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니븐 
카본큐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캐나다 빅토리아대 화학, 맥길대 환경공학 석사 사진 카본큐어
로버트 니븐 카본큐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캐나다 빅토리아대 화학, 맥길대 환경공학 석사 사진 카본큐어

건물이나 도로포장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꼽힌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모래·자갈 등을 섞은 혼합물인데, 주재료인 시멘트를 생산할 때 탄산칼슘 상태의 석회석을 고온으로 가열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기 때문이다. 국제기후연구센터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시멘트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약 26억t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net zero·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이 산업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며 캐나다의 저탄소 콘크리트 스타트업 카본큐어 테크놀로지스(CarbonCure Technologies·이하 카본큐어)가 주목받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카본큐어는 콘크리트 제조 과정에서 액상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시멘트 사용량을 줄이고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저감하는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이다. 카본큐어는 지난 7월 8000만달러(약 1015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스위스 임팩트 투자사인 브루어스캐피털이 주도한 이번 투자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우리나라 삼성물산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앞서 2021년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상금 2000만달러(약 254억원)를 건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로버트 니븐(Robert Niven) 카본큐어 CEO는 최근 서면 인터뷰에서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콘크리트를 기후 위기 대응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니븐 CEO와 일문일답.

미국 건설 회사 오징가(Ozinga)가 카본큐어 시스템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 카본큐어
미국 건설 회사 오징가(Ozinga)가 카본큐어 시스템을 이용해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 카본큐어

카본큐어는 어떤 기업인가.
“카본큐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기업이다. 우리는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활용, 저탄소 콘크리트를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해 시장 차별화를 꾀했다. 지금까지 30여 개국의 콘크리트 생산 업체에 750개 이상의 솔루션 시스템을 제공했다.”

카본큐어의 기술도 자세히 설명해달라. 이 기술을 적용한 콘크리트와 일반 콘크리트의 차이는 무엇인가.
“콘크리트 재료인 시멘트, 모래, 물 등을 혼합할 때 액체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 이때 주입된 액상 이산화탄소는 시멘트와 반응해 화학적 광물(탄산칼슘)을 생성하고,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동시에 콘크리트 강도를 높인다. 결과적으로 콘크리트 생산 업체는 시멘트 함량을 줄이면서 탄소 배출량과 시멘트 사용에 드는 비용을 함께 감축할 수 있다. 카본큐어 기술로 생산한 레미콘(Ready Mixed Concrete)은 (일반 레미콘 대비) 평균적으로 1m³당 15㎏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절감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매년 5억t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는 매년 자동차 1억 대를 도로에서 퇴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실제 업계에서 이런 저탄소 콘크리트 수요가 있나.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에서도 지속 가능한 건설자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일례로 많은 미국 연방, 주,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인프라 건설이나 기타 정부 지원 프로젝트에서 저탄소 건설자재를 요구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콘크리트 소비의 약 40%가 정부 프로젝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이는 건설 업계 전반의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기후 위기 대응을 목표로 하는 주요 기업들도 새로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창고, 사무실 등을 지을 때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 제너럴모터스(GM), 링크드인, 맥도널드 등이 우리 기술을 적용한 콘크리트를 사용했다.”

결국 카본큐어는 온난화 같은 기후 위기를 첨단 기술로 해결하려는 기후 테크 기업이다. 이런 기술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뭔가.
“콘크리트는 강도, 내구성, 유연성 등이 뛰어나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설자재다. 업계에서는 2060년까지 전 세계 건물이 현재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매달 뉴욕시 하나를 더 짓는 것과 같다. 결국 이는 엄청난 탄소발자국을 남길 것으로 예상한다. 콘크리트의 주재료인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7%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카본큐어는 기후 위기 주범으로 꼽히는 콘크리트를 기후 위기 대응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데 주목했다. 실제로 카본큐어 콘크리트는 생산과정에서 시멘트를 덜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가두는 역할도 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른 기술도 있나.
“카본큐어는 전 세계 콘크리트 산업의 탈탄소화를 지원하기 위해 꾸준히 다양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생산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를 재활용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콘크리트 트럭을 세척할 때 사용하는 물에 공기 중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때 폐수에 섞여 있던 시멘트와 이산화탄소가 반응해 탄산칼슘을 생성하면서 시멘트 강도를 높이고 이산화탄소를 영구 저장하는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연합(EU) 탄소국경제도(CBAM) 등 세계 각국 정부가 탄소 중립 정책을 도입하면서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제거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책 지원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정부의 이런 행보는 탄소 감축을 가속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IRA 도입 이전에 연방 정부가 탄소 배출량이 낮은 건설자재를 사용하도록 하는 ‘바이 클린(Buy Clean)’ 정책을 펼쳐 지속 가능한 콘크리트 사용을 촉진했다. 이는 기업들이 어떤 구매 결정을 할 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도록 하는 강력한 신호가 되고 있다.”

카본큐어의 목표는.
“카본큐어의 최종 목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산업계, 학계, 정부 및 시민사회의 (탄소 중립) 목표에 부합하는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콘크리트 생산과정에서 완전한 탈탄소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콘크리트·시멘트 업계는 물론, 건설 업계와 정책 입안자 등 모든 관계자가 이런 전환에 적극 동참하도록 지원할 것이다.”

Plus Point

韓 건설 업계도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활용 잰걸음…탄소 중립 속도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건설 업계도 탄소 배출 주범으로 꼽히는 시멘트 사용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국내 건설사 최초로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 도입 본격화를 선언했다. 대우건설이 한라시멘트와 공동 개발한 저탄소 친환경 콘크리트는 기존 콘크리트 대비 약 54%의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롯데건설은 친환경 신소재 개발 스타트업 위드엠텍과 함께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 콘크리트는 시멘트를 5%만 사용하면서도 기존 콘크리트와 강도가 동등하고, 염분 피해에 강한 내구성을 갖췄으며, 기존 콘크리트 대비 탄소 배출량을 최대 90% 저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자체 개발한 친환경 시멘트 ‘포스멘트’ 생산과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에 따르면, 포스멘트는 시멘트 제조에 철강 생산공정 부산물인 고로슬래그를 사용해 일반 시멘트와 달리 석회를 굽는 과정이 필요 없어 최대 60%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현대건설도 친환경 콘크리트 개발 행렬에 동참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스위스 친환경 건설자재 전문기업 홀심과 ‘저탄소 건설 재료 공동 개발 및 기술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 협약을 통해 현대건설은 △탄소 발생량 저감을 위한 소성 점토(칼사인드 클레이) 활용 저탄소 신재료 개발 △해양 환경 대응 고내구성 콘크리트 기술개발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