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내수 위축 속 온라인 쇼핑은 늘어
일본에서 자전거의 대량생산이 시작된 건 20세기 초다. 1936년에는 연간 10만 대 생산 체제를 갖췄고, 이어 꾸준히 생산량을 늘려왔다. 1950년대 들어 오토바이 생산이 시작되면서 자전거 메이커가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동시에 판매하거나 부품 제조를 겸업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85년 엔고를 유도한 플라자 합의 이후엔 대만 등지에서 자전거 수입이 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이후엔 대만 자전거 메이커와 부품 업체, 일부 일본계 메이커의 중국 시장 진출이 잇따랐다.
일본 자전거 업체들(부품 및 바퀴 포함)은 1960~70년대에 국제 경쟁력을 가졌으나 후발 경쟁국들의 추격과 오일쇼크 이후 내수 침체 영향을 비껴가지 못했다. 일본 자전거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2022년의 일본 국내 출하 대수(국내 생산 대수+수입 대수)는 전년보다 16.1% 줄어든 578만 대였다. 지난 2011년 국내 자전거 출하 대수는 1055만 대였으나 동일본대지진의 반짝 특수 이후 계속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기간에 자전거 이용이 늘면서 소폭 증가한 뒤 지난해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저가 외국산 자전거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자전거 내수 시장의 국산 비중은 1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내수 시장은 외형 축소뿐 아니라 판매 채널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자전거 전문 매장이나 쇼핑몰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판매는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자전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 시장조사 기관 닌트(Nint)에 따르면, 일본 3대 전자 상거래 업체(라쿠텐·아마존·야후쇼핑)에서 올해 판매되는 자전거는 약 81만 대로, 전년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접이식 자전거와 20인치 자전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동 자전거 보급 확산
일본 내 자전거 판매 대수는 줄고 있으나 스포츠 자전거와 전동 자전거 수요는 증가하는 추세다. 몇 년 전부터 출퇴근 러시아워나 만원 전차를 피하기 위해 성능 좋은 ‘스포츠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전거는 사용 용도에 따라 시티 바이크(생활 자전거), 로드 바이크, 산악자전거(MTB), 특수용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스포츠 자전거는 로드 바이크와 마운틴 바이크 등을 지칭한다. 시티 바이크와 비교해 가볍고 속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최근 들어 전기로 달릴 수 있는 스포츠 자전거 보급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는 모터가 주행을 지원하지만, 일정 속도가 되면 모터 가동이 자동 중단된다. 페달을 밟으면 일반 자전거와 마찬가지고, 모터를 가동하면 페달을 밟지 않아도 자전거가 움직인다. 모터만으로 작동하는 전동 자전거와 구별된다. 일본 도로교통법상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는 자전거, 전동 자전거는 자동 이륜차로 분류된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생산 대수는 2013년 44만 대에서 2022년 60만 대로 증가했다. 일본 내 자전거 생산 대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80%를 넘는다. 지난해 일본 국내 자전거 총생산 대수는 전년보다 11.0% 감소한 75만317대, 금액 기준으론 5.3% 줄어든 602억7929만엔(약 5545억원)이었지만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생산은 늘어났다.
시마노, 야마하발동기, 파나소닉사이클테크 등이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는 최저 10만엔(약 92만원) 이상이다. 어느 정도 이상의 성능과 서비스를 원한다면, 25만~40만엔(약 230만~368만원) 정도이며, 100만엔(약 920만원) 넘는 제품도 있다. 비쌀수록 주행 성능이 높고, 배터리도 장시간 유지된다.
세계 자전거 80%에 부품 넣는 시마노
일본 자전거 업체 중 상장 회사는 변속 기어 등을 생산하는 시마노와 소매업을 주력으로 하는 아사히가 있다. 자전거 완제품 메이커로는 브리지스톤, 파나소닉, 야마하 등이 있지만, 주력 사업이 아니어서 공개하는 정보가 많지 않다.
세계 자전거 업계 순위는 시마노(일본), 자이언트(대만), 악셀그룹(네덜란드), 도렐(캐나다), 메리다 인더스트리(대만) 등이다(2020년 매출 기준).
시마노는 변속기 등 자전거 핵심 부품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 자전거 부품 산업을 대표한다. 1921년 작은 철공소로 창업한 시마노는 1973년 ‘듀라에이스(Dura-ace)’로 불리는 부품을 선보였다. 변속기와 체인 등 주요 부품을 한꺼번에 묶어 파는 컴포넌트 방식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방식을 통해 고품질 제품을 무기로 자전거 부품 시장에서 독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시장이 급팽창하는 전동 어시스트 자전거 부품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80%의 자전거에 시마노 부품이 들어간다. 시마노의 자전거 사업 부문 매출은 해외시장이 90%를 넘는다. 자전거 사업 부문 매출은 2012년 1982억엔(약 1조8234억원)에서 2021년 4437억엔(약 4조820억원), 지난해 5174억엔(약 4조7601억원)으로 급증했다.
100년 기업 시마노, 차별화에 승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시마노의 경쟁력은 차별화다. 다른 부품 업체와 제휴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고부가 부품을 독점하는 방식이다. IT 등 첨단 기술을 응용한 자전거 부품 개발 경쟁에도 적극적이다. IT를 활용한 GPS, 블루투스, 도난 방지 시스템 등을 신제품에 속속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시마노는 2020년 파이오니아가 보유한 사이클 스포츠 사업 일부를 양도받았다. 파이오니아가 보유한 페달링 모니터, 사이클 컴퓨터 기술을 시마노의 자전거 부품 생산에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시마노는 올해도 미국 스페셜라이즈드와 손잡고 최신 로드 바이크 제품을 선보였다. ‘성능’과 ‘무게’ 가운데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 기존 로드 바이크에 종말을 고하는 신제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스페셜라이즈드는 경륜 선수뿐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도 폭넓은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는 스포츠 자전거 브랜드다. ‘Pedal the Planet Forward(페달을 밟아 지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자)’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사이클링을 통해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경과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페셜라이즈드는 2023년형 신제품에 시마노의 전동 변속 시스템 105 Di2를 탑재했다. 로드 바이크의 타맥(Tarmac)과 에토스(Aethos) 두 모델이다. 속도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타맥은 어떤 프레임 사이즈든 상관없이 최고 주행 특성을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에토스는 주행감, 가벼움, 스타일을 최고 균형으로 실현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