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사진 AFP연합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사진 AFP연합

2023년 5월 기준,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50대 기업을 살펴보자. 1위는 애플,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MS)다. 5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이 31개로 가장 많다. 프랑스, 스위스, 중국은 각각 3개 기업이 50대 기업에 포함돼 있다. 영국 기업은 2개가 들어 있고, 우리나라와 일본 기업은 각각 1개씩 들어 있다. 삼성이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50대 기업에 속하는 프랑스의 3개 기업은 LVMH(15위), 로레알(L’oreal·36위), 에르메스(Hermes·42위)다. 3개 기업 모두 경기소비재(consumer discretionary) 분야 기업이다. 소비재는 필수소비재(consumer staples)와 경기소비재로 구분되는데, 전 세계 50대 기업에 속하는 프랑스의 거대 기업은 생필품이 아닌 소비재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스 상위 5대 기업 중 패션 기업이 아닌 곳은 글로벌 제약 회사인 사노피(Sanofi)밖에 없다.


그 자체로 면세점, LVMH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황부영 브랜다임앤 파트너즈 대표 컨설턴트
현 부산 도시 브랜드 총괄디렉터, 현 아시아 브랜드 프라이즈(ABP) 심사위원, 전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브랜드팀장

LVMH는 유럽 최대 증권거래소 유로넥스트 시총 1, 2위를 오가는 기업으로 세계 명품 시장의 무려 4분의 1을 차지한다. 자신들은 홈페이지에 ‘고품질 제품의 리더’라고 스스로를 규정하지만, 세계 최대 사치재 제조 기업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이다. LVMH는 모에 헤네시·루이비통(LVMH Moët Hennessy·Louis Vuitton S.A.)을 간단히 표기한 이름이다. 1987년 루이비통 패션하우스와 모에 헤네시(Moët Hennessy)의 합병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모에 헤네시도 1971년 모에 샹동(Moët & Chandon)과 헤네시(Hennessy)가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LVMH의 최대 주주는 루이비통이 아니라 크리스티앙 디올로, 42.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이유는 LVMH의 창업자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Jean Étienne Arnault)가 LVMH를 설립하기 이전인 1984년 부삭(Boussac) 그룹 인수를 시작으로 명품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부삭 그룹이 가지고 있던 브랜드가 바로 디올이었다. 

아버지의 건설 회사를 물려받았고 부동산 개발로 큰돈을 벌었던 1970년대 말 아르노 회장은 뉴욕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한다. 백화점에서 택시를 탄 그가 택시 기사에게 “프랑스 대통령이 누구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돌아온 대답이 “프랑스 대통령은 모르지만 크리스티앙 디올은 안다”였다. 그때 아르노 회장은 럭셔리 브랜드의 위력을 절감했고 명품 시장에 진입하려고 디올 인수에 총력을 기울였다. 디올 인수 이후 아르노 회장이 명품 브랜드 그룹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되는 또 다른 기회는 1987년에 왔다. 루이비통과 모에 헤네시가 합병할 때 아르노 회장이 합병법인의 소수 주주로 참여했던 것이다. 두 기업의 경영진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아르노는 루이비통 경영진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단숨에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후 그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디올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수많은 브랜드를 광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했다. 업종은 프랑스적이지만, 기업 성장은 매우 미국적인 방식을 택한 셈이다. 1987년 셀린느(CELINE) 인수를 시작으로 1988년 지방시(Givenchy), 1993년 겐조(Kenzo)와 벨루티(Berluti), 1996년 겔랑(Guerlain), 셀린(Celine), 로에베(Loewe), 2001년 펜디(Fendi), 2011년 불가리(Bvlgari), 2013년 로로 피아나(Loro Piana) 등 이름만으로도 벅찬 브랜드를 계속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1837년 뉴욕에서 설립된 티파니(Tiffany & Co)를 인수해 큰 화제가 됐다. 독일의 버켄스탁(Birkenstock)도 작년부터는 LVMH의 일원이 됐다. 면세점에서 인기가 있다 싶은 브랜드는 어지간하면 거의 다 가지고 있는 셈이다. 타이어 제조 업체가 타이어 판매점을 거느리는 격이랄까. 그래서 LVMH는 1997년에 면세점 브랜드 DFS를 인수, 자회사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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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브랜드, LVMH

