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동국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 
‘부동산 재벌들’ 저자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
동국대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 ‘부동산 재벌들’ 저자 사진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부자들은 ‘무엇’을 살지 물어본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언제’ 사야 하는지 물어본다.”

7월 18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부동산 투자 성향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부자는 가격보다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투자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가격의 오르내림이 최우선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투자를 해야 할까. 고 대표는 부동산 부자가 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내 집 마련’을 꼽았다. 그는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아파트 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투자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기를 놓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고 대표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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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즉 ‘고액 자산가’의 기준을 어떻게 보나.
“보유한 총자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이면 부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20여 년 전만 해도 10억원 정도 자산 보유자를 부자로 봤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약 1900만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3만달러(약 3800만원)를 돌파했다. 사실 100억원이라고 해도 강남에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으면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오랫동안 자산 관리 전문가로 일했는데. 부자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으면.
“부자는 돈을 잘 안 쓴다.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진짜 부자일수록 사치도 절제해서 한다. 소위 명품에 목매지 않는다.”

최근 한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부자들은 올해 국내 부동산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향후 투자 의향 1순위로 부동산을 택했다. 부자는 왜 부동산에 투자하나.
“부자들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부동산에 관심을 둔다. 떨어질 때 더 산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평균 저축률이 32~37% 정도 되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총저축률은 오히려 떨어진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중산층은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 때문에 저축을 못 하게 되고, 부자들은 고금리에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니까 예금을 빼서 좋은 매물을 사기 때문이다. 국내 부자가 부동산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장기적 시각에서 상속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후손에게 자산을 물려줄 때, 세법상 부동산이 금융 자산보다 더 유리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이 크게 흔들렸는데. 부자의 부동산 투자는 어땠나.
“부자들의 주요 투자 대상인 꼬마 빌딩이 많은 명동을 예로 들어보자. 코로나19가 한창 극에 달했을 때 명동 상권이 완전히 죽었다. 이때 부자들이 매물을 내놨을까. 아니다. 설령 공실이 생기더라도 일단 그대로 뒀다. 반면 많은 중산층이 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서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매물을 내놨다. 다시 말하면 부자는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손 바뀜이 거의 없었다. 진짜 부자가 갖고 있는 매물은 시장에 잘 나오지 않는 게 특징이다.”

부자는 결국 돈이 많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아닌가.
“(물론 자산 규모의 차이도 있지만) 부자는 가격보다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투자한다. 부동산의 특성 중 하나가 ‘부동성(不動性)’이다. 서울 강남과 지방의 부동산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가격 차이는 엄청나다. 부자들은 처음부터 그런 입지를 고려해서 매물을 산다. 그러나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입지보다는 수중의 돈을 따진다. 그리고 시장의 좋고 나쁨에 따라 처분을 결정한다. 그러나 부자들은 가격 등락에 상관없이 무조건 좋은 걸 사서 지킨다는 마인드다. 실제로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투자 자문을 구할 때 질문도 다르다. 부자들은 ‘무엇’을 살지 물어본다. 하지만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언제’ 사야 하는지 물어본다.

또 보통 자산 관리 전문가들이 은퇴할 때쯤 부동산 자산을 처분해 현금 자산 보유 비중을 높이라고 하는데, 부자들은 오히려 부동산 비중을 꾸준히 늘린다. 매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현금 가치는 떨어지는데, 부동산은 속도의 차이가 있을 뿐 결과적으로 우상향했다. 재벌이 아닌 이상 그들도 처음부터 부자는 아니었다. 그들이 부자가 된 밑거름도 결국 부동산이다.”

그렇다면 최근 부자가 주목하는 부동산 투자처도 궁금하다.
“부동산 부자의 주요 투자 매물은 역시 꼬마 빌딩이다. 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는 서울 강남과 명동이지만, 최근 주목하는 곳은 성수다. 입지의 첫 번째는 소비 인구다. 사람이 얼마나 다니느냐는 유동 인구보다 한 명이 오더라도 소비를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하다. 때문에 투자 측면에서는 소비 인구를 불러들일 수 있는 업종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 업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권이 조성되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성수는 남은 호재가 많다. 성수 1, 2, 3, 4지구가 개발되면 우선 거주 인구가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 주도로 업무 오피스 공급도 많이 이뤄지고 있어서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 인구가 증가할 것이다. 사실 성수는 이미 소비 인구를 끌어들이는 힘이 크다. 인근에 서울숲이라는 소비 상권이 형성돼 있고, 유행을 선도하는 맛집이나 브랜드 상권이 구성되고 있다. 같은 이유로 홍대 상권도 주목받고 있다.”

올해 하반기 국내 부동산 전망은.
“사실 아파트는 부자의 주요 투자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 시장을 잘 활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올해 하반기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일단 금리 상승 기조가 꺾였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 금리를 더 올리기는 쉽지 않다. 또 정부의 1·3 대책으로 자금 조달이 용이해졌다.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로 무주택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이 매우 수월해졌고, 규제 완화로 1주택자들이 상급지로 갈아타는 수요까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4~6월 3개월 연속 월 3000건을 돌파했다. 경기도도 지난 3월 이후 월 9000건대 이상 거래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추석 전후로 서울 거래량은 월 5000건에 달할 것으로 본다. 거래량이 월 5000건을 넘으면 시장 자체가 매수자 우위에서 매도자 우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결국 가격도 더 상승할 수 있다.”

부동산 부자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하면.
“일단 자산 관리 마인드를 금융자산 중심에서 실물자산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기본은 내 집 마련이다. 서울 내에서는 재건축 중심, 신도시는 신축 아파트 중심으로 보는 게 좋다. 내 집 마련은 자산 관리 시작이자 은퇴 준비의 시작이다.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주택 연금을 신청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많은 사람이 ‘돈이 없으니까 좀 더 떨어졌을 때 사야지’라고 생각하지만, 돈을 모아서 현금으로 부동산을 살 수 있는 봉급쟁이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대출 끼고 집을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출받아서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하는 건 소비성 지출이지만,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실물자산을 저축하는 저축성 지출이다. 금리가 부담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금융위기 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7%를 넘었다. 그때 대출을 끼고 집을 산 사람들이 결국 부동산 부자가 됐다.

물론, 시장이 계속 좋을 수는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부동산은 우상향한다. 신고가를 경신했다가 가격이 파괴되고, 또 다른 신고가가 창조됐다가 조정받고 이런 움직임을 반복하면서 우상향하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 부동산 가격이 또 파괴됐으니, 지금은 다시 전 고점을 넘어서기 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리하면, 부동산 부자의 첫걸음은 내 집 마련이고, 이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가격이 더 내리기를 기다리다가 매수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