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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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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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9월 13일(이하 현지시각) 오후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에 위치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을 했다(사진 1). 김정은은 지난 2019년 4월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EEF)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한 이후 4년 5개월 만에 재회했다. 김정은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이 터진 이후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 이날 회담을 위해 9월 10일 북한 평양에서 출발한 김정은은 총 1900㎞ 거리를 기차로 이동했다. 당초 두 사람은 지난 11~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날 것이라고 전망됐으나, 정작 회담은 직선거리로 1000㎞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동방경제포럼 참석 후 비행기로 이동했다. 미사일·위성 개발을 연결 고리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기 위해 선택된 회담 장소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조성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옛 소련 시절 우주 대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만든 로켓 발사기지로 부지 면적(551.5㎢)이 나로우주센터의 110배 규모에 달한다. 러시아는 이곳에서 2016년 첫 로켓 발사를 했다.

13일 오후 1시 보스토치니에 도착한 김정은은 회담에 앞서 우주기지 곳곳을 둘러보며 우주발사체 엔진 부분 등을 살펴봤다. 김정은은 상황판으로 바짝 다가가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짚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외국 정상과 회담에서 상습적으로 지각하기로 유명한 푸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30분 먼저 회담 장소에 도착해 김정은을 기다렸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 매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고 말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포괄적인 군사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위성 개발을 지원하고 북한은 러시아 측에 비축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김정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북·러의 공개적인 군사 협력은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30여 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