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위기의 역사
오건영│페이지2북스│2만8000원│477쪽│7월 26일 발행

“어떤 조치라도 하겠다(Whatever it takes).”

2012년 7월 26일(현지시각) 마리오 드라기 당시 유럽은행(ECB) 총재가 런던의 한 투자 콘퍼런스에서 내놓은 세 단어에 국제 금융시장이 열광했다. 2010년 5월 그리스의 재정 부실 위험을 시작으로 연쇄 부도와 같은 침체의 늪에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했던 유럽의 입장에선 환영할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덕분에 유로화를 팔고 떠나려던 투자자들은 일시적으로 돌아왔고, 이후에도 드라기 총재는 유로존의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유럽판 양적 완화’를 실시해 급한 불을 끄는 듯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과 미국도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중국은 당시 세금 수입을 넘어서는 정부 지출을 통해 폭발적인 경기 부양책을 실시했다. 미국은 2009년 3월부터 시작한 제1차 양적 완화가 2010년 4월에 예정대로 종료됐는데, 신용도가 가장 취약한 곳부터 무너질 조짐을 보이자 어쩔 수 없이 2010년 11월 다시 2차 양적 완화에 돌입했다. 그러나 호황처럼 보이던 순간에도 끝은 있었다. 대부분 국가가 벌였던 강력한 돈 풀기 정책은 한순간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로 다가왔고, 각국은 금리 인상 등 긴급한 긴축 정책으로 선회하는 ‘단절’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슈퍼마리오’라는 별명으로 위기 때마다 유로존 경기를 되살려 놓았던 드라기 총재 역시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은행권 유동성 확충을 위해 저금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새롭게 시행하는 등 드라기 총재가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수준(마이너스 금리)까지 도달하자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이것이 돈 풀기 정책을 취했던 각국에서 급격히 금리 인상으로 방향이 바뀌며, 침체의 공포가 퍼진 배경이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저자가 당시 분위기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신문 기사 등을 활용한 팩트 기반의 경제 에세이를 냈다. 저자는 “과거의 불안했던 시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갖게 된다면, 앞으로 찾아올 수 있는 불안한 시기에 대해서도 대처할 수 있고 나도 모르게 공포감에 휩쓸리는 상황은 피할 수 있다”고 말한다. 

18개의 금융 위기 관련 사례가 담긴 이 책은 각각의 에세이가 한 편의 영화 같은 구성이다. 도입부에는 만화 일러스트를 통해 그림으로 관련 상황을 먼저 설명한다. 이후 시간 흐름에 따른 나열식의 사건 서술이 아닌, 에피소드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 중간중간에 당시의 경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는 신문 기사 200여 편을 함께 실었다는 점이다. 경제 기사를 단편적으로 읽는 것이 아닌, ‘위기’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서 읽으면 상황을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쉽다. 

책은 크게 네 가지 파트로 나뉜다. 1장부터 6장까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 부진을 부른 반도체 쇼크, 대한민국 금융을 파괴한 단기외채 공포, ‘제2 외환 위기’의 가능성 등에 대해 논했다. 7장부터 9장까지는 인터넷 혁명이 몰고 온 ‘닷컴 버블’의 생성과 붕괴를 담았다. 닷컴 버블 자체를 당시에는 경제 위기라고 칭하진 않았으나 당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부양책이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까지 몰고 온 상황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 담겼다. 10장부터 14장까지는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자세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도미노 붕괴의 시작이라 불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 대출) 사태, 글로벌 불균형을 부른 신흥국과 미국의 동상이몽 등에 대한 생각을 썼다. 15장 이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겨난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해 연준의 조치가 실패한 원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금융 공부를 할 때 ‘단절’과 ‘연속’이라는 단어를 감안해서 살펴보기를 추천한다. 평온한 경제의 흐름인 ‘연속’을 읽다 보면 지루하게 느껴지겠지만, 경제 위기를 뜻하는 ‘단절’의 포인트를 짚어내면 이전과 이후가 바뀌는 모습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금융과 경제에서 ‘단절’은 곧 경제 위기다. 이 포인트를 이해하면 금융 역사의 핵심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경제 입문자에게 좋은 길잡이 책이 될 것이다.

21세기 최고의 마케팅 바이블
보랏빛 소가 온다
세스 고딘│이주형·남수영 옮김│쌤앤파커스│1만8000원│280쪽│7월 12일 발행

제품 마케팅에서 항상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사람들은 왜 지갑을 열지 않는가’라는 질문이다. 저자는 이에 대해 당신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리마커블(remarkable)’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포지셔닝(Positioning), 포장(Packing) 등 여러 가지의 ‘P’가 아닌, 새로운 P인 ‘PURPLE COW(보랏빛 소)’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관계를 이해하는 MBTI 직장 매뉴얼
다름보다 아름
최원설·오하나·주민관│플랜비디자인│1만7000원│248쪽│7월 23일 발행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외향형(E)과 내향형(I), 감각형(S)과 직관형(N), 사고형(T)과 감정형(F), 판단형(J)과 인식형(P)으로 리더와 팔로어를 구분하고 크게 네 개의 범주로 나눠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해 보도록 책을 정리했다. 회사 생활은 이전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시간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업무 방법
일 잘하는 사람은 1페이지로 생각합니다
하세가와 신│조사연 옮김│한스미디어│1만7000원│280쪽│7월 14일 발행

최근 몇 년 사이에 나온 일과 커리어와 관련한 책들은 간결함, 단순함, 명료함을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과 다국적기업, 소셜미디어(SNS) 기업 등에서 근무하다가 끝내 창업을 선택한 저자는 자신의 커리어를 성공으로 이끌어 준 비즈니스 전투력에 대해 모두 ‘1페이지 사고법’에서 비롯됐다고 이야기한다. 회의장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1페이지 작성법 등 실전 팁이 들어있다.

특별한 삶을 여는 28가지 열쇠
생각하면 정말로 부자가 될 수 있는가?
라미 엘 바트라위│김영정 옮김│책장속북스│1만8000원│208쪽│7월 15일 발행

저자의 인생 모토는 ‘생각하라, 그리고 부자가 되어라’다. 그는 특별한 삶을 살고 싶다면 자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부자가 되기 위한 마음가짐으로 각자 자신의 한계를 극복해 내는 시련을 반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역경에 맞닥뜨렸을 때마다 똑바로 다시 일어서려는 마음과 태도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씨앗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낡은 도시 재생론
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허남설│글항아리│1만6000원│232쪽│7월 31일 발행

‘못생긴 서울’은 대체 어떤 서울일까. 건축학을 전공한 현직 기자가 재개발이라는 경제 논리로는 넘어설 수 없는 도시의 오래된 생태 논리에 대해 글을 썼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계동의 백사마을, 경사도가 60~70도에 이르는 다산동 주택 밀집 지역 등은 저자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곳들이다. 재개발되기 이전의 낡은 서울 공간들의 진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자.

트럼프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한 경고
역풍(Blowback)
마일스 테일러│아트리아북스│20달러│352쪽│7월 18일 발행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2020년에 이어 2024년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다. 고립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북한과 관계는 악화할 조짐이 보인다. 그가 북한과 핵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국토안보부의 고위직을 지낸 저자가 실화 기반의 책을 출판했다. 민주주의에 중요한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