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연초 전망과는 달리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대내외 여건이 우리 경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 우리 경제 입장에서 보면 가장 큰 수출 의존도를 보이면서 높은 동조성이 있는 중국 경제가 부동산 시장발 위기에 빠질 수 있고, 이는 곧 일본형 장기 불황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경고는 특히나 나쁜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일본 주오대 경제학 석·박사, 전 대구경북 연구원 동향분석실장

당연히 이러한 우려는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우리 경제의 전망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데 가장 먼저 한국은행이 내년 성장률을 0.1%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반응했고, 향후에는 다른 국내외 기관의 전망에도 순차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물론, 수정 폭이 그다지 크지 않고, 시장 역시 이미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일로, 이러한 반복적인 추세가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경제 전망이 현실은 물론 미래의 기대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가정한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즉,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수정 전망 횟수가 증가하는 것은 이를 제대로 실천하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래의 기대 속에는 우리 경제가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에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전망(또는 예측)도 포함되지만 이렇게 됐으면 하는 말 그대로 바람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통상 경제 전망에는 숫자 이상의 무엇을 전달하려는 의지와 함께 바람의 실현을 위한 조건도 빠짐없이 포함돼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에도 잘 나타나 있다. 대표적인 예는 ‘종합하면 국내 경제는 지난 5월 전망에 대체로 부합하는 성장과 물가 흐름을 보였으나, 하반기 들어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이다. 향후에는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전쟁 등 그간 글로벌 경제를 주도했던 주요 동인(drivers)의 영향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경제의 내적 동력(fundamentals)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표현이다. 언뜻 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 표현에는 다른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이 표현에는 우리 경제의 내적 동력 즉, 기초 체력 또는 성장 기반이 더 이상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고, 그만큼 지금 당장 적절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를 괴롭혀 왔던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성장 여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그 반대라면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현실화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다음으로는 정책 수단에 관한 것이다. 거시경제 안정화 또는 활성화의 주요 수단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통화정책 당국이 왜 하필 경제 전망의 결론에서 이런 표현을 썼을까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국내 고물가 현상 지속과 높은 금융 불안정성, 미국과의 금리 격차 등을 고려해 보면 단기 통화정책 운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사실로 대안은 재정정책밖에 없다. 또 내적 동력이든 기초 체력이나 성장 기반이든 어떤 용어를 쓰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복원 또는 강화하기 위해서는 재정정책이 더 유용할 수 있다.

경제 전망을 기다리고 주의 깊게 살피는 모든 경제주체가 주어진 수치와 그 해석에 매몰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경제 전망에는 눈에 띄지 않는 전망 기관들의 배려와 바람도 포함돼 있으니, 수치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나 그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은 더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책 당국 역시 주요 전망 기관들이 경제 전망을 함에 있어서 굳이 미미한 수치 상승을 유도하기 위해 대증요법을 권하는 경우는 없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