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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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벤처기업 대표가 하소연을 했다. 성장시키고, 도와주고, 지원해줬던 산하 리더가 동료 몇 명을 데리고 퇴사해서 경쟁사로 이동했다는 것이다. 근무할 때 이 리더는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끝까지 같이 가겠다’라고 말해서 더 분노가 치밀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적지 않다. 배신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믿고 많은 것을 지원했던 구성원이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훌쩍 떠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의 잘못인가. 상대의 잘못인가.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신수정 KT 부사장 겸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서울대 공학박사, 현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장, 전 SK인포섹 대표이사

인류 역사상 최고의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예수조차도 열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에게 배신을 당했다. 항상 나서서 충성을 맹세한 제자 베드로는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조차도 노년에 이런 말을 했다. “회사 초기, 술자리에서 내 옆에 와서 ‘사장님을 존경합니다. 영원히 옆에서 도우며 충성하겠습니다’라고 외치던 간부 중 지금 내 곁을 지키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오히려 조용히 있었던 평범한 직원들이 나와 끝까지 함께했다.”

그러므로 ‘영원히 함께하겠다는 사람들’ ‘끝까지 의리를 지키겠다는 사람들’ ‘몸 바쳐 충성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도 언제든 자신을 떠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입으로 충성을 운운하지 않는 성실하고 조용한 사람들이 어려울 때 돕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사실, 역으로 충성하는 사람을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호언장담하다가 배신하고 뒤통수치는 리더도 있다. 오히려 그런 허풍을 떨지 않지만, 묵묵히 지원해 주는 리더가 더 많다.

금번 발간한 ‘거인의 리더십’ 책에도 썼지만, 필자는 인간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가지고 있다.

①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고 존중하며 신뢰한다. ② 그러나 ①의 의미는 인간이 항상 선하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 약(弱)하다.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선해지기도 하며 악해지기도 한다. 왜냐하면 약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리더들은 구성원을 인간으로 존중하고 신뢰하지만, 또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는 리더의 잘못도 아니고 구성원의 잘못도 아니다. 물론 상식적 범위를 넘어선다면 법적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구성원이 악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운할지라도 이기심을 좇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떤 상황과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이는 리더의 잘못도 아니다. 리더십이 부족해서라고 자책하는 리더도 있는데, 꼭 그게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리더가 조금 더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면 상황이 나아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을 없게 할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예수나 이나모리 가즈오처럼 아무리 뛰어난 리더에게도 이런 일은 발생한다.

그러므로 비난도 흘려들을 필요가 있지만, 충성이나 아부 또한 그러하다. 그 당시는 진심일지라도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사람들 자체의 선의와 충성에 의존하기보다는 이들이 선한 뜻을 발현하고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만들고, 사람의 반응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리더에게는 더 필요할 것이다. 떠나는 사람도 사연이 있겠으나 헤어질 때는 신사적인 모습이 좋다. 떠나는 모습이 자신의 평생 평판을 좌우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