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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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영업사원 A씨는 얼마 전부터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면 손목이 아팠다. 손을 쓸 수가 없어 업무에 막대한 지장이 생겼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인 B씨는 골프의 재미에 푹 빠져 매일 3~4시간씩 스윙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구부린 손이 잘 펴지지 않았다. 힘을 줘 손을 펴면 딸깍하는 느낌이 났다. 게다가 골프채를 잡는 손이 아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김범택 아주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현 아주대병원 비만클리닉 소장, 현 대한골다공증 학회 부회장

‘도구의 인간(Homo Faber)’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이유가 손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인간의 손은 미묘하고 섬세한 동작이 가능하도록 매우 복잡하게 설계돼 있어,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동물인 원숭이조차도 손의 구조만큼은 인간과 매우 다르다. 

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팔뚝에 있는 근육이 적절하게 수축돼야 하는데, 힘을 손에 있는 뼈에 전달하기 위해 ‘건’이라는 긴 끈을 이용한다. 손목과 손바닥에는 수많은 건이 몰려 서로 나란히 또는 교차한다. 필연적으로 마찰이 일어난다. 이런 마찰로 건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은 건초라는 보호 피복에 싸여 있다. 현대인의 생활이 복잡해지면서 건초에 염증이 생겨 손을 못 쓰는 일이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질병이 A씨가 앓는 손목건초염과 B씨가 앓고 있는 방아쇠수지증후군이다. 

손목건초염은 최근 스마트폰을 엄지손가락으로 빠르게 타이핑하는, 소위 엄지족들에게 많이 발병한다. 손목건초염은 주로 엄지손가락 건을 둘러싼 건초가 과도한 마찰로 미세하게 파열돼 생긴다. 진단은 간단하다. 엄지손가락을 구부릴 때 통증이 생기는 것과 손목에 톡 튀어나온 경상돌기를 누를 때 통증이 생기는 것을 보고 진단할 수 있다. 손목건초염에도 계속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면, 손목 관절을 움직이는데 제한이 생기고 엄지손가락의 근력도 약화된다. 물건을 집지 못하게 되고 아주 심하면 건이 파열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엄지손가락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건초에 생긴 염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휴식을 취해야 한다. 경증은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고 2주 정도 휴식하면 개선된다. 엄지나 손목을 고정하는 보조기나 밴드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심한 경우는 국소적 스테로이드를 건초에 주사해 염증을 가라앉힌다.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시 드물지만, 피부가 위축되거나 피부색이 하얗게 변색될 수 있다. 여러 번 반복적으로 맞으면 힘줄이 퇴화돼 파열될 수 있다. 손목건초염은 재발을 잘하는 질환으로 작업 도중에 시간을 정해 정기적으로 손목을 쉬게 해야 한다. 평소에 스트레칭을 통해 유연성과 근력을 기르는 것은 좋은 예방법이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이란 손가락을 구부리는 굴곡건에 염증이 생겨 손가락을 구부리거나 펼 때마다 권총 방아쇠를 당기듯이 저항감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골프, 테니스, 검도 등 손잡이를 잡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나 손을 많이 써서 집안일을 하는 주부들에게 많이 생긴다. 손가락을 꼭 쥘 때 손바닥에 심한 통증이 생기고, 움직이기 힘들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아픈 손바닥을 누르면 통증이 생기는데 주로 아침에 통증이 더 심하다. 방아쇠수지증후군은 40세 이상 중년 이후에 잘 생긴다. 특히 서너 번째 손가락에 많이 생긴다. 통증이 있을 때 억지로 손을 계속 사용하면, 결국 손가락이 구부러진 상태로 고정돼 손을 쓰기 어렵다. 

초기에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손가락을 쓰지 않고 2~6주 정도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좋아진다. 심한 경우에는 역시 스테로이드 주사를 염증 부위에 놓아서 염증을 가라앉혀야 한다. 역시 반복적인 주사는 건 파열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자주 재발하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