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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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비대면 영역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대면 비중이 컸던 자산관리 영역에도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자동화된 투자 자문)를 활용한 비대면 채널이 점차 늘어나는 모양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사태 전인 2019년만 82% 수준이었던 비대면 비중은 2020년 86%, 2021년 88.8%, 2022년 90.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대면 대출, 예·적금, 펀드 상품 가입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이유를 보자면, 인터넷 은행 활성화와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시중은행이 비대면 거래 상품 개발을 강화한 요인으로 볼 수 있겠다.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적립식 예금 상품의 비대면 거래 비중이 올해 상반기 기준 70~80%에 달했다.

국내 5대 은행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금융업무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점포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0년 은행 점포 수는 190여 개가 감소했으며, 2021년 상반기에도 90개 영업점이 폐쇄되는 등 감소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챗봇과 모바일 채널 확장과 함께 기존 오프라인 점포 대신 편의점 제휴 점포와 무인형 점포도 도입되는 추세다. 하나은행은 ‘스마트 셀프 존’을 도입해 편의점 내에 금융 서비스 전용공간을 마련, 편의점에 금융과 유통이 융합된 디지털 채널을 구축했다. 오프라인 점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접근성과 편의성이 높은 편의점 안에 은행을 입점시킨 것이다.

김태자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시니어 PB, 
재무설계사(AFPK), 
은퇴설계전문가(ARPS)
김태자 하나은행 CLUB1 한남PB센터 지점장
전 하나은행 방배서래 골드클럽 시니어 PB, 재무설계사(AFPK), 은퇴설계전문가(ARPS)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 잰걸음

올해 6월 금융위원회 회의에 따르면, 은행 영업점 감축에 대한 대응과 은행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와 협업해 금융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업무 위탁 제도 개선과 ‘은행 대리업 제도’ 도입 검토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특히 금융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한 은행 대리업은 각 국가의 금융 환경에 따라 제도가 조금씩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의 경우 우체국과 제휴해 은행 업무를 위탁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복권 판매점, 주유소, 약국 등에서 은행 업무가 가능하고, 은행 계좌 보유 비율이 낮은 케냐는 동네 소매상점에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이처럼 은행의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을 허용하는 것은 금융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금융 활성화와 소비자 편의에 기여한다.

은행 대리업 제도가 변화시킬 금융 산업의 모습은 첫째, 은행의 상품과 서비스 판매 채널이 확대되는 것이다. 우체국, 편의점 등 일상 편의 시설에서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면서 은행의 상품과 서비스를 중개 및 판매하는 ‘제판 분리(제조와 판매 분리)’ 현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둘째, 고령층과 디지털 취약 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향상될 수 있다. 농어촌 등 은행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 주민과 비대면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편의성을 도모할 수 있다. 셋째, 원스톱(One-Stop) 금융 서비스의 보편화다. 비금융 플랫폼 회사의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계좌 개설, 대출, 외환 등의 은행 업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성장세

최근에는 은행 앱을 통해 나의 소중한 자산관리를 인공지능(AI) PB(Private Banker·프라이빗 뱅커)와 상담하는 것도 보편화되고 있다. 고액 자산가가 아니어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누구나 자산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자문가의 합성어다. 알고리즘, 빅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을 활용해 개인의 투자 성향에 맞게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재구성하며, 운용해 주는 온라인상의 자산관리 서비스다. 통계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 국내 서비스의 운용 금액은 2019년 3월 기준 약 7200억원에서 2021년 3월 약 1조6500억원까지 120% 이상 성장했다. 하나은행에선 2025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규모가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업별 재무 상태, 주가 등 수천에서 수만 가지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머신러닝과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활용해 미래를 예측하고 투자한다. 그렇다고 로보어드바이저를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줄 대박 종목을 예측하는 족집게 AI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핵심은 개인의 투자 성향과 투자 기간 등에 맞춰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최적의 포트폴리오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다. 즉, 높은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주식가격 변동과 상관관계가 적은 종목들을 찾아 적당한 비율로 투자 종목과 비중을 결정하고, 매매 타이밍을 학습해 실행한다. 시장 국면 변화에 따라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또한 자동으로 수행한다. 금리 인상, 미 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외부 상황에도 감정적인 동요 없이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자산 배분이 가능해진다. 코로나19 이후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비대면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과 동시에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의 개인형 맞춤화된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로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 금융 서비스 본격화 전망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금융 자문(FA), 자산관리(WM), 프라이빗 뱅킹(개인은행) 업무에서도 AI를 활용한 서비스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 업무에서 로보어드바이저의 활용이 점증하는 가운데, 더욱 똑똑해진 AI가 중심이 돼 디지털 금융 테크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고 볼 수 있다. 

AI PB의 자산관리 관련 주요 내용을 보자면 자산관리 서비스, 전문가 상담, VIP 케어 서비스 범위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적인 PB의 영역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또한 AI PB 활동은 △영업점 통폐합 등으로 내점 고객이 혼잡해 창구에서 충분한 자산관리 상담이 어려운 경우 △내점이 어려운 고객이 영업점으로 전화 상담을 자주 요청하는 경우 △고객이 시황이나 보유 상품에 대해 주기적으로 자산관리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프라이빗뱅킹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게 지역과 니즈에 맞는 영업점의 연계가 필요한 경우 등에 더욱 부각된다.

AI 금융 서비스는 간편할 뿐 아니라 소액으로 자산관리가 가능하지만, 단점도 있다.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행하기에 데이터와 다른 시장 흐름을 읽는 데 한계가 있다. 코로나19 상황 등 급격한 시장 변화 같은 위기 상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수많은 알고리즘과 분석 모델을 탑재한 AI는 정보와 데이터를 학습해 가면서 발전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를 포착하고 우수한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성능이 개선되고 있다. 디지털이나 AI 등에 익숙한 MZ 세대가 주요 이용층이 되고 있기에 AI 자산관리 시장은 더욱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 PB가 필요한 이유

현대적인 프라이빗 뱅킹을 정의하자면 ‘최상위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법적·제도적으로 허용된 차별화된 각종 금융 및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첨단의 금융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고액 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전문가가 PB다. PB는 단순하게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 아닌 만큼, 다양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고객들과의 소통 능력도 무척 중요하다. 프라이빗 뱅킹 영업은 주로 일정 금액 이상 예치 고객을 관리하며 고급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을 말하는데,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가 자산관리를 넘어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금은 PB에게 요구되는 역량도 더욱 광범위해지고 있다. 자산가 맞춤형 투자 상품, 금융 컨설팅,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의 재무 목표 달성을 돕는 데 초점을 두고, 담당 PB는 고객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최적의 금융 솔루션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면 영업에서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진심과 정성은 PB가 해낼 수 있는 영역이다. 비대면 금융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 PB 영역은 대면 거래에서 더 많은 고객의 만족과 성과를 완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관리에 있어서 인간적인 소통을 끌어내는 이른바 ‘휴먼 터치(human touch·인간 감성)’ 방식은 AI PB가 따라올 수 없는 엄청난 경쟁력을 뒷받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