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여행객들이 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뉴스1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이 국제 공항 평가에서 4~5위권에 머물며 경쟁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천공항은 과거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는 데다 2010년대에는 꾸준히 2~3위권을 유지했다.

올해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공항(World’s best Airport) 순위에서 인천공항은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5위에 오른 인천공항은 올해 순위가 한 단계 상승했지만, 메달권이라고 할 수 있는 ‘포디움(3위 이내)’ 입성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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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1등서 밀려난 인천공항

스카이트랙스는 1989년 영국에 설립된 항공 전문 서비스 컨설팅 기업이다.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슐랭(Michelin)이 여행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를 통해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것처럼, 스카이트랙스는 세계의 공항과 항공사의 서비스 품질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긴다. 항공업계에선 공항 평가와 관련해서 국제공항협의회(ACI)와 스카이트랙스를 양대 산맥으로 여긴다. 주요국의 여행 매거진 등이 공항의 순위를 자체 평가해 발표하지만, 공신력은 이 둘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항공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스카이트랙스는 올해 최고의 공항으로 싱가포르의 창이공항을 선정했다. 작년과 재작년엔 카타르 도하 하마드공항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밀려 3위에 머물렀던 창이공항은 3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창이공항은 이전 평가에선 2013년부터 2020년까지 1위를 지켰다. 2위는 하마드, 3위는 하네다공항이 차지했다. 4위는 인천, 5위는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공항은 2009년과 2012년 두 차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3년부터는 2016년까지 2위를 지켰다. 2017년엔 하네다공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한 단계 하락했다. 2018년 다시 2위를 되찾았다가, 2019년엔 하네다에 다시 자리를 내줬다. 2020년엔 하마드공항에 밀려 4위를, 2022년엔 일본 나리타공항에도 밀려 5위까지 떨어졌다.

매년 세계적인 공항들과 경쟁 평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점에서 인천공항의 서비스 품질이 낮다고 평가 절하하긴 어렵다. 다만 국제공항협의회(ACI)가 평가하는 공항 순위 평가에서 인천공항이 2005년부터 2016년까지 12년 연속 1위를 차지(인천공항은 2016년 ACI 특별공로상 수상 이후 순위 경쟁에서 빠짐)했고, 스카이트랙스 평가에서도 3위 이내 자리를 지켰다는 점에서 인천공항의 명성과 서비스 품질이 예전보다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월 1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스카이트랙스 월드 에어포트 어워즈에서 인천국제공항 관계자와 에드워드 플레이스테드(왼쪽에서 세 번째) 스카이트랙스 회장이 ‘세계 최우수 공항직원상’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스카이트랙스
3월 1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RAI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스카이트랙스 월드 에어포트 어워즈에서 인천국제공항 관계자와 에드워드 플레이스테드(왼쪽에서 세 번째) 스카이트랙스 회장이 ‘세계 최우수 공항직원상’ 상패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스카이트랙스

“인천공항, 쇼핑·문화 콘텐츠 ‘아쉽다’” 평가

ACI와 스카이트랙스는 공항을 평가할 때 보는 포인트가 다르다. ACI는 공항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중점적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항 본연의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공항 차원의 노력도 평가에 많이 반영한다고 항공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면, 스카이트랙스는 철저히 공항 이용객 측면에서 평가한다. 출입국 편의성, 쇼핑 공간, 식사 공간, 보안과 안전 요소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공항 직원의 서비스, 청결성은 물론 공항 내 예술품에 대한 평가까지 이뤄진다. 공항의 관광적 요소를 중시하는 셈이다. 

올해 스카이트랙스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출입국 편의성(Immigration) 부문에선 1위를 차지했다. 공항 직원의 서비스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 ‘최고 공항 직원(Best Airport Staff)’상도 받았다. 보안(Security) 부문과 식사(Dining) 부문 평가에선 각각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쇼핑(Shopping) 부문은 8위에 그쳤다. 인천공항 위로는 도하 하마드, 이스탄불, 창이, 런던 히스로, 파리 샤를드골, 이탈리아 로마, 독일 뮌헨공항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공항의 청결성 부문에서도 하네다, 창이, 하마드, 나고야, 나리타, 홍콩공항에 이어 7위를 기록했다. 

공항의 예술적인 측면을 평가하는 ‘Best Art Airport’ 부문에선 순위권인 10위 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쇼핑·문화 공간과 서비스 부문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싱가포르 창이 공항. 사진 셔터스톡
싱가포르 창이 공항. 사진 셔터스톡

비싼 임대료에…공항 면세점 ‘수익 위주 경영’

인천공항의 쇼핑 공간이 낮은 평가를 받은 것을 두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면세점 고객이 줄었고, 수입 감소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하늘길이 막힌 것은 인천공항에 국한된 일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인천공항의 면세점 공간 임대에 너무 큰 비용이 들어가고, 이 때문에 면세점들이 소비자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펴기 어려워지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인천공항이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실시한 면세점 입찰에선 1인당 9163원을 쓴 호텔신라와 9020원을 낸 신세계디에프가 낙찰을 받았다. 7833원을 쓴 중국계 CDFG와 7224원을 쓴 롯데는 탈락했다. 인천공항이 최초 제시한 최소 객당 임대료(5346원)보다 75%나 높은 금액에 낙찰이 되면서 업계 내에서는 벌써 ‘승자의 저주’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고정 임대료 제도를 고수해 온 인천공항은 이번 입찰에선 면세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공항 여객 수를 기준으로 한 ‘이용객 연동 임대료’ 방식을 채택했다. 하지만 공항 여객 수가 면세점 매출로 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동안 면세 업계에서는 꾸준히 ‘매출 연동 임대료’ 방식을 요구해 왔지만, 공항은 매출이 아닌 ‘공항 여객 수’를 임대료 책정 기준으로 삼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면세 업체들이 적자를 피하기 힘든 금액으로 입찰했다”면서 “적자가 우려되는 기업 입장에선 서비스 품질 개선보다는 매출 확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공항의 쇼핑 공간이 해당국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