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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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우리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2월부터 이어져 오던 무역수지 적자가 16개월 만인 지난 6월 흑자 전환한 것이다. 동시에 하반기 수출 증가세 전환과 무역수지 흑자 기조 지속에 대한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어 다행스럽다. 다만, 좀 더 시계를 넓혀보면 국내 수출 경쟁력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는 것 같아 무척 염려스럽기도 하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먼저, 수출 회복 지연 이유가 글로벌 경기 부진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 수출 산업의 상대적 경쟁력 약화에도 기인한다는 점이다. 이는 올해 적자로 돌아선 대(對)중국 무역수지 악화 원인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고위 기술 제조업 부문의 경우는 중국 상품의 자국 내 시장 경쟁력이 우리 상품의 중국 시장 내 경쟁력보다 높은 수준으로 전환됐다. 중간재 부문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후반 5배를 넘던 장비의 무역수지비(수출·수입)는 지난해 2배를 소폭 상회할 정도로 둔화됐고, 부품과 소재는 1배를 다소 상회하는 정도까지 악화한 것이다. 당장은 대중국 경쟁력 하락을 우려해야 하지만 최대 무역수지 흑자 상대국인 베트남을 포함해 신흥개도국의 추격에도 사전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와 배터리 같은 수출 주력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반도체 과학법(2022), 중국제조 2025(2015) 및 14차 5개년 계획(2021), 일본 반도체산업부활전략(2022), 유럽연합(EU) 유럽반도체법(2023) 등 국가 및 지역 단위의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2022), 중국 3060 정책(2021) 및 14차 5개년 계획, 일본 축전지산업전략(2022), EU 배터리규정(2022) 및 넷제로산업법(2023) 등 배터리 역시 유사한 양상이다. 이는 결국 국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것을 대변한다. 또 하나는 우리 기업들의 국내 경쟁력 기반 약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기업의 국내 투자 부진 현상 장기화와 해외 투자 증가가 맞물려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해외직접투자의 경우 2010년에 부채(유입)보다 자산(유출)이 더 많아졌고, 지난해 말 부채 대비 자산 비율이 2.5배까지 확대됐다. 이래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최강국, 디지털 경쟁력 세계 8위 등과 같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더라도 국내 경쟁력 기반 약화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점들을 외면한 채 당장의 현상에만 집착하다 보면 어느새 경쟁력을 잃고 기업은 물론 국가 성장도 한계를 맞게 된다. 즉, 글로벌 흐름과는 달리 내수 시장에 천착하거나 현재의 영예에 매몰된다면 ICT를 필두로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은 모바일 인터넷 및 TV, 휴대전화, 디지털 TV 등 기술적으로는 많은 부문에서 세계 최초를 기록했지만, 내수 시장에 매몰돼 국제표준이나 세계시장 내 경쟁 우위를 갖는 실질적인 표준과는 거리가 멀었던 탓에 결국 수출 경쟁력을 잃고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 약화를 초래했다. 이를 두고 일본(Japan)과 갈라파고스(Galápagos)를 합성해 ‘잘라파고스 신드롬(Jalapagos syndrome)’이라고 하는데 아무쪼록 우리 산업과 경제에 대한 평가가 지금의 일본처럼 수년 내 콜라파고스(Kolapagos) 신드롬으로 명명되는 일은 없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처럼 산업 정책도 민간을 중심으로 하되 강력한 정책 지원이 지속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