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NX450h+ 외관과 내부. 사진 박진우 기자
렉서스 NX450h+ 외관과 내부. 사진 박진우 기자

자동차 세상이 빠르게 전기차로 변화하고 있지만, 모두 전기차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충전이나 사용 방식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도 많다. 내연기관차는 기름값 때문에 꺼려지고, 전기차는 불편해 싫은 사람은 하이브리드가 제격이다. 엔진(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차처럼 움직이면서도 전기차처럼 효율이 높다.

이 중 외부 충전기를 통해 배터리에 전기를 채워 수십㎞를 기름을 전혀 쓰지 않고 전기모터 단독으로 주행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의 활용도가 꽤 높다. 차 가격이 비싸고, 전기차 같은 세제 혜택도 없으나, 충전이나 연료값 스트레스가 적다는 것만으로도 효용성은 충분하다.

2021년 기준 서울시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승용차 기준으로 33.9㎞다. 통상 PHEV는 40~60㎞ 내외를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서울 도심에서만큼은 PHEV도 전기차처럼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수출용 차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해외에서 PHEV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 비해 그 성장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국내 시장에서는 PHEV에 소극적인 국내 완성차 회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가격 저항이 적은 수입차들이 PHEV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렉서스는 모든 제품에 하이브리드를 편성하고, 주력 제품에는 PHEV를 동시 편성하고 있다. 렉서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NX450h+(플러스)를 시승했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제품 이름에 ‘+’가 들어가 있다면 PHEV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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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적재 공간…캐디백 세 개도 거뜬

외관은 전반적으로 렉서스 기조를 따른다. 날카롭고 선이 뚜렷한 인상을 준다. ‘렉서스는 심심하다’라는 평가를 뒤집기 위해 만들어진 이 디자인도 벌써 수년이 지나 눈에 익숙해지고 있다. 중간에 디자인 형상의 변화를 줘 새로움을 느끼게 하는데, NX450h+에도 그릴 안쪽의 패턴이 바뀌었고, 화살촉 모양의 주간주행등을 헤드램프와 일체화해 매끈한 느낌을 내고 있다.

NX450h+는 렉서스의 새로운 플랫폼 GA-K가 적용됐다. 이 덕분에 차의 전반적인 크기가 커졌다. 구형에 비해 휠베이스는 30㎜ 늘었고, 안정적인 비율을 내게 됐다. 차의 분위기를 결정한다는 캐릭터라인(차체 옆면을 길게 가로지르며 개성을 표현하는 선)도 더욱 정교해졌으며, 차분한 분위기를 낸다.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 선은 요새 유행하는 쿠페 스타일이다.

렉서스(LEXUS)의 ‘L’을 상징하는 테일램프(후미등)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됐다. 그 밑으로 새로 적용된 렉서스 레터링이 들어간다. 렉서스 엠블럼은 과감히 삭제했다. 누가 언제 어디서 보아도 ‘렉서스’라는 자신감이 생긴 덕분이다.

실내는 그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입체적인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조작계)와 대시보드 디자인이 기존 대칭 구조로 만들어진 것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타즈나(TAZUNA) 콘셉트라고 불리는 렉서스 새 실내 디자인은 사람과 말이 하나가 돼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중앙의 14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는 디지털화에서의 렉서스가 가진 고민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터치 조작이 가능한데, 반응 속도가 날래고 패널이 약간 운전석 쪽으로 향해 주행 중 시선 이동이 매끄럽게 이뤄진다. 운전자가 자주 사용하는 공조 시스템은 디스플레이에 상시 표시되고, 물리적 버튼처럼 반응하는 ‘햅틱’ 기능을 넣었다. 새로 설계된 3스포크 운전대(스티어링휠)는 천연 가죽으로 둘러 촉감이 좋다. 계기판에는 고해상도 TFT-LCD가 적용됐다. 주행 정보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주행 모드에 따라 바뀌는 계기판 애니메이션도 재미있다.

LG유플러스와 함께 개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네이버 클로바 음성인식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목적지 설정부터 다양한 정보 검색 등을 할 수 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고, 소모품 교체와 정비 시기도 알려준다.

소형 SUV라 실내 공간은 약간 좁다는 느낌도 있다. 다만 가죽시트의 질감은 최상위 수준이다. 엉덩이와 등, 허리의 피로감이 상당히 적다. 통풍·열선 시트를 갖추고 있다. 적재 공간은 약 520L다. 골프 캐디백 세 개 정도를 실을 수 있다. 뒷좌석을 접으면 1411L 공간이 확보된다.

4기통 2.5L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됐다. 차 바닥에 들어간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은 18.1㎾h(킬로와트시)다. 순수 전기 모드로 최장 56㎞ 주행이 가능하다. 네 바퀴 굴림(4WD) 시스템 E-포(Four)를 넣은 것도 특징이다. PHEV답게 외부 충전이 가능하다. 6.6㎾ AC 단상 시스템으로 다른 PHEV에 비해 충전 속도가 빠르다. 완속 충전기 기준으로 2시간 30분 만에 배터리를 모두 채운다.

렉서스 NX450h+. 사진 박진우 기자
렉서스 NX450h+. 사진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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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가속감…다양한 주행 모드까지 

시동 버튼을 누르자 엔진의 떨림 없이 계기판에 ‘레디(READY)’ 문구가 들어온다. 전기모터만으로 달릴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스르륵 앞으로 움직인다. 꾸준히 속도를 높여가다 엔진과 함께 동력을 만들어 내는데, 이질감이 전혀 없다. 대형 세단처럼 안정된 속도 올리기가 인상적이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는 대로 차는 앞으로 나아간다. 지체 없이 원하는 속도에 이를 수 있다. 가속감도 시원하다. 고속 영역에 들어서면 엔진 소리가 조금씩 커지지만, 불쾌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운전의 재미가 배가된다. 구형에 비해 반응이 빠르다. 효율도 효율이지만, 재빠른 주행 감각에 신경을 더 쓴 듯하다. 차는 전혀 굼뜨지 않고, 동력계의 동력 전달이 민첩하게 이뤄진다. 운전대의 조향 감각도 꽤 정교하다. 정확하면서도 부드럽다. 서스펜션은 탄탄하게 차를 받친다. 승차감은 렉서스 특유의 편안한 느낌이다. 새 뼈대의 완성도가 높다는 생각이다. E-포 네 바퀴 굴림 시스템은 주행 안정성에 큰 역할을 한다.

NX450h+는 다양한 전기 모드를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단독 전기 모드인 EV 모드, EV 주행에 기반해 환경에 따라 엔진이 개입하는 오토EV 하이브리드, 배터리 잔량에 따라 엔진과 전기모터를 오가는 하이브리드 모드, 배터리 용량이 부족하면 엔진을 통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셀프 차지 모드 등이 있다. 이 주행 모드를 사용하면서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각각의 에너지와 동력이 어떻게 바퀴와 엔진, 모터, 배터리로 이동하는지를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NX450h+ 그간 하이브리드차 만들기에 힘써 온 렉서스의 수준을 볼 수 있는 차다. 최적의 동력, 성능과 효율, 정숙성, 안락함 등이 렉서스를 대표하는 제품다운 느낌을 준다. 가격은 NX450h+ 프리미엄 7380만원, 고성능 F-스포트는 808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