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주택의 공급량 부족으로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인허가·착공·분양 등 2~3년 후 공급량을 가늠할 수 있는 3대 통계가 모두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그렇지만 부동산 전문가들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공급이 부동산 시장의 중요한 변수인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향후 집값 상승을 확신할 수는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조선비즈가 최근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명은 2025년쯤 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해져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착공부터 준공까지 대략 2~3년이 걸리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공급 공백이 심화할 것이라는 게 주요 근거였다.
나머지 5명은 집값 상승 가능성을 작게 봤다. 역전세 현상과 미분양, 가구 수 증가세 둔화,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의 변수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언급했다.
전문가 절반 “2~3년 뒤 공급 부족으로 상승장 다시 온다”
전문가 10명 중 5명은 2~3년 뒤인 2025~2026년 집값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배경은 ‘공급 부족’이다. 추후 공급 물량을 가늠해 보는 지표들이 올해 1분기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주택 인허가 실적은 8만6444가구로 전년 동기(11만2822가구)보다 23% 줄었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 착공 실적은 5만3666가구로 36.2% 감소했다. 또 한국주택협회가 취합하는 1분기 분양 물량도 1년 전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공공택지와 정비 사업이 위축되는 가운데 민간 개발 사업 또한 부동산 금융이 어려워지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금리 인상도 사실상 종료 수순으로 대출금리 또한 낮아지고 있어 공급 공백기로 인한 집값 상승이 재현될 소지가 높다”고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동산팀장은 “서울의 연간 적정 주택 수요는 4만5000 가구로 보고 있는데 2025~2026년 입주가 현저히 적다”면서 “분양 또한 줄어들고 있어 미스매칭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주택 수급 지표를 보면 현재도 이미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2021년 기준 423.6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 수준에 그쳤다. 특히 우리나라의 자가 보유 비율은 60.6%로, OECD 34개국 중 33위로 꼴찌에 가깝다. 이미 집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공급이 부족해지게 되면 집값 상승은 자명하다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얘기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지금도 공급은 부족한 상황으로 최근 일련의 전세사기 사건도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다 보니 대체 주택인 빌라로 수요가 쏠려서 나타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일부 단지에서 반등이 시작됐는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변수는 많지만, 공급량은 가장 중요한 변수”라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허가를 받아놓고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현장이 부지기수라 분양가를 올려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기존 주택 가격도 오른다”고 했다. 또 “40대 이하 절반 이상이 무주택 가구여서 신축 공급은 원활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 물량이 총 36만여 가구에 이르는 3기 신도시의 등장도 서울을 중심으로 한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차후 공급량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3기 신도시인데, 재고 주택 시장에 위협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대부분이 신혼부부나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해 평형이 작아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5명 “공급 변수가 절대적인 것만은 아냐”
나머지 5명의 전문가는 2~3년 뒤 공급 부족이 일어날 것이라는 데는 동의했지만, 그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집값이 폭락했던 건 대부분 글로벌 금융위기, 외환위기 등과 같은 외생변수였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었다. 공급이 주택에 중요한 변수이지만 100%를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모두가 강조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우리나라의 집값을 폭락시켰던 건 모두 외생변수로 현재는 인구 감소나 저성장, 통화량 감소 등의 요인까지 겹쳐 있다”면서 “공급이 집값의 불안 요인은 맞지만 좀 더 신중하게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 주택 시장은 과거와 달리 유형별,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어 수급에 따라 일률적으로 상승과 하락을 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국적 수요가 몰리는 서울은 공급 문제가 가격 상승을 부를 수는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유형별로 격차가 나타나는 데다 일부 지방 미분양 지역에서는 공급량 부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지방 중에는 대체로 공급이 과잉돼서 문제가 되는 곳이 많아 공급이 부각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오피스텔이나 연립, 다세대 등도 준공 등 공급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
공급 변수 외에 가구 수 감소나 인구 이동 문제에 주목하는 시각도 볼 수 있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에서 2040년 5019만 명, 2060년 4262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산율은 날개 없이 추락 중이다.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은 0.81명으로 작년 1분기보다 0.06명 줄어 1분기 기준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간 합계출산율은 작년(0.78명)을 밑돌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난 4~5년간 수요 증가를 불렀던 2030세대의 1인 가구 증가가 계속되지 않을 것 같다”면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서 과거의 해석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신축이 부족해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진 않을 것”이라면서 “서울 인구가 경기권으로 빠져나가는 등 대체 지역이 있다”고 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역전세 현상이 심화하면서 매매가격 상승을 점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오는 6월 서울과 수도권 입주 물량이 급증하는 것으로 집계돼 전세 시장의 수급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6월 전국 입주 물량은 3만1417가구로 5월(2만1623가구)보다 45%, 전년 동기(1만5891가구)보다 약 두 배가량 많다. 입주 물량 중 수도권 비중은 2만1912가구, 지방 9505가구로, 전월(1만1169가구) 대비 두 배 가까이, 전년 동월(6535가구) 대비 세 배 넘게 늘어났다. 이처럼 입주 물량까지 늘면서 역전세 사태는 보다 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금 공급보다 중요한 변수는 역전세로, 서울은 내년 6월 역전세가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매, 급매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