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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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경상수지 적자라는 단어가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상품·서비스 수지 부진 지속…배당 수지가 3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 막아’ ‘상반기 경상수지 적자 불가피…한국 경제 빨간불’ 등이 그러하다. 이 짧은 뉴스 헤드라인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만 용어의 생소함이 일반인의 이해를 가로막는다. 경제 용어의 생소함은 전문가 집단의 은어 남용이 주된 원인이지만 기술 관료들의 부자연스러운 번역이 한몫하기도 한다.

경상수지를 이해하려면 그 상위 개념인 국제수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국제수지(balance of payment)란 일정 기간(연, 분기, 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들과 주고받은 모든 경제적 거래를 화폐단위(달러)로 표시한 것이다. 영어 balance는 양팔 저울 또는 회계장부(차변과 대변을 좌우로 벌리고 있다)를 의미하고, payment는 국가의 대외적 지출(과 수입)을 의미한다. 결국 국제수지란 한 나라의 대외적 수입과 지출을 표시한 회계장부를 의미한다. 금본위제하에서는 금의 대외적 유출입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현재 같은 관리통화제하에서는 종이(달러)의 대외적 유출입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다.

신상준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연세대 법학 학·석사, 
서울시립대 법학 박사, 
‘중앙은행과 화폐의 헌법적 문제’ ‘돈의 불장난’ 
‘국회란 무엇인가’ 저자
신상준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연세대 법학 학·석사, 서울시립대 법학 박사, ‘중앙은행과 화폐의 헌법적 문제’ ‘돈의 불장난’ ‘국회란 무엇인가’ 저자

경상수지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금융수지로 구성된다. 경상수지는 경상적 거래(current), 즉 일상생활에서 상시 일어나는 거래(매매, 도급, 용역, 증여)를 통해 발생한 달러의 유출입을 기록(account)한 것이고, 금융수지는 금융거래(financial) 즉 돈만 주고받는 거래(해외 차입, 신용 공여)를 통해 발생한 달러의 유출입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경상수지는 다시 상품 수지, 서비스 수지, 본원소득 수지, 이전소득 수지로 구성된다. 상품 수지(goods balance)는 상품의 수출입을 통해 발생한 달러의 유출입을 기록한 것이고, 서비스 수지(service balance)는 서비스 거래(운송, 여행, 건설, 지식재산권 사용)를 통해 발생한 달러의 유출입을 기록한 것을 말한다. 본원소득 수지(primary income 

account)는 조세 부과 대상인 중요 소득(임금, 주식 배당금, 대출 이자)의 형태로 주고받은 달러의 유출입을 기록한 것이고, 이전소득 수지(blance of transfer)는 대가 없이 수수(기부, 증여)한 달러를 기록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뉴스 헤드라인의 ‘상품·서비스 수지 부진 지속…배당 수지가 3개월 연속 적자 막아’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수출이 감소하고, 해외여행·해외지식재산권 사용이 늘면서 상품 수지와 서비스 수지는 적자를 기록했으나, 해외에서 송금한 배당 소득 증가 등으로 본원소득 수지가 늘어남에 따라 3개월 연속 경상수지 적자는 면했다.’

경상수지 적자

뉴스의 어감상 경상수지 적자는 나쁜 것처럼 느껴진다. 경상수지 적자는 돈(달러)을 빌려 외국 물건을 소비하는 것, 즉 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경상수지 적자는 수입품의 가치가 수출품의 가치보다 큰 경우, 즉 외국 물건이 국산보다 더 좋은 경우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경상수지 적자는 이런 요인들보다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달러 가치 상승,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반도체 산업 재편 시도, 미국의 대중국 봉쇄 정책 등 주로 외생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커진다는 것은 국가 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 적자는 나쁜가

경상수지 적자는 나쁜 것인가. 국가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 수입 초과로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정부가 해외 자본을 유입해, 즉 외국에서 돈을 빌려(국채 발행) 적자를 메울 수 있다. 달리 말해 미국은 금융수지 흑자를 통해 경상수지 적자를 보완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은 종이를 금으로 둔갑시킬 수 있는 기술, 즉 달러라는 세계 제1의 기축통화를 발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국이다. 미국 국민은 경상수지 적자가 클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종이(달러)를 주고 방콕의 샹그릴라호텔에 묵을 수 있고, 종이(달러)로 벤츠 자동차를 살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서 돈을 빌려 경상수지 적자를 메울 수 있는 나라는 기축통화를 보유한 미국, 유럽연합, 일본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국가의 경우 경상수지 적자가 커지면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국가 신용도가 하락해 해외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다.

글로벌 메커니즘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사례를 통해 경상수지의 글로벌 메커니즘을 살펴보자. 한국과 일본은 중국의 입장과 유사하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중국과 무역에서 수출보다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다. 중국은 대미 수출의 대가로 달러를 받는다. 중국은 이렇게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를 사들이기도 하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전자제품을 생산하기도 한다. 이렇듯 미국이 수입 대금으로 지급한 달러는 중국의 투자를 통해 다시 미국으로 유입된다. 미국은 이렇게 유입된 달러를 가지고 더 많은 상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게 된다.

중국은 왜 미국 정부가 부채를 조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일까.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위안화가 약세를 유지할 경우 중국이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할 수 있고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또한 미국 국채를 구매하는 것은 경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것을 되팔아 외환준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의회 강경파들은 ‘중국이 미국 경제를 희생시킴으로써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칸네의 전투

중국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 국채 대신 독일 국채를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 감소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 감소는 중국 위안화에 대한 미국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로 인해 미국 소비자는 중국산 제품보다 미국산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감소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허물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환율의 자율 조정 기능이 작동하기 힘들다.

미국이 강한 달러와 경상수지 적자를 동시에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에서 유입되는 자본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자본 흐름이 사라진다면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와 자본수지 적자를 동시에 맞을 수도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것은 태양광, 배터리 등 세계 제1의 기술력을 중국에 빼앗긴 것만이 아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약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22년 이후 미국은 금리를 급격하게 인상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중국 도움 없이 달러 가치를 절상시키고, 경상수지 적자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들며, 자국 내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 또 무엇보다 달러가 제1의 기축통화라는 사실, 즉 석유나 비트코인보다 가치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인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