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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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허리가 아픈 적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척추는 목부터 꼬리뼈까지 33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관절이 뼈마다 2개씩 있고, 뼈 사이사이에는 디스크라 부르는 물렁뼈가 23개 존재한다. 아플 만한 구석이 너무 많다. 일을 많이 해도 아프고 운동이 부족해도 아프다. 이래저래 각양각색으로 아픈 사람들의 가장 무거운 이야기는 아마도 의사 입에서 나오는 ‘수술하셔야 합니다’가 아닐까. 누구도 듣고 싶지 않은 그 말, 과연 의사가 언제 꺼내게 되는지를 알아보자.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신경외과 원장
현 고려대 의과대 외래교수, 
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현 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전 서울척병원 전임의
차경호 연세스타병원 신경외과 원장
현 고려대 의과대 외래교수, 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정회원, 현 대한스포츠의학회 정회원, 전 서울척병원 전임의

일반적으로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없는 경우 척추 수술을 하지 않고 주사 치료나 비수술적 치료를 한다. 장애가 동반되지 않거나 증상 자체가 오래되지 않은 환자에게 보존 치료를 먼저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전문의로서의 경험에 따르면 통증을 조절하면서 버티다 보면 이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번의 보존 치료에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MRI라 부르는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정밀 검사를 하게 된다. 현대의 척추 수술에는 기본적으로 MRI 검사가 꼭 필요하다. 척추 수술을 한다는 것은 척추 이외에도 디스크, 신경, 인대 같은 조직들의 조합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연부 조직을 볼 수 있는 검사인 MRI를 해야만 한다.

기본 X-ray만으로도 뼈의 골절이나 퇴행성 병변의 의심 부위를 찾을 수 있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병의 진행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뼈를 둘러싼 연부 조직의 손상 여부 등의 정확한 진단은 어렵다. 의사가 수술을 결정할 때 이 정보가 중요하다. 특히 검사 후 환자와 의사 간에 오가는 대화는 환자 정보를 수집해 앞으로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MRI 검사 후 의사가 수술을 결정하면 반드시 수술해야 할까. 일반적인 의사를 만났다면 수술을 안 해도 될 병을 굳이 수술하자고 하지 않는다. 다만 각각의 개인 상태에 따라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와 수술이 필요하지만 응급하지 않은 경우를 구분할 수 있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상지나 하지의 근위약이 진행하고 있거나 신경학적 장애가 나타나는 경우다. 신경학적 장애는 보행장애, 대소변 장애 증상을 말하며 이러한 증상은 수술이 늦어질수록 신경 회복이 힘들어진다. 신경학적 장애가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을 급속하게 악화시키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수술해야 한다.

퇴행성 질환은 보존 치료를 해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 혹은 반대로 지나치게 많은 보존 치료(특히 효과를 보기 쉬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로 다른 전신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에 수술을 고려한다. 예를 들어 가장 흔한 척추관협착증의 경우 3단계로 질환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다. MRI 영상에서 신경의 가닥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중증 환자는 수술이 필요하다.

다만 척추관협착증이 심해도 어제까지 잘 걷던 사람이 내일 갑자기 앉은뱅이가 된다거나 배뇨 장애가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응급하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편으로 수술하지 않고 버티면서 몇 달 지낸다고 증상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수술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경우는 척추 수술 시기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리적으로 환자가 결심 후 의사와 충분히 신뢰를 쌓은 뒤에 수술을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

전문의로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그럼에도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에게 이렇게 설명하곤 한다. “내일 수술하셔야 하는 병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하셔야 합니다. 100세까지 사시려면 아직 수십 년이 남았는데 제가 새것처럼 바꿔 드릴 수 없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건강하게 남은 생을 사시는 데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