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4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6월 14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13~14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5.00~5.25%로 동결했다. 지난 2022년 3월 이후 15개월간 이어진 10회 연속 금리 인상을 멈추기로 한 것이다. 그사이 연준 기준금리는 연 0~0.25%에서 5.0~5.25%로 5%포인트 껑충 뛰었다. 오일쇼크발(發) 스태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2%까지 올린 1980년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살인적 금리 인상’ 이후 43년 만에 가장 빠른 금리 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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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연속 인상 후 금리 동결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0.75%포인트씩 올린 빅스텝(Big step), 자이언트스텝(Giant step)을 밟았던 연준이 6월 금리 인상을 멈춘 것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6월 9.1%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4.0%로 낮아졌다. 지역 연준준비은행 총재 등 18명으로 구성된 FOMC 위원 만장일치로 6월 금리 동결을 결정한 것은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지역 은행 파산 등 금융시장 불안을 의식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FOMC 위원들은 이날 회의 후 공개된 점도표(dot plot·향후 금리 수준을 위원들의 투표로 제시한 표)에서 2023년 중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지난 3월 회의에서 5.1%로 제시한 올해 말 금리 예상치(중간값)를 5.6%로 올린 것이다. 0.25%포인트씩 올리는 베이비 스텝을 2회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의 결과에 대해 ‘매파적 금리 동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는 18명 위원 중 9명이 5.5~5.75%를, 2명이 5.75~6.00%를, 1명이 6.00~6.25%를 제시했다.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을 예상한 위원은 2명밖에 없었다.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 시사 이유는

FOMC 위원들이 3월보다 금리 예상치를 높이는 매파적 시각을 드러낸 이유는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날 회의 후 발표된 수정 경제 전망 자료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미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3월 FOMC 회의에서 제시한 0.4%에서 1.0%로 0.6%포인트 끌어올렸다. 지난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1.1%, 연율 환산치)를 뛰어넘은 1.3%를 나타내면서 미국 경제가 급격한 침체에 빠지기보다는 연착륙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2%)를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연준이 주요하게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4월 4.4% 상승해 시장 전망치(4.2%)를 뛰어넘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관련 품목을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 또한 지난 5월 5.3%로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취업자 수 증가, 임금 상승 등으로 서비스 물가 등이 좀처럼 잡히지 않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하 인플레)이 쉽게 잡히기 힘든 환경이라는 게 미국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면서 “거의 모든 FOMC 위원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고 밝혔다.

7월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파월 ‘신중론’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 의지를 내비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언제 올릴 것인가’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1년에 이틀간 회의를 8번 개최하는 FOMC 일정상 올해 중 남아있는 회의는 7월(25~26일), 9월(19~20일), 11월(10월 31~1일), 12월(12~13일) 등이다. 

당장 7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미 부채 한도 타결, 지역은행 불안 완화 등 위험 요인들이 개선되고 취업자 수 증가 등이 가계지출을 뒷받침하면서 연준이 경기 침체 시기 전망을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로 늦췄다”면서 “실업률 상승과 인플레 둔화도 더딜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준이 7월과 9월에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파월 의장은 “7월 FOMC가 열리면 그때 실시간 데이터 등을 통해 결정 내릴 것”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향후 금리 인상 재개 조건’에 대한 질문에 “도전적, 어려운 결정”이라며 “경제에 무슨 일이 있는지 전체적인 것들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Plus Point

캐나다 중앙은행(BOC), 글로벌 금리 재인상 주도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14일(이하 현지시각)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멈췄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주일 전(6월 7일)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4.50%에서 4.75%로 인상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0.5%에서 4.5%까지 끌어올린 BOC는 올해 2월 선진국 중앙은행 중에서는 가장 먼저 금리 동결을 선언하며, 금융시장의 통화정책 피벗(Pivot, 긴축 완화) 기대감을 키웠다. BOC가 금리 인상을 다시 시작하자, 인플레를 확실히 잡기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동결을 이어갔던 BOC가 금리 인상을 재개한 이유는 올해 들어 캐나다 국내 경기가 매우 강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022년 4분기 제로 성장에 갇혔던 캐나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 3.1%(연율 환산치)로 반등하며 BOC 전망치 2.3%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소비자물가는 4월 4.4% 상승해, 3월(4.3%)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인플레 둔화는 긴축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BOC는 “전반적으로 과도한 수요 확대가 예상보다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BOC의 ‘스톱 앤드 고(stop and go·금리 인상을 잠시 멈췄다가 재개하는)’ 전략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연준은 6월 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회의 후 발표한 점도표에서 0.5%포인트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올해 초 불거진 지역은행 파산 등으로 급격한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성장세가 완만한 수준으로 조정되는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자 인플레 안정 의지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이처럼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는 시장의 바람과 달리 다수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를 강화, 유지하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올해 초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지난 5, 6월 두 차례 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4.1%까지 끌어올렸다. 

영국 영란은행(BOE)은 12회 연속 인상을 통해 0.1%였던 정책금리를 4.5%(5월 기준)까지 끌어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15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75%에서 4.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 2월부터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