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서울대 컴퓨터공학,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MBA, 
전 베인앤드컴퍼니 코리아 경영 컨설턴트,
전 왓이프 이노베이션 혁신 전략 전문 컨설턴트 사진 구글코리아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 서울대 컴퓨터공학, 미국 듀크대 경영대학원 MBA, 전 베인앤드컴퍼니 코리아 경영 컨설턴트, 전 왓이프 이노베이션 혁신 전략 전문 컨설턴트 사진 구글코리아

“한국의 인공지능(AI)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규모를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8월 8일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본사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국내 AI 분야 인재 양성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구글은 7월 13~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내 최대 규모 AI 콘퍼런스 ‘AI 위크 2023’을 공동 주최하면서 최근 한국과 ‘AI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 당시 행사에선 요시 마티아스 구글 엔지니어링 및 리서치 부사장을 비롯해 60여 명의 연사가 무대에 올랐고, 25개가 넘는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구글은 이번 행사를 기점으로 현재 200명 규모인 AI 교육 프로그램 ‘머신러닝 부트캠프’를 500명까지 확대하고, 해외에서만 제공되던 비전공자 대상의 ‘디지털 스킬링 프로그램’도 국내에 도입할 계획이다. 또 국내 AI 연구진과 구글 연구진 간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학술교류회까지 정례화하기로 했다.

구글이 국내 AI 인재·산업계와 협력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김 사장은 “구글이 한국 AI 산업에 공헌할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에 공헌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리적으로 AI를 개발하는 개발자가 많을 뿐 아니라, 잘못된 연구를 지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갖춘 국가가 바로 한국이란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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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I 위크 기조연설에서 ‘한국 AI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 근무할 때, 해외의 뛰어난 기술을 한국이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다. 이런 생각이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구글의 뛰어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책임감으로 이어졌다. 사실 구글 입장에서도 AI 산업에 있어 한국과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아직 초기 단계인 AI 산업이 더 발전하려면 ‘선(善)한 개발자’가 많이 필요해서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AI와 관련해 뛰어난 스타트업과 대기업이 있고, 새로운 기술을 잘 수용하고 높은 지적 수준으로 감시할 수 있는 국민도 있다. 다시 말해 AI 산업 발전을 위한 산업, 개발자, 사용자 등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춘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선한 개발자’란 어떤 개발자를 말하는 건가.
“AI를 윤리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책임감을 가진 개발자를 말한다. AI란 툴(도구)은 이제 첫걸음을 뗐다. 앞으로 AI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학습시키는 개발 과정이 윤리적이어야 하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을 만나보니, 한국에는 AI 개발과 관련해 책임감을 갖고 윤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연구원과 개발자들이 많았다. 특정하기 어렵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도 있다. 반면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비윤리적이며 잘못된 연구가 이뤄졌을 때 잘못됐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게 한국의 강점이라고 본다.”

한국의 AI 산업 파트너가 되기 위해 구글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의 ‘머신러닝 부트캠프’가 대표적이다. 2020년 한국에서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으로, 대학생과 현직 개발자들에게 우수한 교육을 통해 머신러닝 개발자로 거듭날 수 있게 돕고 있다. 또 머신러닝 개발 인력이 필요한 국내 회사들과 이들을 연결해 취업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에서 더 많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머신러닝 부트캠프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하고자 한다. 이 밖에도 안식년을 맞는 대학교수들을 초청해 구글에서 1~2년간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대학에 복귀해 학생들을 가르침으로써 훌륭한 인재들이 탄생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은 어떻게 돕고 있나.
“AI 역량이 뛰어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재무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일례로 한국의 AI 스타트업 메스프레소가 있다(메스프레소는 2021년 구글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여성 파운더스 펀드(Women Founders Fund)’라는 투자 기금도 조성했다. 한국, 일본, 인도에서 여성 창업 AI 스타트업을 각각 두 곳씩 선정해 최대 10만달러(1억3311만원)의 지원금은 물론 맞춤형 멘토링과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내 일각에선 구글을 겨냥해 AI 생태계 주도권을 외국 기업에 뺏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던 지난 경험을 비춰볼 때, 혁신을 촉진하려면 최고의 것들이 만나야 한다고 본다. 무역 이론만 봐도, 보호무역은 자유무역보다 한계가 명확하지 않나. 기술도 마찬가지다.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AI 기술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어나는 혁신인 만큼, 세계를 무대로 성과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투자도 전 세계에서 받을 수 있다.”

AI가 글로벌 혁신 기술이라는 건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AI를 개발하려면 매우 많은 데이터와 자원이 필요하다. AI 모델이 국지적 규모의 (데이터에) 최적화되는 것보다 글로벌 규모에 최적화되는 게 경쟁력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 등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본다. AI 개발 과정에서 (데이터의) 스케일을 크게 가져가는 게 맞는다고 보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는 게 한국에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구글이 한국 AI 산업에 공헌할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에 공헌할 부분도 많다.”

구글의 AI 기술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으로 전망하나.
“세 가지가 있다. 우선 ‘지식과 학습’이다. 구글의 차세대 검색 기능인 ‘SGE’로 이용자는 대화 형태로 방대한 지식을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검색을 통해 지식을 습득했다면, 이제는 AI와 대화하면서 지식을 얻는 혁신이 탄생할 것이다. 두 번째는 ‘창의성과 생산성’이다. 구글의 지메일에 AI를 접목해 이용자가 외국어로도 이메일을 쉽고 빠르게 작성할 수 있게 돕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구글의 AI 챗봇인 ‘바드(Bard)’와 대화하며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신제품 개발이나 소비자의 니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데 AI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국 AI 산업이 앞으로 더 발전하려면.
“교육 시스템이 더 유연해져야 한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교육 방식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단편적이며 정형화된 암기 위주의 교육 방식이 대부분이다. AI 시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제는 인간이 작성한 코드를 AI가 분석해 실수를 고쳐주는 ‘디버깅’ 작업도 가능하다. ‘지금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나는 이 문제를 이렇게 풀어보겠다’는 주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자세는 암기식 교육에서는 나올 수 없다. 현재 구글에서 제공하는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 커리큘럼이 프로젝트성으로 구성된 배경이다. 앞으로도 구글은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AI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한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김우영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