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8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이 8월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야영장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머리가 다섯 개 달린 괴물이 나타났다.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를 맡은 지휘부다. 공동조직위원장은 여성가족부 장관과 개최 지역 국회의원이 맡고 있다가 올해 2월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보이스카우트연맹 총재가 합류했다. 얼핏 봐도 누가 총괄 지휘자인지 최종 의사 결정권자인지 알 수가 없다.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윤은기 한국협업진흥협회 회장
인하대 경영학 박사, 현 멘토지도자협의회 회장, 전 중앙공무원교육원 원장, 전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이번 세계대회는 158개국 4만3000여 명이 참가하는 민관 융합 행사다.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협업에 달렸다. 협업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서로 다른 강점을 합쳐 거대한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공동 목표 인식, 소통과 정보 공유, 서로 다른 역할의 이해, 스케줄링, 책임 완수와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이를 위해 협업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고 이곳에서 협업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최종 의사 결정 절차와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동안 보도된 자료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게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중구난방, 무임승차, 책임 회피는 필연적이다. 협업 체계 없이 다양한 조직이나 사람이 모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번 잼버리 대회의 공동 목표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야영 훈련을 통해 리더십을 기르게 해주고 상호 친선 기회를 제공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국가 이미지와 국격을 높이는 것이다. 이번 조직과 운영에 참여한 조직과 인사들은 과연 이런 공동 목표가 우선이었나, 아니면 각자 다른 속셈이 있었나. 지자체는 정부 예산을 따낼 욕심이 앞서지 않았나. 정당과 정치인은 생색낼 기회로 여기지 않았나. 여러 기업과 단체는 돈 벌 기회를 우선으로 여기지 않았는가.

처음부터 속셈이 달랐으니 솔직한 소통과 정보 공유가 될 수가 없었다. 수의계약이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고 72%는 지역 업체로 드러나고 있다. 개영 행사를 시작하자마자 폭염과 야영지 불편으로 큰 고생을 하다가 긴급 철수를 결정하고 전국 각지로 숙소를 옮겼는데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애당초 입국도 안 한 18개국 500여 명의 숙소와 식사를 기업 연수원에 준비하게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이번 잼버리 대회가 최악의 협업 실패 사례라면 평창 동계올림픽은 최고의 협업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올림픽 준비가 지지부진하자 정부는 전격적으로 이희범 위원장을 추대했다. 이 위원장은 산업자원부 장관, 산업기술대 총장, 경총 회장, 무역협회 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경력 자체가 민관학 협업 역량을 두루 갖췄다. 게다가 소탈하고 친화력 좋고 성실한 성품이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정치적 편향성도 없다.

나는 이 위원장과 오랜 친분이 있어 올림픽 기간 중 개막식을 포함해 다섯 번 다녀왔다. 한 번은 위원장 숙소에서 1박을 했는데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숙소가 대학생 하숙집 수준이었다. 좁은 방에 가구도 없고 간이 옷걸이가 전부였다. 손님맞이와 기자 인터뷰는 사무실에서 하면 되니까 숙소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거였다. 리더가 소박하고 겸손해야 협업이 활성화된다. 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무보수 봉사직이라는 것도 그때 알았다.

조직위에는 온갖 부처와 기관에서 파견 인원이 나온다. 여기저기서 압력도 들어오고 청탁도 들어온다. 리더가 눈치 보며 흔들리면 안 된다. 청와대 인사에게서 조직위 간부를 교체하라는 압력이 들어온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소리 또 하면 나도 사직서 내겠다”고 응수하며 막아냈다고 한다. 납품은 모두 조달청을 통해서 하도록 했기에 지금까지 잡음이 일절 없다. 이 위원장은 정부 각 부처 및 대기업과 소통하면서 많은 협조를 이끌어 내었다. 수백 개 조직이 협업하며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성공으로 막을 내렸다.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협업의 필요성과 중요함을 다시 깨닫는다. 이번 잼버리 대회는 철저히 감사해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우리나라 민관 협업 체계를 향상하는 대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