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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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종식되고 중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하면서 처음 맞은 노동절 휴가가 끝났다. 한국의 언론 보도에서도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중국의 자금성, 만리장성 등의 유명 관광지가 사람으로 넘쳐나는 사진들이 이제 중국이 완전히 코로나19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국민에게 가급적 많은 휴일을 보장하고 그 기간에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내수 시장을 진작했는데, 이를 특별히 휴일 경제라고 한다. 특히 이번 노동절 연휴는 휴일 경제에,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사람들의 억눌린 감정이 더해져 폭발한 ‘보복 관광’이라 할 만했다. 이에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숙소나 여행 관련 제반 시설이 부족한 어느 관광지의 한 호텔은 기발한 관광 상품을 내놓았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99위안(약 1만7860원)에 호텔 로비의 소파에서 숙박할 수 있다는 상품이 바로 그것이었다. 예약 상황에 따라 일부 고객에게는 100위안(약 1만8040원) 정도 하는 방으로 무료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조건도 추가했다. 노동절 연휴에 숙소 예약 전쟁을 치르던 관광객에게 이러한 조건은 상당히 매력적인 것이었던 듯, 로비의 소파 잠자리도 금방 예약이 동났다고 한다. 그런데 호텔 로비의 소파를 잠자리로 판매한다고 해서 이것이 꼭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중국의 소비자권익보호법(中華人民共和國消費者權益保護法) 제18조는 경영자가 제공하는 상품 또는 서비스는 신체, 재산의 안전에 관한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신체, 재산의 안전에 위험을 끼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소비자에게 이를 사실대로 설명하고, 명확하게 경고해야 하며, 정확하게 상품을 사용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과 위험의 발생을 방지하는 방법을 설명 내지 표시해야 한다. 또한 상무부 등의 관련 부서들이 공포한 숙박업 위생 규범에는 객실의 높이, 내부 인테리어, 면적, 환경 등 방면에서 규정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객실에 화장실이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공용 화장실, 욕실 내지는 세면실 등을 구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숙박 시설과 관련해 안전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면 호텔의 소파를 숙소로 내놓는 일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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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을 흔히 체면을 중시한다고 한다. 그렇게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유명한 관광지라 해도 거기를 관람하겠다고 소파에서 쭈그리고 자야 하는 숙소를 선택하겠냐고 의아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 사람의 체면은 철저히 실리에 기반한 대인관계를 의미한다. 체면이 대의명분이냐, 실리냐를 놓고 본다면 표면적으로는 체면같이 보이는 문제지만 내면에는 최소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는 실리가 숨어 있고, 손해를 보는 체면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20~30대 한국 젊은이의 중국에 대한 거부감을 ‘혐중증(嫌中症)’이라고 하고, 이러한 혐중증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요즘, 같은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환영을 받고 있는 간식거리가 마라탕이라고 한다. 중국이 밉다고는 하지만 맛이라는 실리까지 포기하지는 않는 것이다. 체면보다는 산수 좋은 곳의 유람을 위해 호텔 로비의 소파 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중국인같이 우리 젊은이들도 막연하게 혐중증이 있다고 단정하고 우려하기보다는 중국이 그들에게 어떤 부분이 불편하고 아니면 어느 영역은 기꺼운 마음으로 수용이 가능한지를 실리적인 시각에서 냉철하게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