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나다 워털루대 기계공학, 전 봄바디어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매니저, 전 엠브레어 세일즈 디렉터 사진 엠브레어
“프로펠러 항공기만 울릉공항에 착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세계 3대 항공기 제작사인 엠브레어(Embraer)의 애덤 영(Adam Young)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부사장은 9월 5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는 2026년 개항 예정인 울릉공항 설계상 활주로 길이는 1200m다. 서울 김포공항 활주로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일각에서 터보프롭(Turbo-Prop), 소위 프로펠러 항공기만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내다본 배경이다. 하지만 제트엔진을 장착한 엠브레어 여객기 E190-E2도 이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영 부사장의 설명이다. E190-E2는 엠브레어 차세대 기종으로 98~114인승으로 좌석 운영이 가능한 소형기다. 항속거리는 약 5300㎞. 비록 소형기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주력 기종인 보잉 737-800 항공기처럼 동남아시아까지 비행할 수 있다.


활주로가 짧은 울릉공항에도 엠브레어 여객기가 착륙할 수 있다고.
“물론이다. 현재 울릉공항 활주로 길이는 1200m로 설계돼 있다. 활주로가 짧은 편이다. 이 때문에 프로펠러 항공기만 착륙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제트엔진을 장착한 엠브레어 차세대 기종인 E190-E2도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다. 젖은 활주로에서도 거뜬하다. 특히 김포공항을 출발할 경우 울릉공항에서 급유하지 않아도 김포공항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항속거리도 넉넉하다.”
어떻게 제트엔진 항공기가 짧은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나.
“활주로 접근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기능 덕분이다. 일반 제트엔진 여객기는 착륙 시 속도가 150노트(시속 약 277㎞)에 달한다. 그만큼 활주로도 길어야 한다. 반면 E190-E2는 착륙 속도가 120노트(시속 약 222㎞)에 불과하다. 활주로가 짧아도 착륙할 수 있는 속도다. 울릉공항과 활주로 길이뿐 아니라 비와 안개 등 기상 조건까지 유사한 곳이 영국 런던시티공항이다. 이곳을 이착륙하는 항공기 85%가 E190-E2 등 엠브레어 E2 계열 항공기다. 울릉공항에서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프로펠러 항공기 대비 제트엔진 항공기의 경쟁력은.
“우선 제트엔진 항공기가 프로펠러 항공기보다 비행 속도가 빠르다. 여기에 소음도 적고 진동도 적어 승객에게 편안한 비행 경험을 제공한다. 승객도 더 많이 태울 수 있다. E190-E2는 최대 탑승 인원이 114명이다. 동급 프로펠러 항공기(78인승) 대비 최대 36명이 더 탑승할 수 있는 셈이다. 항공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더 좋다.”
5월 15일 엠브레어는 경북 포항경주공항을 출발한 E190-E2가 울릉도 상공을 선회하고 돌아오는 시범 비행을 선보인 바 있다. 특히 포항경주공항 활주로의 절반 길이인 1066m만 활용해 착륙에 성공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다만 E190-E2처럼 날개폭이 24m 이상인 항공기가 울릉공항을 이용하려면 활주로 양쪽 안전 구역인 착륙대 폭이 지금보다 10m 더 넓어야 한다. 폭이 좁다고 이착륙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관련 규정이 그렇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9월 5일 울릉공항의 착륙대 폭을 기존 140m에서 150m로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엠브레어는 올해 7월 자료에서 앞으로 20년간 중소형 항공기가 1만1000대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노후 항공기를 대체하려는 수요도 있지만, 최근 항공사들이 항공기 크기를 조정하려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5~10년 동안 많은 항공사가 덩치가 큰 ‘내로 보디(Narrow Body·복도가 하나인 항공기)’를 수익성이 높은 ‘트렁크라인(trunk line·대도시를 연결하는 간선 노선)’에 대거 투입해 왔다. 문제는 항공사가 지역별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승객에게 더 많은 노선을 제공하려면 작은 비행기도 필요한데, 보유한 항공기가 큰 비행기뿐이란 점이다. 실제로 이러한 기단 구성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때 취약점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항공 수요가 급락했다. 항공사들은 탑승률이 아무리 낮아도 비행 일정을 맞추려면 비행기를 띄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비행기가 클수록 (인건비, 연료비, 리스비 등으로) 손해도 크다는 점이다. 반면 소형 항공기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엠브레어 여객기 32대를 보유한 일본항공(JAL)은 꾸준히 항공기 크기를 줄여온 덕분에 팬데믹 기간에 비교적 큰 타격 없이 노선을 유지했다. KLM 네덜란드항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부터 대형기만 고집하던 항공사들이 소형 항공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팬데믹을 계기로 항공사들이 기단 구성을 바라보는 방식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실제 항공기 발주로도 이어졌나.
“그렇다. 싱가포르 대표 LCC인 스쿠트항공은 원래 보잉 787 같은 대형기를 주력으로 활용해 온 항공사였다. 그런데 팬데믹을 계기로 기단 전략 변경의 필요성을 절감해 올해 엠브레어 E2 계열 항공기 9대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앞으로 스쿠트항공은 싱가포르에서 태국 관광지 코사무이를 오가는 노선에 다양한 크기의 항공기를 섞어서 투입할 예정이다.”
타사 대비 엠브레어 항공기의 강점은.
“E2 계열 차세대 기종을 기준으로 얘기하자면 우선 효율성이 뛰어나다. 항공기의 공기 역학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연료 소비를 최대로 낮췄다. 이전 세대 기종(E190) 대비 17.3%나 개선했다. 그만큼 탄소 배출량도 적어 지속 가능성도 갖췄다. 이는 2000만 시간이 넘는 이전 세대 기종의 운항 기록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여기에 항공기가 지연 없이 정시(定時)에 이륙할 수 있는 운항 신뢰성(dispatch reliability)은 약 99.5%에 달한다. 약 99.0%인 일반적인 중소형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더 적은 연료 사용량과 뛰어난 정시성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
54년 역사 브라질 엠브레어
보잉·에어버스 이어 세계 3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