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접견실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35분 동안 회담을 했다. 미·중 양국의 고위급 대화는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이 만난 이후 8개월 만이다. 미 국무장관의 방중은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전 장관 이후 5년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6월 18~19일 이틀 동안 시 주석과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친강(秦剛) 외교부장(장관) 등을 만났다. 이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7월 6~9일 중국을 찾았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시작으로 미·중 간 갈등이 관리 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필자는 갈등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에 의존한 현재의 외교 방식은 양국 지도자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 지도자 개인의 캐릭터 등 때문에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월스트리트 최고의 중국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 필자는 미·중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무국 등의 기구를 만들어 제도적인 틀 속에서 양국의 공동 관심사와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회의장 접견실에서 회동을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아시아에서 상석(上席)으로 인식되는 테이블 맨 앞자리에 앉아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하급자에게 보고를 받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 로이터연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월 19일 중국 베이징 인민회의장 접견실에서 회동을 했다. 이날 시 주석은 아시아에서 상석(上席)으로 인식되는 테이블 맨 앞자리에 앉아서 블링컨 장관을 만나 하급자에게 보고를 받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사진 로이터연합

오랫동안 지연됐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베이징 방문이 성사됐다. 양측이 인적 교류를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대화를 계속하기로 약속하는 등 긍정적인 지점이 있지만, 이번 방문이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 아슬아슬했던 대만 해협에서의 미·중 군함의 대치, 남중국해 상공에서 일어난 항공기 간 충돌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 통신을 재개하지 못한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미·중 양국 간 우발적 충돌의 위험은 여전히 크다.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우발적 충돌: 미국, 중국, 
거짓 서술의 충돌’ 저자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지역 회장, ‘우발적 충돌: 미국, 중국, 거짓 서술의 충돌’ 저자

근본적인 문제는 ① ‘개인화된 외교(personalized diplomacy)’ 방식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다. 맞다, 이는 미·중 관계 초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중국 방문은 단순한 무대 연출을 넘어 구소련을 삼각 포위하기 위한 결정적인 전략적 도박이었다. 닉슨과 마오쩌둥(毛澤東)을 시작으로 헨리 키신저와 저우언라이(周恩來)가 미·중 교전의 세부 사항을 조율하는 등 여러 층위의 개인적 인맥이 1차 냉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다. ‘개인화된 외교’는 그 효용성이 오래되었다. 미·중 관계를 관리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제약이 많고, ‘낯가죽이 얇은(thin-skinned·부끄러움을 잘 타거나 소심한 성품을 묘사하는 말)’ 지도자들의 손에 맡겨지면서 두 초강대국 간의 분쟁은 해결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두 지도자 모두 약한 모습을 보일 여유가 없다. 

예를 들어, 시진핑 국가주석은 블링컨과 35분간의 짧은 회담에서 테이블의 맨 앞자리에 앉아야 한다고 고집하며 미국의 고위 외교관으로 하여금 굴종적인 모습을 보이게 했다. 그리고 블링컨이 중국을 떠나자마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지도자를 독재자라고 언급하며 한 세기의 굴욕적이고 고통스러운 기억에 젖어 있는 중국의 민감성을 더욱 자극했다. 외교는 국내 정치에서 그 정당성을 도출하기 때문에 이러한(회담 등 개인화된 외교를 통한) 접근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 측에서는 블링컨이 베이징에 발을 들여놓기 훨씬 전부터 (중국 관점에서) 지극히 불쾌한 반중 발언들로 블링컨의 손을 묶어 놓았었다. 

미국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는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과 인터뷰에서 “외국의 침략 앞에서 포용은 반드시 유화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며 미국의 중국 포용을 비난했다.

