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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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3회 연속 기준금리 동결 결정과 더불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은 1.4%로 하향 수정했다. 이로써 국내 주요 전망 기관 중 정부를 제외하면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이 1.5%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곳은 극소수가 됐고,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아마 해당 기관들마저도 조만간 수정 전망을 발표해야 할 상황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그런데 문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만 수정하면 끝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수정 전망과 더불어 기자 회견에서 우리 경제 회복 시기가 점차 지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회복세로 전환되더라도 완만한 형태인 이른바 ‘L 자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즉,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지 않는 이상 우리 경제가 올해는 말할 것도 없고, 내년에도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수준의 성장 정체 현상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여전히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높은 금융 불안정성, 역대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미국과 금리 차 등에도 불구하고 이번처럼 경기 여건을 최대한 통화정책 의사 결정에 반영한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바람직한 행보로 판단된다. 또 우리 경제의 성장 경로가 애초 전망과는 상당히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정으로도 여겨진다. 다만, 이런 정책 의사 결정이 다른 부분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큰 아쉬움이 있다.

지금처럼 외수 환경 개선 기대감이 매우 낮고, 내수 회복 불확실성이 언제 해소될지 모를 경우에는 통화정책과 더불어 거시경제 안정화 수단 중 하나인 재정정책의 역할이 강조돼야 한다. 하지만 건전성이라는 족쇄가 채워진 이상 활용할 수 있는 재원도 이미 편성된 것이나 각종 기금 등 정부 저축 등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활용 방법도 자칫 하석상대(下石上臺)식의 임시변통에 그쳐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한편, 벌써 내년 경제성장률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면 재정정책 당국 입장에서는 세수는 물론 재정 건전성 염려도 해야 한다. 기존 입장에서 다소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경기 회복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겨 세수 기반을 강화할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이 편이 유리할 수 있다. 사회보험 및 공공 부문의 개혁 등과 같이 국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노력이 병행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지속 성장을 통한 세수 기반 강화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처방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올해 초 전망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걷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일부 비관론자들의 비판처럼 모든 여건이 이대로라면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저형’ 성장 경로를 보일 수도 있고, 내년에도 시장 기대 악화로 기저효과마저 약해지면서 경기 회복을 거의 체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만큼 정책 당국의 합리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최근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 등 정책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고, 아직 이런 요구에 대응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물론, 그 전에 ‘가격이 신축적이라 주장하는 고전파 이론은 경제가 이렇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를 설명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실제와 당위를 혼동하기 시작하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존 케인스의 말을 정책 당국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