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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위인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절대 피할 수 없는 두 가지로 ‘죽음’과 ‘세금’을 말했다. 더욱이, 이 두 가지가 결부된 ‘상속세’는 자산 증식 및 승계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망자가 피땀 흘려 쌓아 올린 부(富)는 대물림되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일에 직면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고액의 상속세 납부를 위해 상속재산을 물납 또는 매각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5월 말 정부가 국내 최대 게임 업체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의 2대 주주가 되었는데, 이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자 유족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NXC 지분 30%가량을 상속세로 물납했기 때문이다. 기업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에서도 강남권의 빌딩 매물 중 일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급매로 싸게 매각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

이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0억원을 넘어가면서 상속세 문제는 상기 사례와 같은 금수저만의 얘기가 아니다. 가계 자산의 60%가 넘을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의 자산 승계를 위해서는 항상 상속 설계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차장
감정평가사, 전 DL이앤씨· 이화자산운용 근무

현금형, 사전 증여형, 상속형으로 부동산 운용하기

사실, 죽을 때를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애초에 완벽한 상속 설계는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피상속인의 의도에 부합하고 상속인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서는 살아생전에 투자자 본인이 직접 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각 자산의 가치 및 상속세 등을 정기적으로 시뮬레이션하면서 끊임없이 궤도 수정을 해야 한다.

먼저, 부동산 상속 설계의 방향을 잡기 위해서 현재 보유 또는 투자 예정 부동산의 유형별 특징 및 현금흐름, 미래 가치 성장성 등을 고려하여 현금화할 자산, 사전 증여할 자산, 상속할 자산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현금화할 자산은 상속세 재원 및 은퇴 자금 마련을 위해, 사전 증여할 자산은 명의 분산 및 상속재산 가액 축소를 통한 절세를 위해, 상속할 자산은 상속인의 안정적 부동산 운용을 위해 필요하다.

현금형 자산은 단기간에 가치 훼손 없이 매각할 수 있는 환가성 높은 부동산 또는 정기적인 소득 창출이 가능한 연금성 자산이다. 풍족한 노후 생활을 포기하면서 부의 대부분을 물려주기보다는 피상속인 생전에 본인과 가족을 위해 여유 있는 생활 자금 확보가 최우선으로 필요하다. 더욱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환가성 낮은 우량 상속재산을 헐값에 급하게 팔 리스크도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부동산으로는 매각 기간이 짧고 환가성이 높은 아파트, 오피스텔,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상장 리츠) 등이 있으며, 연금성 자산은 장기적으로 가치 상승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 또는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고려해 볼 만하다. 연금성 자산은 점진적인 상속재산 축소의 효과가 있고, 장수할 경우 자산 가치보다 더 큰 현금 유입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사전 증여형 자산은 미리미리 가족별 분산 증여를 통해 상속재산 전체에 부과되는 상속세와 다르게 인별 계산되는 증여세의 이점을 살리는 것이다. 증여 후 10년이 지나 상속이 발생하면 상속재산에 합산되지 않기 때문에 명의 분산하여 증여하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설령 증여 시점으로부터 10년 내 상속이 개시되더라도 증여 시점의 낮은 증여가액으로 상속재산에 합산되어 상속재산 축소 효과도 있다. 이런 유형은 미래 가치 성장이 기대되는 재개발·재건축 부동산, 개발 호재 또는 시가화가 예상되는 토지가 대표적이다. 

상속형 자산은 상속인들이 자산 승계 후 안정적으로 자산 운용이 가능해야 한다. 대출이 많아 이자 부담이 큰 빌딩, 공실이거나 신용도 낮은 임차인으로 구성된 상가, 인허가 또는 건축 중인 개발 부지 등의 부동산을 상속받게 되면 자산 운용 관련하여 상속인 간 의견 합치가 어렵고, 심지어 분쟁으로 인해 보유를 포기하고 헐값에 시장에 내놓기도 한다. 또한, 상속세 납부를 위해 매각 대신 담보대출을 선택하더라도 수익이 낮다 보니 임대료로 이자 비용을 커버하지 못해 상속인의 재정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 따라서, 상속형 자산은 안정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장기 보유 목적의 상업용 부동산(빌딩·구분상가)이나 양도세 부담으로 피상속인이 처분하지 않은 환가성 높은 현금형 자산으로 구성해야 할 것이다.

부동산 상속 설계를 위해 알아두면 좋은 팁

첫째, 부동산 재산평가액 방식을 이해하자. 재산평가액 산정의 원칙은 상속개시일의 ‘시가’지만, 공동주택 외 자산의 경우에는 재산의 시가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감정평가액 또는 해당 부동산의 기준 시가(공시 가격)가 재산평가액으로 적용될 수 있다. 고가의 부동산이 아니면서 양도차익이 크다면 감정평가를 통해 상속인의 취득가액을 높여 향후 양도세를 절감할 필요가 있다. 당장 상속세를 줄여보고자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재산평가액 증감에 따른 상속세 변동액과 상속 후 자산 운용 전략에 따른 양도세 변동액을 따져 전체 합산 세액을 비교함이 합리적이다.

둘째, 부동산 정보를 가족 간에 공유하자. 갑자기 닥친 상속 문제로 유족이 고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부동산 취득, 제세공과, 임차인, 운영 명세내역, 각종 계약서 자료 등을 잘 정리하고 보관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중요 이슈 및 현안에 대해 기록하고 공유해야 한다. 상속 개시 후 6개월여간의 상속 준비 기간이 법적으로 주어지지만, 정리되고 공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상속인들이 재산관리 방안과 상속세 증빙자료를 마련하기 여간 힘들지 않다.

셋째, 상속 관련 법제의 변화에 주목하자. 정부가 올해 2월 기재부 산하 ‘조세개혁추진단’을 출범하면서 상속세의 ‘유산 취득세(상속인이 각자 취득하는 상속재산에 따라 세액 결정)’ 방식 전환 등 상속 세제 개편에 대하여 논의하고 있다. 향후 각종 공제제도, 세율 및 과표구간 조정 등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바, 변화되는 법제에 맞춰 증여와 상속의 비교 등 상속 설계의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재산상속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의 승계는 돈의 양만으로 되지 않는다. 돈의 사용법, 관리법도 가족에게 생전에 전수해야 부를 지킬 수 있다. 감당할 수 있는 돈의 그릇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많은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넘쳐흐를 수밖에 없다. 지식의 빈부 격차는 경제적 빈부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 물려줄 재산의 10분의 1이라도 자녀들의 경제 및 부동산, 세금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상속재산을 지키고 더 불릴 방법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