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14일 서울 반포동에 있는 신한은행 ‘PWM(Private Wealth Management·개인 자산 관리)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를 찾았다. PWM 패밀리오피스는 금융자산 100억원 내외 초고액 자산가와 그 가문을 대상으로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열었다.
PWM 패밀리오피스 라운지에 들어서니 전체적으로 화이트와 누드톤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포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줬다. 대리석 벽면과 대형 스크린, 장미꽃 등이 포인트가 돼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도 물씬 풍겼다. 천장에는 특수 재질의 한지가 자유롭고 불규칙하게 얽혀 문양을 만들어 냈고, 그 너머 탁 트인 창문 밖으로 보이는 고층 건물과 한강 전망은 고급 휴식처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PWM 패밀리오피스는 개인, 가문, 기업의 생애주기별 일대일 자산 관리(WM)를 한다. 투자 컨설팅 등 단순 WM 서비스뿐 아니라 기업 컨설팅, 세무, 부동산, 법률, 회계 등 고객 상황에 따라 맞춤형 WM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를 위해 PWM 패밀리오피스 반포센터에는 전문 프라이빗뱅커(PB) 12명이 상주해 있다. 신한금융그룹 내 각 분야 전문가도 상시 대면·비대면으로 고객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PWM 패밀리오피스의 가장 큰 특징은 초고액 자산가 가문 관리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은 별도의 ICC(Investment Consulting Center)팀을 만들었다. ICC팀은 지분 매매, 세금, 노후 자금 설계, 상속, 증여 등 가문 관리 서비스를 전담한다. 자산 형태와 구조, 이에 따른 세금이나 법률 관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컨설팅을 진행하는 데 팀 체제가 동원된다. 이들은 가문 관리의 최적 방법을 찾고자 한다. 가령 세무사가 단순히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것과 달리 ICC팀은 어느 자녀에게 어떤 자산을 언제 물려주는 게 가장 유리한지, 해답을 제공하고자 한다.
강남의 대표 부촌 중 하나인 반포동에 센터가 있는 점은 패밀리오피스 운영에 적절하다고 평가된다. 최근 강남권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압구정동에서 대치·도곡동을 거쳐 반포동으로 부의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또 반포동은 70대 이상 전통 부자나 30~40대 영리치(young rich·젊은 부자)보다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전문직 등 사회활동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50~60대가 주축인 지역이다. 이들은 자녀에게 상속과 증여를 통해 반포동 인근에 함께 거주하며 부를 이어가려는 특징이 있다.

명품 구입부터 유명 레스토랑 예약까지 가능
최근 금융권에선 프리미엄 특화 점포를 통한 고액 자산가 모시기 경쟁이 심화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PWM 패밀리오피스는 고객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패밀리오피스 멤버십을 통해 차량 의전, 여행 일정 관리, 호텔 예약, 명품 구입, 골프 부킹 등 컨시어지(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들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약 대기가 수개월인 유명 레스토랑의 예약을 제공하거나 국내 프로골퍼와 동반 골프 대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해 차별화된 경험도 만들어 준다. 아울러 20~30대 신흥 자산가 고객을 위해 30대 젊은 PB를 선발해 PWM 패밀리오피스에 배치했다.
초고액 자산가가 타깃인 만큼 PWM 패밀리오피스 상담실은 기존 PB센터와 다르게 설계했다. 고객 상당수가 외부와 접촉을 지양하는 만큼 상담실과 은행 창구도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도록 했다. 다섯 개의 상담실을 북유럽풍부터 한국 전통풍까지 다양한 콘셉트로 만들었다.
또 상담실 내부에 은행 업무가 가능한 전산 기계가 설치돼 있어 상담과 동시에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상담실 전면에 있는 대형 모니터로는 신한금융그룹 본점과 연결해 전문가들과 실시간 상담도 가능하다.
아울러 PWM 패밀리오피스는 여러 편의 시설도 제공한다. 라운지에는 카페 시설이, 다이닝룸에는 와인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미디어룸은 방음 설비에 홈시어터 등이 있어 프라이빗한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 고객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대여금고도 운영 중이다. PWM 패밀리오피스는 고객이 언제든 개인적으로 내부 공간과 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은 내부 공간에서 사교, 취미 활동, 영화 감상은 물론 업무 미팅이나 학회 모임 등을 진행할 수도 있다.
차별화된 서비스와 시설로 PWM 패밀리오피스는 지난해 출범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은 PWM 패밀리오피스 출범 이후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초고액 자산가 고객이 13%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WM 특화 점포 강화하는 은행들

다른 시중은행들도 신한은행 PWM 패밀리오피스 같은 고액 자산가 대상의 특화 점포를 늘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7월 13일 고액 자산가를 위한 ‘TCW(TWO CHAIRS W)’ 조직을 신설하고, 12명의 지점장급 PB를 배치했다. TCW는 기존 우리은행의 고액 자산가 특화 점포인 ‘TCP(Two Chairs Premium)’를 개편한 곳이다. TCP에 팀장과 부지점장급 PB를 배치했다면, TCW엔 지점장급 PB를 배치했다. WM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나은행도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 점포 ‘클럽원(Club1)’을 올해 하반기 서초동과 반포동 일대에 신설한다. 지난해 한남동에 2호점을 개점한 이후 2년 만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의 PB센터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를 열었다. 클럽원과 압구정 플래그십 PB센터는 개인 맞춤형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와 함께 패밀리오피스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은행권이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특화 점포를 강화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비(非)이자 이익 확대를 위해서다. 비이자 이익은 펀드·보험 등 판매로 거둔 수수료나 유가증권·외환·파생에 대한 투자 수익 등이다. 자산 규모가 큰 고액 자산가들은 자산 관리 수수료나 투자 규모도 크다. 그만큼 은행권의 비이자 이익 확대에 기여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아울러 상속·증여, 세무·부동산 등 단순 WM 형태에서 더 넓어진 사업 영역은 은행의 미래 먹거리로 평가되는 핵심 사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을 통한 이자 이익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며 “최근 금융 당국도 은행권의 비이자 이익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이자 이익 확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WM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