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북한산 글램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캠핑장에서는 네모난 몸집에 동그란 눈이 달린 자율주행 로봇 ‘뉴비’가 캠퍼들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고 있다. 매일 20~30건의 캠핑장 물건을 바삐 나르는 뉴비는 7년 차 스타트업 뉴빌리티의 작품이다. 실내외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플랫폼 기업 뉴빌리티는 2021년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를 거친 후 현재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과 협업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초엔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인 CES 2023에서 뉴비로 혁신상을 받았다.
2017년 20대 초반 대학 친구 5명이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시작한 뉴빌리티는 지난해 4월 삼성웰스토리 등으로부터 2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시제품 개발부터 본격 시장 진출 전까지 진행되는 투자)를 받았다. 지난 3월엔 삼성전자가 출자한 삼성벤처투자에서 30억원을 유치해 누적 투자금이 300억원에 달한다. 직원 수는 75명으로 불어났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뉴빌리티 사무실에 들어서니 젊은 개발자들이 PC 모니터 앞에 앉아 난상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자율주행팀, 로봇개발팀, 플랫폼팀 등으로 나뉜 660㎡(약 200평) 규모의 공간에서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만난 이상민(26) 뉴빌리티 대표는 “국내 자율주행 로봇 시장에서는 뉴빌리티의 경쟁자가 없다고 본다”며 “세계 1위인 미국 스타십을 뛰어넘을 정도의 기술력을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세계 1위 장벽을 뚫고자 칼을 갈고 있는 이 대표는 “도심이나 사유지 어디에서든 간단한 배송이 필요한 영역에서 로봇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대부분 하게끔 준비가 됐다”며 “사람이 부족하거나 인건비가 비싼 곳에서 뉴비 활용도가 특히 높다”고 설명했다.
뉴빌리티의 자율주행 로봇은 이 대표의 모교인 연세대 송도캠퍼스에서 빛을 봤다. 연세대 우주비행제어공학 학·석사 통합 과정을 밟은 이 대표는 창업 초기 2~3년간 동료들과 연구개발(R&D)에 몰두했다. 그러다 만든 자율주행 로봇을 들고 학교 앞 치킨 가게와 계약을 맺었다. 학교 기숙사 학생들의 주문을 로봇이 배달하도록 한 것이다. 오토바이 배달비가 4000원일 때 로봇 배달비로 1000원을 받으면서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치킨집 배달 건수의 80%를 로봇이 담당했다. 1년간 배달 테스트를 경험한 이 대표는 “시장 반응에 고무돼 자율주행 로봇을 제대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뉴비가 탄생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일문일답.
뉴빌리티 자율주행 로봇의 강점 포인트는 무엇인가.
“뉴비의 강점은 운용 경험과 가격 경쟁력이다. 국내 자율주행 로봇 업체 중 가장 많은 주행 데이터를 쌓은 덕분에 원격 소프트웨어가 매일 개선되고 있다. 서빙 로봇은 하드웨어가 가장 중요하지만, 배달 로봇은 데이터가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주행 경험이 자율 주행 배달 로봇의 경쟁력을 가르는데, 우리는 시장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해 숱한 주행 테스트를 거쳐 데이터를 쌓았다. 또 뉴빌리티는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값비싼 라이다 센서 대신 카메라를 사용해 경쟁사보다 2~4배 저렴한 로봇을 만들고 있다.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구축하는 데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진입 장벽이 있다. 카메라 기반 측위 성능과 센서 기술을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어 라이다와 견줘 로봇 주행에 전혀 문제가 없다.”
뉴비가 국내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고 들었다. 현재 상용화 상황은 어떤가.
“국내 기업들과 뉴비를 활용한 여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KT에 공급한 뉴비는 캠핑장을 돌고 있고, 경기도 여주 세라지오 골프클럽을 비롯해 국내 골프장 5곳에서도 뉴비가 배달을 도맡고 있다. 지난 3월엔 SK텔레콤·SK쉴더스와 함께 덕성여대에 순찰 로봇을 도입했다. 순찰 뉴비는 올해 여러 대학 캠퍼스에 확산할 예정이다. 하반기부터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편의점과 음식점 주문 배달에도 나선다. 로봇을 완전히 충전하면 9시간 30분 동안 주행할 수 있어 하루 업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
대기업과 협업 기회가 늘고 있는데, 경쟁력 향상에 어떤 도움이 됐나.
“KT로부터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고, SK텔레콤과 순찰 서비스를 통해서는 플랫폼 개발 기술을 연마했다. 순찰 로봇 특성상 관제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요구에 대응하다 보니 회사의 플랫폼 개발 기술 수준이 빠르게 올라갔다. 삼성전자와 협업에서는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이 밤낮없이 연구에 몰두하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은.
“신산업 도입에 적극적인 중동과 인건비가 비싼 미국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현지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뉴빌리티는 최근 사우디 네옴시티의 미래형 친환경 복합 산업 단지 옥사곤과 영국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이 주관하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한국 기업 중 유일하게 네옴시티에서 자율주행 로봇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다만 해외 진출 전 운영 최적화를 위한 파이프라인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발을 들일 계획이다.”
서비스 로봇 시장 전망은.
“서비스 로봇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사람을 도와주는 방향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관건은 로봇 가격과 품질인데, 로봇이 저렴해지면 로봇 도입은 매우 빨라질 것이다. 가격과 품질이 함께 충족되려면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시스템 개발에 힘쓰고 있다.”
뉴빌리티의 내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올해 뉴비 300~400대를 판매하고, 내년엔 1000대 이상을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내년 예상 매출액은 200억원이다. 현재 한 달에 100대 이상의 뉴비를 생산할 수 있는데, 대량 양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용 금형을 제작했다. 뉴비의 뒤를 이어 기술력을 높인 ‘뉴비2’도 개발 중이다. 뉴비2는 카메라 기반의 측위 성능과 방수·방진 기능이 개선될 예정이다. 또 더 큰 탑재물을 실을 수 있도록 로봇 상자 깊이와 너비를 넓히는 등의 방안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 로봇 가격이 낮아질 수 있게끔 전반적인 시스템 설계를 새롭게 하고 있다.”
현재 회사의 가장 큰 숙제와 목표는 무엇인가.
“해외시장에서 ‘기술 초격차’를 확보해 선두로 자리매김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뉴빌리티가 세계 2~3위 수준에 올랐다고 보지만, 세계 1위 스타십의 시장 파이가 커 해외시장을 뚫는 게 뉴빌리티의 미션이다. 지능이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에 이제는 누가 데이터 주도권을 확보하느냐가 특히 중요하다. 따라서 1등과 글로벌 데이터 갭을 빠르게 메우는 게 회사의 가장 큰 숙제라고 보고, 주행 경험을 쌓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 로봇 산업의 빠른 성장을 위해 로봇 가격을 낮추기 위한 도전에도 속도를 낼 것이다. 국내 양산 업체와 조인트 벤처를 만드는 등 업체 간 연합을 형성해 중국산보다 더 저렴한 로봇을 만들어 세계 1위를 빠르게 따라잡겠다.”
회사명 뉴빌리티
본사 서울 성동구
사업 자율주행 로봇
대표 이상민
설립 연도 2017년
직원 수 75명
매출 200억원(2024년 예상)
누적 투자 유치액 30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