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2일 서울 한남동에 있는 하나은행 클럽원한남 프라이빗뱅커(PB)센터를 찾았다. 라운지에 들어서니 넘실거리는 푸른 파도가 발밑에 펼쳐졌다. 천장에는 산호초가 가득한 수중 정원이 있었고, 인도네시아 발리 해변을 옮겨 놓은 것 같은 벽화 앞에는 라탄 소재의 의자가 놓여 있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이곳이 ‘한남동의 휴양지’로 불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클럽원한남은 하나은행의 클럽원한남PB센터와 하나증권의 클럽원한남WM센터가 결합한 복합점포다. VIP를 넘어 VVIP를 대상으로 하는 이곳은 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해야 이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의 ‘VIP클럽’과 ‘골드(Gold)클럽’의 허들이 각각 금융자산 3억원, 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까다로운 조건이다.
현재 클럽원한남에서 거래하는 고객은 약 80명. 이곳 센터에는 6명의 전문 PB가 있는데, PB 1명당 관리 자산 규모가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이는 경쟁 은행 PB들이 관리하는 자산 규모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재벌·셀럽 등 주요 고객⋯공간 대여 서비스도 제공
고액 자산가가 타깃인 만큼 클럽원한남의 내부 공간은 기존 PB센터와 다르게 설계됐다. 입구에는 ‘UNDER WAVE(파도 아래)’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해저 공간을 연상케 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H Villa’라는 리조트 이름이 붙은 안내데스크는 빔프로젝터와 에폭시로 만든 해변과 파도로 꾸며져 있다. 라탄 의자와 대형 화초가 어우러진 실내 공간은 해변 휴양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라운지의 대형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나인원한남과 남산타워 뷰도 매력적인 볼거리다.
강북의 대표 부촌 중 하나인 한남동 한복판에 있는 클럽원한남은 고객군도 남다르다. 나인원한남, 한남더힐, 유엔빌리지 등 고급빌라에 거주하는 재벌, 자산가, 셀럽(유명인)이 이곳을 찾는 주요 고객이다.
전통적인 부촌인 서울 성북동, 평창동 등과 달리 한남동은 가상자산으로 거액을 벌어들인 젊은 투자자나 연예인 등 신흥 부자도 많이 거주한다. 이 때문에 60대 이상 고객층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PB와 달리 클럽원한남의 고객 연령대는 고르게 분포된 편이다.
고객 상당수가 유명인인 만큼 상담실도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5개의 상담실은 카페, 레스토랑, 게임, 도서관, 바(bar) 등 각각 서로 다른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상담실을 포함한 7개의 방에는 발리&롬복, 에든버러, 꼬사무이, 하와이, 몰디브, 코모도 등 해외 유명 휴양지의 이름이 붙었다.
클럽원한남은 고객이 언제든 개인적으로 내부 공간과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 와인바 등의 시설을 갖춰 고객들이 사교, 취미 활동은 물론 업무 미팅이나 학회 모임 등을 진행할 때도 사용한다. 권순성 클럽원한남 PB센터 팀장은 “기존 고객에게 센터 공간을 대여해 주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들의 지인도 자연스럽게 신규 고객으로 유입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관리 자산 두 배 이상 증가…투자·세무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
클럽원한남의 관리 자산은 2021년 6월 문을 열 당시 8000억원에서 지난해 말에는 2조원 안팎으로 1년 반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했다. 하나은행은 서초와 반포 인근에도 클럽원한남과 같이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하는 특화된 PB센터를 신설할 예정이다.
고객들은 클럽원한남에서 은행 업무뿐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 세무, 가업 승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고객이 센터를 처음 방문하면 지점장부터 만난다. 지점장과 상담을 통해 본인의 투자 성향에 맞는 PB를 소개받는다. 또 세무·법률·부동산·신탁 전문가도 상주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은행, 증권, 생명, 캐피털, 자산 신탁 등 맞춤형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비상장 주식 투자는 클럽원한남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다.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컨설팅은 일반적인 PB 고객은 접하기 어려운 서비스지만, 클럽원한남은 WM센터를 통해 직접 설계한 상품을 고객에게 안내한다.
이 밖에 기업 인수합병(M&A)과 지분 매각, 가업 승계, 승계 후 회사 운영 등 가업 경영에 대한 자산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패밀리 오피스’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