안타깝게도 갤러거는 워싱턴 D.C.의 강경한 반중 정서를 대변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블링컨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었다. 이러한 극단적인 견해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는 창의적인 미국 외교를 배제시킬 수밖에 없었다. 일당 체제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정치적 고려 사항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시진핑 권력의 정당성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약속하는 이른바 ‘중국몽(中國夢)’에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없다면 시 주석은 대중과 당의 분노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성장 부진은 특히 우려스러운 점이다. 많은 사람이 기대하는 경기 부양책이 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압박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인구구조와 생산성 역풍이 겹치면서 중장기 성장 전망에 훨씬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및 동맹국과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한 성장 둔화까지 더해지면 중국 정치가 중국의 ② ‘회생 적자(rejuvenation deficit)’로 인해 엄중한 제약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취약한 자아는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바이든의 ‘독재 대 민주주의’ 프레임워크 같은 수사적 실책, 시 주석의 의자 배치 같은 무대장치, 바이든의 ‘독재자’ 잽 같은 명칭 등은 모두 균형을 벗어난 것이다. 지도자가 갈등 해결에 필요한 강인함이 부족할 때, ‘개인화된 외교’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새로운 접근 방식이 시급하다. 보다 제도화된 관계 모델로 전환하면 ‘낯가죽이 얇고 정치적 제약을 받는’ 지도자의 손에서 갈등 해결의 주도권을 빼앗을 수 있다. 이는 즉, 미·중 관계의 구조를 보다 단계 지향적으로 재구성하고, 실무 그룹 수준에서 더 높은 기술적 전문성을 통합하며, 상호 문제 해결 전략에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중 사무국에 대한 필자의 제안은 이전에 시도됐던 제도적 참여, 즉 ③ 전략 경제 대화와 상업무역공동위원회 방식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다. 두 노력 모두 현재의 갈등을 막지 못했고,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취소됐다(바이든은 이를 회복시키지 않기로 했다). 이 같은 제도적 참여는 양국 간 관계 관리를 위한 영구적이고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기까지 충분히 지속되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과 마찬가지로 필자는 두 강대국 간 여러 가지 까다로운 문제에 대한 관료주의적 접근 방식에 의문이 든다. 중국이 행동보다는 대화를, 규범 준수보다는 과정에 대한 논의를, 타협보다는 시간 벌기를 더 선호한다는 게 지금까지의 ‘워싱턴 컨센서스(The Washington consensus)’였다. 새로운 관료주의는 대조적인 시스템 간 근본적인 의견 차이를 해결해야 하는 이미 어려운 과제에 복잡성과 의사 결정 단계들을 추가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진전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화되고 개인화된 외교보다는 제도화된 접근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50년 전에 효과 있었던 방식이 오늘날에는 통하지 않는다. 양국 상황은 매우 다르다. 중국은 이제 기존 패권국에 대한 정당한 도전자다. 갈등 해결에는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미·중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개인화된 외교는 막다른 골목에 서 있다. 긴장이 고조되는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관계 구조가 필요하다. 미·중 사무국은 길고 험난한 갈등 해결이 더 늦어지기 전에 길을 탐색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정상회담, 고위급 회담 등 국가 정상이나 장관 등 최고위 당국자들 사이의 대화 등을 통해 국가 간 분쟁을 조정하고,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외교를 의미한다. ‘톱 다운(top down)’식 의사 결정으로 복잡한 사안을 단순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하노이 노딜’처럼 정상 간 관계가 틀어지면 모든 외교 관계가 중단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국가 회생을 추구하면서 직면하는 도전과 제약을 의미한다. 본문에서는 중국이 경제 회생 측면에서 생산인구 감소 등 결핍을 겪고 있어 성장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경제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 각료들이 참석해 양국 현안을 포함한 주요 국제 문제들을 조율한 회의. 이 대화를 계기로 미국과 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주요 2개국(G2)’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주석 간 합의로 2009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열렸으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중단됐다. 상업무역공동위원회는 미·중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협의체로, 주로 위안화 환율, 무역 규범과 관련된 주제들이 다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