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산을 시작하는 전자식 평판 안테나 매출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잡힐 것으로 기대합니다. 4~5년 내 회사 매출 1조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위성 안테나를 만드는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이하 인텔리안테크)의 성상엽 대표는 평판형 안테나가 저궤도 위성 인터넷 시대에 회사의 주력 제품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텔리안테크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약 3300억원이다. 원웹(OneWeb), 스페이스X 스타링크 등 소형 위성 수백~수천 대를 1000㎞ 안팎의 궤도에 올려 대중적인 고속 통신망을 제공하는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들은 최근 사업 지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에서 위성과 통신하는 데 필수적인 안테나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해상용 위성통신 안테나 시장 세계 1위인 인텔리안테크도 수혜를 입었다.
인텔리안테크는 2021년 이후 영국의 저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자 원웹과 총 1460억원대 안테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사용자용 접시형(파라볼릭) 안테나를 공급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전자식 평판 안테나도 연내 개발을 마치고 양산할 예정이다.
전자식 평판 안테나는 작은 안테나(엘리먼트) 수십~수만 개를 가까이 배열하고, 이 안테나들이 내보내는 전파 간의 간섭을 이용해 전파 방향을 조절한다. 이 때문에 위상배열(phased array) 안테나라고도 부른다. 기계 장치의 회전 없이 전파 방향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기계식 안테나보다 모양이 단순해지고 전파의 방향 전환 속도도 빨라진다. 이 기술을 군함, 전투기 등의 레이더에 활용한 것이 위상배열 레이더(ESA)다.
룩셈부르크의 중궤도 위성 인터넷 사업자 SES와는 2021년 이후 현재까지 총 700억원대의 안테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부터 익명의 저궤도 위성 사업자의 게이트웨이 안테나(대용량 통신을 사용하는 기업 고객 또는 지상 유선망으로 연결되는 안테나)도 개발 중이다. 6월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성 대표를 만났다.
과거 위성통신의 주류였던 해상용 분야에서 내공을 쌓아왔다. 회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은 이미 너무 많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 기관은 안테나가 위성을 향해 쏘는 전파가 인접 위성에 혼선을 주지 않기 위해 까다로운 기술 수준을 요구한다. 이런 규제를 충족하면서 효율성이 좋은 안테나를 설계하고 양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점이 회사의 경쟁력이다. 규격이 표준화되지 않은 위성통신 시장에서, 안테나 한 대로 여러 종류의 위성통신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밴드(multi band), 멀티오빗(multi orbit) 기술도 갖고 있다.”
선박용 안테나를 정지궤도 위성을 향해 조금씩 회전시키면서 최적의 통신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지구를 빠르게 공전하며 통신을 연결하는 저궤도 위성의 시대가 열리자, 회사가 보유한 기술의 경제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전자식 평판 안테나 시장은 작동 방식이 기존 기계식 안테나와 다르다. 그래도 회사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나.
“이 분야에서도 설계 및 제조를 위한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전자식 평판형 안테나는 4년 전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전자식 평판 안테나에서 전파를 송수신하는 반도체가 핵심 부품일 텐데, 설계 및 양산 기술을 갖추고 있나.
“이름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성능 좋은 칩을 공동으로 개발했고, 대만 TSMC에서 양산에 들어갔다. 스페이스X 정도를 제외하고는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한다.”
전자식 평판 안테나에 대한 기대가 크다. 크기와 형태 때문에 사용처가 제한되던 기계식 안테나와 달리 다양한 곳에 설치할 수 있다. 현재 매출 구조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나.
“지난해 매출 약 2400억원 중 해상용 안테나가 약 2000억원이었고, 나머지가 저궤도 단말기 등이다. 4~5년 후에는 1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자식 평판 안테나 신제품이 올해 처음 출시되면 1년 후부터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까지는 매출이 거의 없었던) 육상 분야 모빌리티 수요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농기계 및 건설기계 등을 생산하는 미국 ‘존 디어’가 자율주행 농기계를 만들려면 여기도 안테나를 달아야 한다. 이것만 6만 대 정도 된다.”
존 디어는 2024년 말까지 자사 제품을 위성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자사 제품을 사용하는 초대형 농장이나 오지의 경우 기존의 휴대전화 기반의 통신망(셀룰러 네트워크) 연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존 디어는 지난해 9월 자율주행 농기계들을 위성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스타링크, 원웹 등 주요 위성통신 사업자들에게 제안요청서(RFP)를 전달했고, 올해 말까지 최종 후보 사업자를 정할 계획이다. 핵심 시장인 미국과 브라질을 중심으로 테스트를 진행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건설기계가 필요한 곳은 광산 및 인프라 건설 현장 등으로 통신망이 갖춰지지 않은 곳이 많다. 위성통신 수요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중장비 제조사들의 문의가 많나.
“다양한 건설기계 및 농기계 업체, 중장비 업체들과 협의하고 있고 개발도 구체적인 단계로 진행 중이다. ‘속도는 조금 느려도 가격이 저렴한 제품으로 만들어 달라’ ‘차량의 특정 부위에 부착할 수 있게 해달라’ 등의 요구가 있다. 통신사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위성 인터넷 상용화 경쟁에서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가 원웹이나 아마존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자체 발사체 ‘팰컨 9’을 개발해 저렴한 비용으로 위성을 궤도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5월 말 기준 스타링크는 4000대 이상의 위성을 운용 중이며, 15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원웹은 630개 이상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원웹과 협력 관계는 돈독하지만, 위성 인터넷 사업의 선두 주자인 스페이스X가 막강하다. 스페이스X 위성 인터넷 점유율이 높아지면 회사의 시장 예측이 틀릴 수 있다.
“스타링크는 단말기부터 위성 발사까지 자체적으로 수직 계열화한다는 전략이다. 우리 같은 파트너와는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경쟁이 되고 부담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스타링크 외 나머지도 큰 시장이다. 이와 함께 스타링크는 B2C 사업에 많이 집중한다. 그래서 속도 하락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보증이 덜한 편이다. 대신 원웹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를 보장하겠다는 정책이다. 아직 위성통신은 통신 품질이 중요한 임무용, B2B용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유상증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분이 일부 희석돼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증자에 나선 이유는.
“지상 모빌리티, 항공 분야, 군사용 등의 시장에 필요한 제품을 개발하고 시장을 개척하려면 투자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도 많이 뽑고 있다. 지금 전 세계 직원 수가 610명 정도인데, 지난 3년간 250명을 뽑았다. 미국 메릴랜드 연구소를 비롯해 판교와 평택, 부산과 런던 등에서 5개의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지분은 4% 정도 줄어드는데, 지배력에 문제가 생기는 정도까지는 아니다.”
회사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본사 경기도 평택시
사업 이동체 위성통신 안테나 개발,생산 및 판매
창업자 성상엽
설립 연도 2004년
매출액 2394억원(202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