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 9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3’ VIP 프리뷰 현장은 차분함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 프리즈 서울·연합뉴스 3 중국 컬렉터들이 갤러리 부스의 프라이빗 공간에서 미공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전효진 기자
1, 2 9월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 2023’ VIP 프리뷰 현장은 차분함 속에서 진행됐다. 사진 프리즈 서울·연합뉴스 3 중국 컬렉터들이 갤러리 부스의 프라이빗 공간에서 미공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전효진 기자

“‘붉은 신의 호박’을 한국 고객이 580만달러(약 77억원)에 사 갔다(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미술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2023’은 VIP를 공략해 2년 차 슬럼프를 극복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9월 6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코엑스 3층에서 열린 프리즈 VIP 프리뷰 현장은 작년에 비해서 비교적 질서 정연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밀집해 관람 환경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VIP 초청 인원을 30%가량 줄이고, 1시간 단위로 나눠 입장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 3시가 지나자 전시장은 코엑스 1층에서 동시에 개막한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서울) 2023’을 둘러보고 넘어온 중국·홍콩·대만 등 아시아 지역 방문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고, 마감 시각이 가까워지자 곳곳에선 완판 소식이 들려왔다. 이들은 갤러리 부스를 둘러보며 미전시된 작품을 꺼내달라고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4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조각. 5 필립 거스턴의 ‘COMBAT I’. 6 쿠사마 야요이의 청동 호박 조각. 7 파블로 피카소의 스케치. 사진 연합뉴스
4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제프 쿤스의 ‘게이징 볼’ 조각. 5 필립 거스턴의 ‘COMBAT I’. 6 쿠사마 야요이의 청동 호박 조각. 7 파블로 피카소의 스케치. 사진 연합뉴스

관객도 작품도 ‘알짜’ 공략한 프리즈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떠밀리다시피 관람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프리즈는 여유로운 파티를 보는 모습을 연상시켰다. 샴페인을 나눠주는 부스를 곳곳에 설치해 네트워킹이 가능한 공간이 넉넉하게 제공됐다. 

볼거리도 풍성해졌다. 지난해보다 10여 곳 늘어난 120여 개 갤러리가 참여해 규모가 더 커졌고, VIP 대상 퍼포먼스를 벌이는 갤러리도 눈에 띄었다. 갤러리 에스더쉬퍼는 부스에 들어서는 사람의 이름을 묻고 큰 소리로 에스코트해주는 피에르 위그의 퍼포먼스 작업을 선보였고, 페로탕은 거리의 노숙자를 연상시키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 ‘준호’를 전시해 포토 스폿이 됐다. 

이날 현장은 VIP들의 향연이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홍콩의 부동산 재벌이자 미술 시장의 ‘큰손’인 에이드리언 청 홍콩 뉴월드개발 회장이 참석했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큐레이터로 꼽히는 스위스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세계 최고(崔古) 현대미술 갤러리인 영국 페이스의 마크 글림처 대표 등도 방한했다. 

고대부터 20세기 중반 작품까지 걸작을 소개하는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선 국내 유명인들도 눈에 띄었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과 제주 포도뮤지엄 총괄 디렉터이자 T&C재단의 김희영 이사장, 박서원 두산 매거진 대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 등이 부스를 둘러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여유로운 프리즈 첫날, 수십억대 완판 행진

VIP들이 주목한 작품은 무엇일까. ‘세계 4대 갤러리’로 불리는 가고시안, 하우저앤드워스, 페이스, 데이비드 즈워너 부스에선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 그림의 완판 소식이 이어졌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일본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인 ‘붉은 신의 호박’을 한국 고객에게 580만달러(약 77억원)에 판매하는 등 첫날 총 13점을 판매했다고 알렸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미국 MZ 세대(밀레니얼+Z 세대·1981~2010년생) 사이에서 인기인 캐서린 번하드의 작품도 전시했고 인증샷 성지가 되면서 발 디딜 틈 없었다.

가고시안은 한국 컬렉터들을 겨냥해 백남준의 ‘TV 붓다’를 전시했고, 하우저앤드워스는 ‘화가들의 화가’로 불리는 필립 거스턴, 조지 콘도, 20세기 대표 여성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을 내세웠다. 지난해 파블로 피카소의 자화상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영국의 로빌란트 보에나 갤러리는 올해도 VIP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화가 루치오 폰타나의 100억원대 작품 ‘마졸레니(Mazzoleni)’와 제프 쿤스의 360만달러(약 48억원) 상당의 ‘게이징 볼’ 역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올해 처음으로 프리즈에 참여한 스티븐 온핀 파인아트 갤러리는 폴 세잔, 헬렌 프랑켄탈러, 루시안 프로이트,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등의 초안 스케치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관람객의 큰 사랑을 받았다. 앨리사 보일 디렉터는 “아시아 쪽 클라이언트가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특히 한국은 소수의 컬렉터뿐 아니라 지금은 상당수가 작품 구매에 관심을 보이는 등 미술 시장이 대중화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같은 날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의 아트페어 키아프는 코엑스 1층에서 개막했다. 작년에는 ‘프리즈 쏠림 현상’ 때문에 키아프에 찬바람이 불었지만, 올해는 접근성 면에서 키아프가 유리했고, 실제로 관람객이 키아프를 둘러본 후 프리즈로 넘어오는 분위기였다. 

작년에 이어 두 페어가 동시에 같은 장소에서 공동 개최되면서 ‘키아프리즈’란 신조어가 생기는 등 두 페어의 격차가 전년보다 줄어든 모습이었다. 프리뷰 티켓은 25만원, 일반 티켓은 8만원으로 작년보다 25% 이상 올랐지만, ‘키아프리즈’ 두 아트페어를 한 장의 티켓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의 발길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최 측 설명이다. 공동 개최는 올해를 포함해 네 차례 남아있다.

갤러리·미술관, 야간 개장에 DJ파티까지… 장외전 열기 후끈

올해 아트페어가 지난해 수준의 성과를 낼 것인지 여부는 미지수다. 미술계에서도 프리즈 첫날에 대한 평이 갈리기도 했다. 한 컬렉터는 “작년엔 대작이 많았는데 올해는 ‘이게 다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을 뺀 느낌이었다”면서 “새로운 (젊은) 고객 취향을 맞추기 위해, 색채가 화려하고 이해하기 쉬운 작품이 많이 전시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결과를 단정 짓기는 이르다. 프리즈와 키아프 등에 참여하는 국내외 갤러리가 주축이 돼 늦은 밤까지 갤러리를 열고 VIP 관람객을 맞는 ‘장외전 파티’도 승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부문 총괄사장은 7년 만에 은둔을 깨고 지난 6일 저녁 ‘신세계×프리즈 VIP 파티’가 열린 분더샵청담을 찾아 VIP 손님 맞이를 하는 등 유통업계 최초 공식 파트너사로서 공을 들였다. 

올해 전망 역시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 한 대형 갤러리 관계자는 “해외에 나가보면 미술 시장이 전반적으로 하락세지만 한국은 바닥을 다지고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라며 “갤러리마다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입장권이 모두 소진되는 등 관심은 여전했다”고 전했다.

전효진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