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시니어 PB, 재무설계사(AFPK), 은퇴설계전문가(ARPS)
길어지는 노후에 커지는 시니어 금융 산업
시니어 금융 산업의 필요성은 여러 가지로 파악해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평균수명 증가로 노후 기간이 길어졌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수명(기대 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20년 83.5세로 늘었다. 50년 동안 무려 21년의 수명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는 최장수 국가에 진입했다. 이에 따른 노후 대비는 당연하고 필수적인 준비라고 할 수 있다.
노후 대비 자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도 증대하고 있다. 최근 2년간 금리 변동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알 수 있듯이, 지금의 고금리는 저금리로 변할 수 있기에 폭넓은 금융 투자 상품의 경험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효율적인 분산 투자로 금융 위험도 분산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부동산 비중이 컸으나, 최근엔 투자 다변화를 통한 중장년층이 보유한 자산 관리에 대한 필요성 역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국가 차원의 불충분한 연금 제도의 보완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고령화 위험에 대비하고 노후 기간 간병 및 요양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현실에 보험 등 금융 상품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주요국 가계 자산 구성비를 살펴보면, 2021년 7월 자료 기준, 한국은 금융자산이 가계 자산의 35.6% 비금융자산이 64.4%를 차지한다. △일본은 금융자산 62.1%, 비금융자산 37.9% △미국은 금융자산 71.9% 비금융자산 28.1% △영국은 금융자산 54.8%, 비금융자산 45.2% 등 한국과 대비되는 자산 구성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2020년 기준 현금과 예금이 43%, 보험 31%, 주식 19%, 채권·펀드 6% 등이다. 주식 투자를 제외한 투자 상품 비중이 낮은 편이다. 앞으로 금리가 낮아지는 시기에는 투자 상품 비중을 높여 금융 상품 수익률 상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장년층은 모든 연령대를 포함해 부동산 자산 비중이 가장 높고 이어 기타 자산, 금융자산순으로 구성돼 있는 것에서도 금융 상품 다변화의 필요성을 찾을 수 있다.
유언 대용 신탁 등 금융 상품 주목할 만
시니어 금융 산업은 이른바 ‘실버산업’에 속한 하나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정보·여가·금융·의료기기·주택·요양 등 실버산업의 성장률 전망은 고령화 추세에 따라 모두 상승 곡선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세대를 위한 금융 산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니어 금융 산업은 금융 상품, 개인 자산 관리, 전문 자산 관리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금융 상품은 예금·적금·신탁·주식·채권·펀드·보험 등으로 분류된다. 개인 자산 관리는 금융 상품을 이용해 개인 스스로가 자산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도와주는 형태다. 전문 자산 관리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는 모든 자산 관리 서비스를 지칭한다. PB(Private Banker)를 통해 거래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대면하는 PB 거래가 아닌 비대면 자산 관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전문 자산 관리를 경험할 수 있다. 시중 은행들의 60대 이상 모바일·인터넷뱅킹 사용 현황 자료를 보면, 2021년 7월 기준 1580만 명에 달하며 해마다 증가 추세다. 모바일·인터넷뱅킹 내에서 다양한 금융 상품을 접하고 경험할 수 있기에 자산 관리 영역도 매우 광범위하게 성장하는 추세다.
시니어 금융 산업에서 유망 금융 상품을 나열하면, △자산 증식 금융 상품 △노후 준비 금융 상품 △사망 보장 금융 상품 △건강관리 금융 상품 △신탁 △주택 및 농지 연금 등으로 말할 수 있다. 금융 상품 선택 요령은 투자 목적·기간·성향을 잘 파악해서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 상품이 다양해진 만큼, 각자의 투자 성향을 생각해 수익 추구, 안정 추구 등 균형 있게 상품을 선택해야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다.
현명한 보험 설계는 연령대별 생로병사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30~60대의 경우 자녀 교육·결혼 등 목돈 지출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60대까지는 각종 질환과 사고 및 재해에 대비한 치료비 보장, 90대까지는 중증 질환 및 장기 간병에 대한 치료비와 간병비 보장을 신경 써야 한다. 사망과 관련해서는 조기 사망 시 유가족의 생활 보장, 재산 상속과 상속세 준비 등이 있다. 최근에는 보험 상품이 사망 보장을 주력했던 과거와 달리 빠른 고령화 추세에 따라 연금 구조의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으며, 많이 선호되고 있다.
주택 연금과 농지 연금도 과거에 비해 가입자가 늘어나고 빠르게 성장해 노년기 생활 자금이나 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에 활용되고 있다. 주택연금은 주택금융공사에서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며 부부 합산으로 산정한다. 농지 연금은 농지 소유자로 60세 이상 5년 이상 농업인 경력이 자격 기준이다. 실제 영농에 이용 중인 농지가 대상이며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제도를 운용한다.
신탁은 믿고 맡긴다는 말처럼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의 3자 계약 구조로 이뤄지는 상품이다. 위탁자는 자신의 재산이 특정 수익자에게 전달되도록 믿을 수 있는 기관(은행)에 신탁하고, 수탁자(은행)는 위탁자의 재산, 즉 신탁 재산을 위탁자의 지시에 따라 관리 및 운용하고, 신탁 구조에 따라 신탁이 종료함에 따라 발생하는 원금과 신탁 기간에 발생하는 이익을 수익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통상 신탁을 겸영(兼營)하는 금융기관이 이를 맡는다. 수익자는 신탁 이익을 얻는 자를 말한다. 위탁자가 지정한 특정인 또는 위탁자 자신이 될 수 있다.
유언 대용 신탁이란 유언이 아닌 신탁 계약의 형태로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을 신탁해 고객의 생전 및 사후 신탁 재산의 수익권을 취득할 수 있는 수익자를 지정함으로써 상속 플랜을 완성할 수 있는 상품이다.
미국의 다양한 신탁 사례를 통해 유언 대용 신탁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제작자 월트 디즈니(1901~66),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1935~77)와 마이클 잭슨(1958~
2009),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 등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경우 사망 후 생전에 계약한 신탁에 의해서 재산 관련 상속 처리가 무난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유언 대용 신탁과 타익 신탁 등 특정 신탁 금융 상품은 해마다 영역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어 시니어 금융 상품의 주역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