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1996년 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들 수 있다.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 가입 전제 조건인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무리하게 맞추기 위해 달러당 800원대의 원화 강세를 인위적으로 수년간 유지해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고 IMF 직전 3년간 경상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 그럼에도 강(强)원화를 유지하기 위해 단기 외채 비중을 크게 늘렸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정부의 세계화와 해외여행 자유화는 여행 수지 적자 폭을 크게 증가시켰다. 결국 IMF 외환위기는 허세가 만든 결과였다.
사실상 IMF 법정 관리에 들어간 대한민국은 많은 것이 변했다. 기업의 투자와 경제성장률이 급감하고 빈부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10년 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자 정부의 강력한 투자 장려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매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IMF 망령을 되새기면서 투자를 멈추고, 부채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면서 생존에 집중했다.
IMF 이후 금융이 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에 머물면서 소위 금융 산업이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됐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1999년 하반기에서 2000년 상반기에 인터넷 벤처기업 중심으로 소위 닷컴 버블이 끓어올라 코스닥지수가 한때 2800에 달했다. 인터넷전화 기술을 시연했던 새롬기술의 주가는 150배 폭등해 잠시나마 삼성전자의 시총을 능가했다. 명동 사채시장의 전주들도 캐피탈로 이름으로 바꾸고 이 버블을 부추겨 합법적으로 코스닥에서 고수익을 챙겼다. 1년간 코스닥 시장은 투기 광풍이 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다시 10여 년이 흘러 전 세계는 전혀 새로운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게 된다. 2020~2021년 세계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주식 시장은 연일 상종가를 경신했다. 이 기간 가장 많은 돈이 몰린 곳 중 하나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코인 시장이었다. 명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지배구조가 폐쇄적인 과거 전통 기업에서는 직원은 공정한 이익을 받지 못했으며, 인터넷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한 현재도 창업자와 그 주변이 수익을 독식하고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미래는 데이터 주권을 토큰의 형태로 자산화해 대표도 없고 창업자도 모르는 단지 합리적 규범에 의해 작동되는 네트워크 통신 규칙에 기반한 소위 프로토콜 커뮤니티(protocol community)를 만들고 이에 참여하는 누구에게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상을 한다.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은 인류가 만든 최초의 프로토콜 기반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경제조직이다.
주요 코인의 생성(채굴)은 과학적이고 진보적이다. 그러나 개발된 많은 다른 코인에 대한 기술과 시장 신뢰성은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코인을 거래하는 자산 시장에서 인간의 탐욕을 제재할 수단과 장치가 미흡하다. 각종 코인 거래 시장은 단순한 신고만으로 자체적으로 만든 거래 시장에서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전 세계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감시받지 않는 코인 거래 시장의 투기적 요소는 온라인·카지노·다단계를 연상시킨다.
코로나19 기간 풀린 과잉 유동성이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을 달궜다. 이제 미국과 영국 금융 전문가들은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실물 산업에 투자하기보다는 1~2년 단기간에 수익을 내는 금융 상품 개발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결국 거대 금융의 영향력으로 개미 금융을 끌어들여 금융만의 먹이사슬로 전환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