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 성공
최근 많은 국가가 달 탐사를 재개하고 있으며, 특히 남극 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달 남극 지역에 위치한 거대한 충돌 분화구로 인해 태양 빛이 닿지 않는 영구적인 음영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얼음 형태의 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대량의 물이 존재한다면 인류의 달 장기 체류는 훨씬 쉬워질 뿐만 아니라 이 물을 분해할 경우 로켓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수소를 만들 수 있어 달의 각종 자원을 채굴해 지구로 운송하는 것이 쉬워진다. 외계 행성 탐사 시에도 중력이 약한 달을 거점으로 활용해 장거리 탐사가 보다 용이해진다.
달 남극에 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처음 밝혀낸 탐사선이 인도의 찬드라얀 1호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08년 10월 발사된 찬드라얀 1호는 312일간 달을 공전하면서 여러 탐사 활동을 전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물과 얼음이 존재한다는 징후를 포착했다. 올해 7월 쏘아올려진 찬드라얀 3호의 달 남극 착륙은 인도가 처음으로 파악한 달의 물 존재 가능성을 실제로 확인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난 2019년 찬드라얀 2호가 달 궤도에 진입해 착륙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던 것을 4년 만에 훌륭하게 만회한 것이기도 하다.
인도의 달 탐사에 대해 많은 이가 낙후되고 경제적으로 뒤떨어진 인도가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올리게 됐는지 궁금해한다. 사실 인도는 로켓의 원조라 할 수 있다. 18세기 후반 벌어진 마이소르 전쟁과 세링가파탐 전투 등에서 인도는 영국 동인도회사의 군대를 상대로 대규모 로켓을 사용해 큰 피해를 입혔다. 힘겹게 승리한 영국은 인도의 로켓을 모방해 이후 콩그리브 로켓을 개발했으며 이 로켓은 나폴레옹 전쟁을 거쳐 19세기 초반 미·영 전쟁에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인도의 로켓은 이후 명맥이 끊어졌다.
인도는 독립 직후인 1961년부터 다시 로켓을 포함한 우주 연구를 국가 차원에서 시작했다. 인도 우주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비크람 사라바이 박사가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발사를 목격하면서 우주개발의 필요성과 잠재력을 깨닫고 네루 수상을 설득했던 것이었다. 1969년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창설 이후 본격화된 인도의 우주 프로그램은 1975년 아리야바타 위성으로 그 결실을 맺게 됐다. 인도에서 조립된 무게 360㎏의 위성은 소련에 의해 발사돼 5일 동안 우주 공간에서 작동하면서 인도의 우주 프로그램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자체적인 발사체를 확보하기 위해 인도는 프랑스와 협력해 위성발사체(SLV) 개발을 진행했으며 1980년 자국 우주기지에서 자체 위성발사체를 이용해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 데 성공함으로써 완결된 우주 프로그램을 갖춘 국가로 성장했다. 이후 인도는 1980년대 대형위성발사체(ASLV), 1990년대 극궤도위성발사체(PSLV)를 개발하면서 발사체 성능을 향상시켰고 이후 정지궤도위성발사체(GSLV), 소형위성발사체(SSLV) 등 다양한 발사체를 보유하며 안정적인 발사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찬드라얀 3호의 달 착륙은 60년 넘게 이어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의 결과인 것이다.
사실 인도의 우주탐사는 달보다 화성에서 먼저 성과를 거뒀다. 지난 2014년 화성 탐사선 망길리안이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는데 이 역시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EU) 이후 세계 네 번째였다. 중국도 아직 달성하지 못한 화성 궤도 진입을 성공시킨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시 투입된 총예산이 7400만달러(약 98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예산 규모는 비슷한 시기 화성 궤도에 집입한 미국 화성 탐사선 ‘메이븐’에 소요된 예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으며, 화성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션’의 제작비 1억800만달러(약 1400억원)보다도 적은 예산이었다. 애초 6개월의 짧은 기간에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망길리안은 8년 동안 가동되면서 화성에 대한 다양한 과학 탐사 활동을 시행했다.
인도의 초저예산 우주개발 프로그램
이번에 달에 착륙한 찬드라얀 3호의 경우 단 60억루피(약 960억원)의 예산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를 더욱 놀라게 했다. 이렇게 저렴한 예산은 기존 찬드라얀 2호에서 개발됐던 각종 장비와 부품 등을 사용해 가능했는데, 찬드라얀 2호 역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1500억원 수준의 예산만을 사용했다.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로켓인 나로호의 경우 우주센터 건설 비용을 제외한 순수 연구개발 및 제작비로 약 5000억원이 투입됐으며, 최근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의 경우 개발비 8500억원, 제작 및 발사비 5000억원 등 총 2조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 것과 비교해 보면 인도의 성과는 놀라울 따름이다.
인도의 우주개발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ISRO의 연간 예산은 약 15억달러(약 2조원) 내외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250억달러(약 33조원)와 비교해보면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다. 무게 1g의 물체를 지구궤도에 올리는 데 소요되는 비용의 경우 인도는 16.2달러(약 2만1400원)인데 이 역시 미국의 10% 미만이다.
당연히 이러한 인도의 초저예산 우주개발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대해 인도 측은 자신들이 특유의 저비용 구조를 개발·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인정하고 있으나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꺼리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보면 인도의 저비용 우주개발 프로그램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저렴한 인건비를 꼽을 수 있다. 미국의 우주 엔지니어 평균 임금(연간 기준)은 약 10만5000달러(약 1억4000만원) 수준인 데 비해 인도의 경우 최고 수준 엔지니어에게 약 2만달러(약 2640만원) 미만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도의 우주 엔지니어들은 하루 18시간, 주 7일 근무를 통해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두 번째는 지상 테스트 최소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다. 발사 전 안정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뤄지는 다양한 지상 실험의 횟수를 최소화함으로써 전체 프로젝트 일정을 짧게 유지해 소요되는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량화 최우선 접근 방식이다. 우주 탐사선이 어떤 활동을 할지를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장비를 개발·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탑재 가능한 최대 중량을 먼저 산정하고 거기에 맞는 최소한의 기본적 장비를 탑재하는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다.
화성 탐사선 망길리안에 탑재된 관측 장비의 경우 불과 14.5㎏에 불과했다. 당연히 수행할 수 있는 탐사와 연구의 수준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인도는 더 멀리 우회하는 경로를 선택해 저렴한 발사체를 활용하는 동시에 착륙선 등의 제작에 있어 외부 업체를 활용하지 않고 ISRO에서 직접 제작하는 등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아직 개도국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인도가 우주탐사에 적극적인 이유는 거대한 국토와 많은 인구로 인해 획득하기 어려운 각종 데이터를 인공위성을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현실적인 욕구가 있다. 일각에서는 우주탐사 예산을 빈곤 구제에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인도는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 우주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