감내하기엔 너무 큰 부담이다.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용산 철도정비창 부지를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이었다. 총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해 기자들은 해당 기사를 쓸 때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 사업’이라는 수식어를 쓰곤 했다.

이 사업이 실패한 첫째 원인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지만, 사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핵심 부지이다 보니 어쨌든 진행만 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처음 사업을 진두지휘한 삼성물산이 대표이사 교체 이후 금융위기를 이유로 들어 발을 뺐고, 코레일 또한 (수장이 바뀔 때마다 입장이 달라진 것은) 마찬가지였다”면서 “궁극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물러난 이후 새로 온 고 박원순 시장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주민투표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서 완전히 망가졌다”고 꼬집었다.

삼성물산은 2010년 9월 대표 주관사 지위를 반납했고, 이후 롯데관광개발이 삼성물산의 용산 역세권 개발 지분을 넘겨받아 최대 주주가 됐다. 그러나 자금 사정이 약한 기업이 제일 앞에 섰으니 제대로 될 리 없었다. 롯데관광개발과 코레일은 책임 회피 차원에서의 다툼만 벌이다가 사업이 아예 좌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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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쯤이면 이자 갚고도 흑자 전환 가능할 전망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 무산으로 법정관리까지 겪어야 했던 롯데관광개발은 이후 먹거리로 제주도 개발을 낙점했다. 하지만 당초 얻었던 숙박 시설 건축만으로는 상황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롯데관광개발은 물밑으로 제주도에 공을 들여 2014년 건축허가 변경 때 카지노(당시에는 위락 시설이라고 표시)를 허락받았다.

다만 제주도민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난관(환경단체의 딴지, 지자체의 입장 변화 등)을 거쳤고, 가까스로 2016년 착공에 성공했다.

롯데관광개발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점은 사드 보복 당시엔 공사가 한창이라 딱히 얻어맞을(?) 일이 많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피할 수 없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를 공식 개장한 것은 2020년 12월이나, 오지 않는 손님 때문에 올해 초까지도 손가락만 빨아야 했다.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공사비만 1조원이기 때문에 이자를 갚으려면 더 많은 빚을 ‘땡겨와야’ 했다. 그 와중에 2020년 2분기는 전체 매출이 3억원에 불과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되는 모욕적인 순간까지 견뎠다.

롯데관광개발은 월 단위로 올해 4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분기 단위 흑자 전환은 올해 3분기에야 가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용산 개발 무산 후유증과 코로나19, 건설 과정에서 생긴 막대한 빚으로 인해 매년 내야 하는 이자가 6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를 감안해 ‘진짜’ 흑자 전환이 되려면 2024년은 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오는 2024년 롯데관광개발이 매출 4945억원, 영업이익 1259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때 순이익 예상치는 322억원이다.

앞서 언급한 ‘주가 10배’가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단체 관광객이 풀려야 한다. 이전처럼 중국이 단체 해외여행을 독려하고, 이들이 한국 여행 시장으로 들어온다면 롯데관광개발의 전성기는 시작된다. 그에 앞서 막대한 빚을 청산하고, 전환사채는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발행주식이 늘어 주가가 멈칫하는 순간이 올 수는 있지만, 통과의례다.

공매도도 부담 요인이다. 롯데관광개발은 5월 18일 기준 공매도 비중이 높은 편이고 대차 잔고도 1300만 주로 많다. 발행주식의 17.6%가 공매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롯데관광개발 공매도는 해외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헤지(손실 방어) 목적 거래 비중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 독자들께서 흥분한 채 주식을 사러 달려가지 않도록 이 이야기도 해야겠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 갈등 중이며, 그 여파가 어디까지 튈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사드 보복보다 더 센 것이 올 수도 있습니다. 중국 수혜주는 조심, 또 조심해서 접근하세요.” 롯데관광개발에 투자하고 싶은 개인 투자자라면 외교 뉴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