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 제이씨어패럴 최고경영자(CEO)
성균관대 경영학 중퇴, 
전 미래에셋 자산운용팀 펀드매니저, 
전 엠티스타일 CEO, 전 제이스패션 CEO 사진 카페24
정문섭 제이씨어패럴 최고경영자(CEO)
성균관대 경영학 중퇴, 전 미래에셋 자산운용팀 펀드매니저, 전 엠티스타일 CEO, 전 제이스패션 CEO 사진 카페24

한국 패션의 메카 동대문시장(이하 동대문), 이곳의 도매 사업자 60%가 이용하는 플랫폼이 있다. 바로 의류 도·소매 사업자를 연결하는 기업 간(B2B) 패션 플랫폼 ‘이지픽(easypick)’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가 자회사 제이씨어패럴을 통해 2019년 출범한 이지픽은 온라인 쇼핑몰들이 사용하는 사입(仕入) 대행 전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지픽은 50여 년간 수기(手記) 장부(일명 장끼)와 현금 거래가 만연했던 동대문 생태계를 온라인으로 전환해 도매 상인과 쇼핑몰 사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핫핑, 마리앙플러스, 육육걸즈, 공구우먼 등 연매출 수백억원의 온라인 쇼핑몰을 비롯해 유명 브랜드 300여 곳이 이지픽을 이용하고 있다. 또 동대문 도매 기업의 60%에 해당하는 1만1600곳이 이지픽과 거래한다.

업계에 따르면 이지픽은 올해 상반기 주문 거래액이 28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 측은 올해 연간 거래액이 전년 대비 두 배 성장한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7월 18일 만난 정문섭 제이씨어패럴 최고경영자(CEO)는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온라인 수요가 늘면서 2020년부터 매년 100% 성장하고 있다”면서 “도매상과 쇼핑몰 모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동대문 사입 플랫폼 ‘이지픽’. 사진 카페24
동대문 사입 플랫폼 ‘이지픽’. 사진 카페24

동대문 사입 대행 플랫폼…쇼핑몰 300개, 도매상 60% 이용

기존에도 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하는 사입 플랫폼은 있었다. 정 대표는 “기존 사입 플랫폼이 신제품 나열에 그치는 데 반해, 이지픽은 상품 자동 추천과 샘플 당일 집배송 등 사입 업무에 필요한 기능을 시스템화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기 장부와 현금 결제, 미송 등 동대문에서 통용되던 낙후된 결제 방식을 개선했다. 과거엔 소매상이 각 도매상에 일일이 제품을 주문하고, 계좌 이체 등을 통해 제품값을 치르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했지만, 이지픽을 통하면 여러 곳에서 주문한 제품을 한 번에 정산하고 세금계산서도 쉽게 발행할 수 있다.

사입 거래 시 종이 영수증 형태로 주고받던 장끼도 사라졌다. 장끼는 거래처 이름과 위치, 전화번호, 계좌, 상품명, 색상, 단가, 수량, 금액 등이 적힌 일종의 영수증이다. 사람이 수기로 일일이 관리해 정확도가 떨어지고 분실 우려도 컸지만, 이지픽에서는 모든 정보를 자동으로 전산에 입력·관리하고 언제든 편리하게 조회할 수 있다. 

미송 현황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송이란 소매상이 도매상에게 제품이 나오기 전에 대금을 선결제하고 제품 입고 후 배송받는 것으로, 재고를 선점하기 위해 행하는 거래 방식이다. 과거엔 도매상이 미송 내역을 직접 관리하는 탓에 주문해 놓고도 원하는 만큼의 물량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지픽에선 미송 현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어 공백 없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정 대표는 이지픽을 “쇼핑몰과 도매상 모두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지방에 소재한 쇼핑몰 사업자들도 이지픽을 통하면 사업이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둔 쇼핑몰 육육걸즈의 경우 연간 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중국, 대만,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다.

정 대표는 “월 매출이 5억원 이상 나오는 쇼핑몰이 이지픽을 이용할 경우 1.5명분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며 “현재 거래하는 300여 개 쇼핑몰 중 이탈한 곳이 10곳도 안 될 만큼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예측 발주 등 서비스 고도화…‘유튜브 쇼핑’ 시너지 기대

이지픽 출범 초기엔 이른바 ‘사입삼촌’들의 반발이 거셌다. 사입삼촌이란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사입자를 부르는 애칭으로, 쇼핑몰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도매상에서 물건을 구입해 쇼핑몰에 배송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시스템의 핵심이 사입삼촌을 영입하는 것인데,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이들을 섭외하는 데만 1년 정도 걸렸다”면서 “현재 150여 명의 사입삼촌과 협력하고 있는데, 업무가 수월해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픽은 올해 중 자동 발주 기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판매량 등의 데이터에 기반해 자동으로 발주 계획서를 생성하는 서비스로, 수동으로 진행 시 2시간 정도 걸리는 작업을 5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

예측 발주 서비스도 시행한다. 쇼핑몰의 판매 현황을 보고 수요를 예상해 발주가 들어오기 전에 미리 제품을 준비해 보내주는 식이다. 사람의 직감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으로 재고 관리의 정교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주문 수집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동대문 상인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송 입고율을 현재 50%에서 70~80%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최근 유튜브가 카페24와 손잡고 국내에 쇼핑 채널을 연 만큼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지픽을 통해 사업을 키워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6월 30일 유튜브는 전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판매 방송·라방) 쇼핑 채널을 선보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쇼핑 연동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카페24를 통해야 한다.

정 대표는 “자동 발주 및 예측 발주 기술이 구현되면 사입 프로세스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도매상과 쇼핑몰들의 무한 성장을 위한 파트너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lus Point

유튜브 쇼핑 연동으로 영향력 키우는

카페24는 지난해 말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튜브 쇼핑 연동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튜브 쇼핑 연동 서비스는 유튜브 채널과 자사 몰을 연동해 라이브 커머스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상품 사진, 제품명, 가격 등을 시청자에게 노출하는 서비스다. 

쇼핑몰 사업자는 유튜브 라이브로 제품을 소개하면서 동영상 아래 ‘제품 섹션’을 통해 바로 판매할 수 있다. 생방송 중 시청자들의 문의가 들어올 경우 채팅으로 바로 답해 줄 수도 있다. 

카페24는 D2C(소비자 직접 판매) 자사 몰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판매 채널 확대와 마케팅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36만 명을 보유한 ‘아랑’의 경우 지난 1월 카페24 플랫폼을 통해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해 하루 시청자 2만 명을 모았고, 방송 당일 오후 7시부터 다음 날까지 1억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6월 30일 유튜브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공식 쇼핑 채널을 열고 라이브 커머스 사업을 본격화함에 따라 더 많은 크리에이터가 성장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유튜브 쇼핑 채널 첫 방송인 삼성전자 ‘갤럭시워치5’ 방송은 조회 수 3만7000회가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업계에선 유튜브의 국내 이용자가 월간 4095만 명에 달하는 만큼 향후 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고 평가한다. 이런 기대감으로 최근 카페24의 주가는 연초와 비교해 40% 이상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