‘하우스 오브 브랜드(House of Brands)’는 한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 모두가 완전히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 구조를 말한다. 반대로 브랜드를 하나로 통일해서 운영할 경우 ‘브랜디드 하우스(Branded House)’ 구조라 한다. 하우스 오브 브랜드 구조는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끼리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지만 각 브랜드의 고유성을 철저히 보장하는 구조다. P&G의 브랜드 구조가 대표적이다.

LVMH는 패션에서 유통까지 다양한 분야에 수많은 자회사와 개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산하 기업들은 매우 독립적으로 경영되기에 유명 브랜드지만, LVMH 소속임을 소비자조차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음은 LVMH가 보유한 브랜드이지만 소비자가 LVMH 소속임을 잘 모르는 대표적인 브랜드들이다.

패션·잡화

겐조

겐조를 일본 브랜드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브랜드지만, 지금은 프랑스 브랜드가 됐다. 시작은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다카다 겐조가 파리에 1970년 오픈한 부티크 정글 잽(Jungle Jap)이었다. 여성복으로 시작했으나, 1980년대 남성복 라인까지 확장했고 1993년에 LVMH에 인수됐다.

마크 제이콥스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의 마크 제이콥스는 미국인 디자이너다. 그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루이비통의 수석 디자이너를 지냈다. 본인의 레이블인 마크 제이콥스와 세컨드 브랜드인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를 맡고 있다. 상업성을 중시하는 미국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셈이다.

리모와

리모와는 1898년 파울 모르스첵(Paul Morszeck)이 독일 쾰른(Köln)에 세운 여행용 트렁크 전문 회사다. 2대손인 리처드 모르스첵(Richard Morszeck)이 사업을 이어 나가면서, 리모와로 브랜드를 변경했다. 2016년에 LVMH에 인수됐다.

향수·코스메틱

겔랑

겔랑은 1828년 프랑스에서 겔랑 가문이 설립한 향수 회사다. 20세기 들어 화장품도 만들기 시작했고 현재는 스파까지도 운영한다. 초고가 화장품으로 유명하다. 1996년에 LVMH에 편입됐다.

베네피트

베네피트는 1976년 미국에서 설립된 화장품 회사다. 틴트 등의 색조 화장품과 특히 눈썹 화장품으로 유명하다. 1997년 영국에 진출했고 1999년 LVMH에 편입됐다.

시계·보석

불가리

불가리는 원래 이탈리아 회사다. 1884년 로마에서 설립된 회사다. 창업자의 이름이 불가리다. 정식 명칭은 BULGARI S.p.A이나 브랜드로 표기할 때는 라틴어 철자법을 차용, BVLGARI로 쓴다.

태그 호이어

태그 호이어는 스위스 회사였다. 1860년에 설립한 호이어(Heuer)로 출발했다. 한때 피아제에 인수됐다가 태그(TAG) 그룹이 다시 호이어를 인수해 지금의 태그호이어로 브랜드명이 변경됐다. 1999년 LVMH가 인수했다. 위블로(Hublot), 제니스(Zenith)도 스위스 브랜드였다. 쇼메(Chaumet) 정도가 오리지널 프랑스 브랜드다.

주류

모에 샹동

모에 샹동은 프랑스 회사다. 1743년에 설립됐고 샴페인 돔 페리뇽이 제일 유명하다.


헤네시

헤네시는 카뮈(Camus), 레미 마르탱(Remy Martin)과 함께 가장 유명한 코냑 브랜드다. 본사 위치 자체가 프랑스 코냑(Cognac)에 있다. 세계 최대의 코냑 생산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