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
연세대 영문학, 사법연수원 33기, 
전 수원지검 검사, 
전 AIG손해보험 법무팀장, 
전 카카오페이 법무실장 사진 법무법인 광야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
연세대 영문학, 사법연수원 33기, 전 수원지검 검사, 전 AIG손해보험 법무팀장, 전 카카오페이 법무실장 사진 법무법인 광야

지난해 ‘테라·루나’ 코인의 가격 폭락 사태가 벌어진 후 국내 법조계에선 암호화폐(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가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형법뿐 아니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루나가 투자계약증권(투자자가 타인과 함께 특정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분배받기로 한 약정이 담긴 증권)으로 인정받아야 했다. 문제는 이 경우 비슷한 형태의 모든 암호화폐를 증권으로 보고, 규제해야 한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위믹스’ 코인 투자 사건으로 정치·사회적으로 뜨거운 논란이 일어난 가운데, 암호화폐의 증권성 문제에 다시 불씨를 지핀 사람이 있다. 법무법인 광야의 예자선(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다. 수원지검 검사로 출발해 예금보험공사와 카카오페이 법률실장 등을 지낸 예 변호사는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에 대한 투자자 22명의 고소를 대리하고 있다.

위메이드와 장현국 대표, 박관호 의장에 대한 고소장이 서울남부지검에 제출된 다음 날인 5월 15일, 서울 영등포구 법무법인 광야 사무실에서 예 변호사를 만났다. 이번 사건을 대리하게 된 이유와 코인의 증권성 입증이 중요한 까닭 등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김남국 사건 보며 피 거꾸로 솟아”

위믹스는 P2E(Play to Earn·돈 버는 게임)의 대표주자였던 게임 회사 위메이드가 2021년 출시한 코인이다. 게임을 통해 돈을 벌고 이를 위믹스로 환전해 현금화하는 게 가능했다. 시세도 상장 당시에 비해 200배 오르며 주목받았으나, 유통량을 속이고 거짓으로 공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작년 12월 8일 국내 코인 거래소에서 일괄 상장 폐지됐다(코인원에는 올해 2월 16일 재상장한 상태다).

예 변호사는 위메이드가 위믹스 유통량에 대해 “고의적이고 심각한 허위 사실로 투자자들을 기망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며 “이는 투자계약증권의 사기적 부정 거래,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위믹스의 발행 주체 위메이드는 상당한 양의 코인을 발행해 놓고 보관하다가 ‘계획유통량’에 따라 추가 유통하며 수익을 얻는다. 때문에 발행하는 회사가 계획한 수준을 초과한 양의 코인을 유통하면, 회사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반면 투자자들은 유통량 증가에 따른 코인 시세 하락 등 손해를 입게 된다.

예 변호사가 주장하는 위메이드의 첫 번째 혐의는 형법 제347조에서 규정하는 사기죄다. 계획유통량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작년 2월부터 위믹스의 추가 유동화가 없을 것이라던 약속을 위반했다는 게 골자다. 

예 변호사는 고소장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김남국 의원이 위믹스 6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 투자 소득 세금 유예 법안 등이 투자자를 배려하는 법안이라고 생각했는데, 김 의원이 우리(고소인들)처럼 자기의 생돈을 투자하는 위치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자 피가 거꾸로 솟구친다.” 위메이드는 김 의원에게 위믹스를 무상 제공하고 ‘친(親)코인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있다.

자본시장법 적용받으려면 ‘증권성’ 입증이 필수

예 변호사는 위메이드가 형법뿐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따라서도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 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하거나 타인에게 오해를 유발하지 아니하기 위하여 필요한 중요 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된 문서, 그 밖의 기재 또는 표시를 사용하여 금전, 그 밖의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사기적 부정 거래’가 된다.

관건은 위믹스가 자본시장법의 적용 대상인 ‘금융투자상품’에 해당하냐 하는 문제다. 예 변호사는 위믹스를 금융투자상품의 일종인 ‘투자계약증권’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투자계약증권은 6종의 ‘증권’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다른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 관계가 나왔을 때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본시장법에 의해 규제할 수 있도록 만든 장치다.

예 변호사는 투자계약증권의 개념 정의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제4조에는 “투자계약증권이란 특정 투자자가 그 투자자와 타인(다른 투자자를 포함한다) 간의 공동 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하고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 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된 것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타인의 사업에 공동으로 금전을 투자하는 관계를 투자계약증권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금융투자상품의 본질은 일대일 투자가 아니라, 다수가 돈을 모아 공동으로 어떤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투자자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게 아니다. 사업자가 운영하며 돈을 불려주는 것이다. 가상자산의 경우 가장 본질적인 투자 이유가 가치(시세) 상승이며 투자자는 이를 처분해 차익을 누릴 수 있는 권리를 갖기 때문에 ‘무기명 증권’에 해당한다. 위믹스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위메이드가 사업을 해서 위믹스 가치가 높아지면 이를 팔아 차익을 실현할 권리를 가진다. 투자계약증권의 취지와 개념을 볼 때 위믹스는 전형적인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

위믹스의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테라·루나 사건도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예 변호사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같은 경우, 허위 사실을 이용해 루나를 팔았던 것을 처벌하고 수익까지 박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에 따라 사기적 부정 거래 행위로 얻은 이익과 그로부터 유래한 재산은 범죄수익규제법상 몰수·추징할 수 있다. 코인이 증권에 해당할 경우 투자금 모집 전 사용처 등을 공시해야 할 의무가 생겨, 부정 거래의 예방도 가능해진다는 게 예 변호사의 설명이다.

“마냥 좋은 코인이라고 홍보해서 돈을 받아 놓고 집 사는 데 쓰면 안 되지 않나. 가상자산이 투자계약증권이 된다면 ‘투자 관계’가 법적으로 규정된다. 코인 발행인은 ‘이 돈을 어떻게 쓸지’ 등 투자와 관련된 중요한 사실을 공시해야 한다.”

Plus Point

김남국 사태는?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5월 3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지역 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뉴스1
암호화폐(가상자산) 거래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5월 3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지역 사무소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 뉴스1
김남국 무소속(더불어민주당 탈당) 의원이 위메이드에서 만든 ‘위믹스’ 코인을 대량 보유했다가 가상자산 거래 실명제 시행 직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나며 논란이 된 사건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이 보유한 위믹스 코인은 총 80만여 개에 달했는데, 그 가치가 한때 60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위메이드가 김 의원에게 친(親)코인 법안 발의를 부탁하며 위믹스를 제공해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여야는 각각 진상조사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고 김 의원은 2주가량 잠행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