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반 리넨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현 영국 아카데미·계량경제학회·전미경제연구소(NBER)·노동경제학회(Society of Labor Economists)·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회원, 
전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진 존 반 리넨
존 반 리넨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
현 영국 아카데미·계량경제학회·전미경제연구소(NBER)·노동경제학회(Society of Labor Economists)·경제정책연구센터(CEPR) 회원, 전 매사추세츠 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사진 존 반 리넨

“내년 세계경제는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중국·유럽은 모두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한 경기 침체는 피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55 대 45’ 정도다.”

존 반 리넨(John Van Reenen) 런던정경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세계경제’를 이같이 전망했다. 내년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낙관론과 비관론, 어느 한쪽에도 힘을 실어주기 어렵다는 얘기다. 반 리넨 교수는 “내년 세계경제의 향방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라며 “미·중 갈등과 이로 인한 탈세계화가 세계경제의 지속적 번영에 가장 큰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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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유럽이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전쟁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내년 11월에 예정된 미국 대선의 결과가 전쟁과 유럽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해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유럽 내 정치적 분열도 유로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반 리넨 교수는 “최근 치러진 스페인의 총선과 내년 말 예정된 영국 총선 등 유럽에서는 포퓰리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련의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막대한 경제 손실을 겪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예시로 들며 “탈세계화를 가속화하기를 원하는 포퓰리즘 우파가 집권하면 경제적, 정치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 리넨 교수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출신의 저명한 경제학자로, 2017년에는 영국 여왕으로부터 ‘공공 정책과 경제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훈장(OBE)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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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현재 어떤 상황인가.
“세계경제는 ‘다중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은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가했고, 세계는 여전히 그 여파를 겪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인해 올해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봉쇄됐던) 세계경제의 빗장을 풀기 시작했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그에 따른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는 또다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심화시켰다. 높아진 물가에 근로자들은 임금 인상 요구로 대응했고, 기업은 높은 비용을 가격에 전가했다. 여기에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했다. 경제성장은 둔화됐다.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부 완화됐지만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웃돌고 있다.”

내년에도 세계경기가 침체에 빠질까.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크다. 경기 침체 여부는 전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미·중 갈등과 이로 인한 탈세계화는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번영에 가장 큰 위협이다. 특히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우려된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군사적 충돌이 없다면 이 격차가 크게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 간 격차가 변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본다. 미국·중국·유럽은 모두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한 경기 침체는 피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55 대 45’ 정도다. 그만큼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중국·유럽 경제를 더 구체적으로 전망한다면.
“미국 경제는 물가 상승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빠르게 상승하지 않는 등 가장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했지만, 언제든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다. (인터뷰 이후인 7월 26일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또 미국은 정치적 양극화를 고질적인 문제로 겪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도 예상보다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다. 정부의 경제 간섭이 강해지고, 서방과 무역 갈등이 더 심화된다면 중국은 1980년 이후 같은 높은 성장률을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은 미국과 중국, 두 경제 대국 사이에 갇혀 있다. 장기적인 인구 감소 문제에 더해, 정치적·경제적 분열도 심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전쟁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미국 대선이 유럽에 미칠 영향은 없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지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대폭 축소해 푸틴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푸틴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일부를 계속 점령하는 데 머물 것이다.”

이외에도 유럽에서 예정된 빅 이벤트는.
“최근 치러진 스페인의 총선과 내년 말 예정된 영국 총선 등 유럽에서는 포퓰리즘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일련의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전쟁과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몰려드는 이민자 문제는 유럽에서 극우파의 부상을 도왔다. 스웨덴에서도 지난해 선거에서 극우 정당인 ‘스웨덴 민주당’이 큰 승리를 거뒀고,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포퓰리즘 우파는 탈세계화를 가속화하기를 원한다. 이들이 집권할 경우 경제적, 정치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현재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해야 했다. 약 10년의 성장 동력을 잃은 것이다.”

영국 경제는 회복할 수 있을까.
“브렉시트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같은 무능한 정치인이 포퓰리즘의 물결을 타고 집권할 수 있게 해줬다. 일각에서는 (브렉시트가 발효된) 2021년 이후 영국의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영국은 가까운 이웃 국가들과 갈등을 겪으면서 무역, 외국인직접투자(FDI), 생산성 등이 많이 감소했다. 영국의 평균 실질 임금은 18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영국이 생산성과 소득을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유럽연합(EU)에 다시 가입하는 것이다.”

전 세계 금리는 언제쯤 하락세로 전환할까.
“답하기 어렵다. 올가을에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년에 하락하기 시작할 것으로 보지만, 하락하는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한다. 영국처럼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은 일부 지역에서는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경제 회복을 주도할 신기술이 등장하진 않을까.
“인공지능(AI)은 우리가 과거에 누렸던 높은 생산성과 경제성장률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이다. 하지만 그 시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느리게 올 것으로 보인다. 2년 후가 아닌 20년 후로 예상한다. 증기(1차 산업혁명), 전기(2차 산업혁명), 컴퓨터(3차 산업혁명) 같은 주요 기술의 역사를 보면 혁신을 발견한 뒤, 이 혁신을 효과적으로 사용해 생산성을 창출하기까지는 오랜 시차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일하는 방식을 대대적이고 조직적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이주형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