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엔젤스는 탄생한 지 7~8년 된 신생 브랜드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입지를 강화하는 게 목표다. 매출의 약 70%가 미국(25%)과 유럽(45%) 지역에 집중돼 있고, 아시아 지역은 15%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영향력을 넓혀 미국 30%, 유럽 30% 이런 식으로 매출이 고르게 발생하도록 할 계획이다.”
글로벌 럭셔리 스트리트웨어(streetwear) 패션 브랜드 ‘팜엔젤스’ 창업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인 프란체스코 라가찌(Francesco Ragazzi)는 6월 5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한국 진출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팜엔젤스는 올해 프랑스 파리(3월)와 한국 서울(4월)에 매장(부티크)을 열었고, 연말엔 미국 뉴욕에 매장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몽클레어 아트디렉터였던 라가찌는 201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팜엔젤스를 창업했다. 팜엔젤스는 야자수(palm)와 천사들(angels)의 합성어로 ‘야자수 아래 스케이트를 타는 천사들’이라는 뜻이다. 밀라노와 로스앤젤레스(LA)의 패션 감성을 결합한 팜엔젤스는 천사 문양 느낌의 로고 플레이, 야자수와 화염, 목이 두 동강 난 곰 인형(kill the bear), 바지 측면에 들어간 일자 라인 등 자유롭고 독특한 디자인과 패턴을 내세워 오프화이트(OFF WHITE), 아미리(AMIRI) 같은 기존 럭셔리 스트리트웨어 브랜드들과 경쟁할 만큼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다.
2019년 몽클레어 패딩에 팜엔젤스의 스트리트웨어 패션 감성을 접목한 ‘몽클레어 8 팜엔젤스’ 협업 컬렉션이, 2021년 양사 디자이너들이 협업해 의류 전반을 기획한 ‘몽클레어×팜엔젤스 지니어스 컬렉션’이 모두 히트하면서 바버(BARBOUR)나 반스(VANS) 같은 글로벌 의류·신발 브랜드에서도 협업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에선 중국과 태국에 이어 세 번째로 서울에 매장을 열었다. 라가찌는 “서울 매장을 통해 브랜드 감성과 가치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한국에서 브랜드를 더욱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팜엔젤스는 어떻게 시작한 건가.
“(몽클레어 재직 중인) 2011년 패션 사진 작가로도 활동하며 LA에서 스케이트 보드 현장을 촬영해, 흑백 사진으로 구성한 사진집을 낸 적이 있다. 팜엔젤스는 여기서 시작됐다. 사진집 배경인 해변의 야자수와 스케이터들이 캘리포니아 해변의 햇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천사처럼 보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팜엔젤스라는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 사진집에는 긴 금발 머리를 한 스케이터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된 사진이 있다. 아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가(천사가) 내게 그 이름을 제안했던 것 같다. 이후 사진집에서 브랜드 창업으로의 여정은 본능적으로 이뤄졌다. LA 곳곳을 누비던 스케이터들의 사진에서 느껴진 자유로운 정신을 시각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했다. 팜엔젤스는 실제 인간을 배경으로 한 비전이면서, 독특한 삶을 추구하는 스타일에 관한 감성이기도 하다.”
팜엔젤스의 특징은.
“팜엔젤스는 고국(이탈리아)의 의상 코드와 연결된 미학과 함께 (이탈리아에는 없는) 미국의 (스케이트 패션) 문화를 담고 있다.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특히 미국 여행을 많이 했는데, 이때 경험을 통해 미국인 삶의 스타일을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녹일 수 있었다.”
팜엔젤스의 성공 비결은.
“팜엔젤스 성공 비결은 국경을 넘어 독창적인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를 구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에서 출발한 팜엔젤스가)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에서 받은 영감에 브랜드의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은 브랜드가 국경 없는 글로벌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초창기에는 미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브랜드에 가치와 디자인 측면에서 특별한 매력을 부여하기도 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인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음악과 미술계 고객들로부터 인정받은 점도 (브랜드 성공에) 영향을 줬다.”
팜엔젤스 브랜드 구축에서 중시한 가치는.
“처음부터 팜엔젤스에 자유, 개성, 탐험 등 명확한 가치에 기반한 비전과 정확한 철학을 브랜드에 지속적으로 반영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방식으로 브랜드 구축 작업을 해왔다. 브랜드를 따르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통해) 공유된 가치에 기반한 진정한 언어를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은 브랜드 언어를 점점 더 독특하고 구별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팜엔젤스라고 말할 때 정확한 의미를 사람들이 정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몽클레어 출신이다. 몽클레어에서 무엇을 배웠나.
“첫 직장 몽클레어에서의 경험을 통해 나만의 길을 걷는 법과 나만의 비전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배웠다. 이는 나중에 내 브랜드인 팜엔젤스 창업에 도움이 됐다. 특히 레모 루피니 몽클레어 회장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는 나를 먼저 믿어주고 신뢰를 보여준 사람 중 한 명이다. 2007년 인턴십으로 몽클레어에서 일을 시작해 아트디렉터가 될 때까지 모든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를 루피니 회장과 함께했다. 훌륭한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들과 함께 몽클레어와 협업하는 것은 내가 몽클레어에서 일하면서 받은 모든 소중한 가르침에 보답하기 위한 나만의 방식이다.”
최근 프랑스와 한국에 매장을 열었다. 해외 매장 확대에 나선 이유는.
“현재 팜엔젤스 사업은 (백화점 등 유통사에 제품을 판매하는) 도매 방식이 주를 이룬다. 우리 목표는 도매와 소매(소비자에게 직접 판매) 간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번 서울 매장 오픈은 모든 전략 도시와 주요 휴양지에 독립형 매장을 오픈해 소비자 직접 판매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다.”
한국 아티스트와 협업할 계획은 없나.
“한국의 패션, 음악, 영화 등 모든 분야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창의성은 결국 감정에 생명을 불어넣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국경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다른 요소를 혼합해 특이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항상 내가 찾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크리에이티브와 협업할 수 있는 여건만 갖춰진다면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이다.”
향후 목표는.
“아시아처럼 아직 제대로 브랜드와 매장을 론칭하지 못한 지역이 많기 때문에 고객과 접점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