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자들은 종종 후대가 물려받을 부채 부담에 대해 걱정하곤 한다. 이러한 도덕적 주장은 미국 공화당이 의회 내에서 정부의 부채 한도 증액을 반대할 때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공화당은 이른바 세계경제를 인질로 잡고 미국의 명성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출을 줄이는 데 전념하고 있다.
미래 세대를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현재의 정책과 재정적 책무가 ‘자손의 이익에 어떻게 더 부합할 수 있는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공화당은 자신의 무모한 행동에 대한 결과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제대로 된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① 대차대조표의 양쪽 면을 모두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산과 부채의 차이다. 부채가 증가하더라도 자산이 더 많이 증가한다면, 국가는 더 나은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도 마찬가지다. 인프라·교육·연구·기술 등 어떤 분야에 투자하든 똑같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연 자본 즉, 물·공기·토양 등의 가치다. 공기와 물이 오염되고 토양이 오염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큰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 부채는 단지 우리가 서로에게 빚진 것에 불과하다. 이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권리를 조정하기 위해 뒤섞을 수 있는 종잇조각일 뿐이다. 하지만 ‘환경 부채’는 다르다. 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날 발생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고,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을 만한 돈을 지출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투자처럼 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기 위해 투입되는 현명한 지출은 빚이 생기더라도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염된 대기를 정화하는 데 따른 건강 가치 등 환경 투자의 직접적인 이득을 금전적으로 추산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다. 어느 정도의 수익률이 보장돼야 할까. 현재 미국 정부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연간 2.5~5%의 할인율을 이용해 2020년 시점에서의 탄소 배출 비용을 1t당 약 50달러(약 6만원)로 추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부정하고 7% 할인율을 설정해 탄소 배출 비용 추정치를 1t당 7달러(약 9000원)로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처럼 7%의 높은 수익률을 요구한다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을 것이고, 미래 세대는 기온이 3도 이상 오른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투자는 일종의 보험으로 간주돼야 한다. ‘보험 투자’에 대한 수익률은 ② 실질금리보다 낮아야 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미국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1% 내외를 기록했다. 따라서 적절한 할인율은 7%보다 현저히 낮아야 하며, 오바마 행정부의 2.5~5%보다도 낮아야 한다. 심지어 마이너스여야 할 수도 있다.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본다면, ③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2도로 제한하는 국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할인율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이 한계선을 넘어 기온이 영구적으로 상승하도록 허용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는 기후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우리가 견뎌온 화재, 허리케인, 홍수, 가뭄 등 재난은 미래에 일어날 일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오바마 행정부가 사용한 할인율을 적용한 계산으로도 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미래 세대의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미래 세대의 권리는 무엇인가. 우리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아이들을 소중히 여긴다면, 우리는 오늘날 환경에 대한 피해가 향후 아이들의 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해야 한다. 우리에겐 환경오염을 개선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은 오늘날의 지도자들에게 미래를 보존할 수 있는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몬태나주에서는 기후 위기와 관련해 청소년들이 제기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어른들도 이처럼 행동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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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정한 시점의 재무 상태를 나타내는 회계보고서로, 기업이 그 시점까지 자금을 어디서 얼마나 조달해 어떻게 투자했는지를 보여준다. 기업이 자산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갚아야 할 부채는 얼마인지, 부채 상환을 위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은 충분한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②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감안한 금리. 명목 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뺀 값. 이자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③ 전 세계 약 190개국이 2015년 12월 12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으며 세운 국제 기후 목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연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가능한 한 1.5도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