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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30대 멤버들로만 이루어진 CJ제일제당의 사내벤처 1호 ‘얼티브(ALTIVE)’팀이 7월 매출로만 8억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내세운 것은 식물성 대체유. 유당 알레르기가 있거나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마실 수 있는 음료다.

우유 맛을 최대한 구현한 식물성 대체유 ‘얼티브’는 ‘얼티브 오리지널’ ‘얼티브 바리스타 1종’ ‘비건 커피’ ‘얼티브 비건 프로틴(단백질)’ 등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커피 맛부터 초콜릿 맛까지 한국인이 선호하는 가향(향 첨가) 식물성 대체유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최근 서울 강남구 CJ제일제당 사내벤처 이노플레이 건물에서 윤재권(37) 팀리더, 김가영(31) 마케팅 리드, 정승호(39) R&D 리드를 만났다. 다음은 얼티브팀과 일문일답.

CJ제일제당 식물성 대체유
‘얼티브’. 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식물성 대체유 ‘얼티브’. 사진 CJ제일제당

얼티브팀에서 대체유 얼티브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윤재권 “우연히 사내벤처제도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어렸을 때 우유를 잘 먹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유당 분해를 잘 못하더라. 종종 배 아파서 잘 안 먹게 됐는데 식물성 대체유는 편하게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식물성 기반의 대체 상품이 많이 나오는데, 회사에서 강조하는 ‘지속 가능함’과 맥이 닿아 얼티브를 만들게 됐다.

얼티브는 대안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Alternative’에서 따온 용어다. 영양분 섭취가 필요한 성장기 아이들과 칼슘을 섭취하고 싶은 성인 등도 동물성 제품인 우유가 필요한 순간에 식물성 유제품으로 대체해 마실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어떻게 팀에 합류하게 됐나.
윤재권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마케팅을 6년 정도 해 이제 9년 차에 접어들었다. 하나의 부서 안에서만 일하다가 연구개발(R&D), 마케팅, 영업팀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내벤처가 생겼다고 해 팀을 꾸려봤다. 기존 사업부와 비교해 장단점이 있긴 한데, 장점은 일 처리가 정말 빠르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 책임감이 커진다는 거다. 아직은 의사결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것도 재밌기도 한데 실적이 잘 나오긴 해야 한다. (웃음)”

김가영 “나는 마케팅사업부에서 일을 했고, 비비고·고메 등 조리 냉동 마케팅을 길게 하다가 유산균 마케팅을 3개월 정도하고 왔다. 윤 리더가 잡포스팅(부원 모집 공고) 띄우기 전에 보고자료를 보내줬는데 커리어를 냉동에서 건기식으로 간 게 ‘지속 가능한 먹거리’에 관심이 생겨서였다. 식물성 대체유는 다이어트 식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유당불내증이 심해서 라테가 너무 먹고 싶어도 못 마셨다. 하지만 얼티브를 활용해서는 라테를 마실 수 있겠다 싶었고, 잘 만들면 되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합류했다.”

정승호 “지난해 말에 지원하고 올해 1월부터 합류해 다른 멤버들보다 비교적 늦게 들어왔지만, 얼티브팀의 가능성을 보고 이직 지원하게 됐다. 식품공학 쪽을 전공해 2014년부터 식물성 음료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라이스(쌀) 등을 활용한 식물성 음료를 활성화한다고 해서 그간 해왔던 방향과 맞겠다고 생각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우유 맛에 비슷한 식물성 대체유를 개발하기 위해 매일 맛보고 있다.”

식물성 대체유가 기존에 있던 우유에 비해 특장점이 있다면.
김가영 “지구에 해를 덜 가한다는 측면에서 동물 복지 차원의 장점을 꼽을 수 있겠다. 단순히 친환경 포장재만 쓰는 게 아니라 사람과 지구가 공생할 수 있도록 음료 하나를 섭취하는 데도 신경을 쓴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단순히 기호의 문제가 아니라 생사 문제에 있어서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예컨대 최근 코리안비건페어에 나갔을 때 아토피가 너무 심한 아이가 있었는데, 다른 코너에서 두유를 먹고 대두 알레르기가 발생해 모두 게워 냈다. 그러나 우리 제품은 편하게 먹고 이상 반응도 없어서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구매해 갔다.”

정승호 “실제로 우리 제품은 우유랑 유사한 영양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도 더 추가할 예정이다. 내가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데 우유 대신 우리 제품을 먹인다. 알레르기나 아토피가 있는 친구들은 우유 대신 두유를 대체해서 먹는 경우도 있는데 대두 알레르기나 유전자 변형 농작물(GMO) 같은 이슈도 있어서 식물성 대체유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성 대체유에 대한 인식이 아직 눈에 띄지 않는데.
윤재권 “맛을 중시하는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3가지가 부족해서다. 첫째, 맛이 동물성 음료를 대체하지 못한 것, 둘째 영양가를 챙기지 못한 것, 셋째 비건 음료가 더 비싸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단점을 상쇄하려고 노력했다. 

외국에서는 아몬드, 오트 등 식물성 대체유가 대체로 원물의 맛을 구현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우유 맛을 원하는 소비자가 많기에 최대한 우유 맛과 가까운 식물성 음료를 개발하려고 했다. 두 번째로는 영양가를 우유와 유사하게 했다. 최근 나온 비건 프로틴 음료는 단백질이 20g 이상이라 우유보다 더 들어있다. 마지막으로는 마진을 줄이되 일반 동물성 음료와 가격 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조정했다.” 

김가영 “식물성 대체 음료는 이미 해외시장에서 많이 성장했다. 우유 코너뿐만 아니라 코코넛유, 오트유 등 다양한 식물성 대체유가 병렬적으로 펼쳐져 있다. 작년 11월 영국, 독일 출장을 갔을 때 상온 멸균 제품뿐만 아니라 냉장고에 있는 냉장 제품도 많았다. 그만큼 소비 회전율이 높다는 거다. 식물성 대체유로 만든 요구르트와 치즈 등 우유 외 제품도 100종 넘게 맛봤다. 놀랐던 것은 알프로 바닐라요구르트였다. 요구르트를 두유 베이스로 만드는데 콩 냄새가 전혀 안 나고 생크림 요구르트 맛이었다.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가 크리미하고 부드러운 맛이라 놀랐다. 이처럼 다양하게 변화하는 식물성 대체 식품을 보면서 미래에 시장이 더 커지겠다고 느꼈다.”

최근 얼티브 프로틴 신제품 등이 나오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판매량은 얼마나 늘었나.
김가영 “가끔 우유를 마실 때 콜레스테롤이나 유지방에 대한 죄책감이 있었는데 운동할 때나 관리할 때 그런 게 없다 보니까 프로틴 제품이 나오게 된 것 같다. 프로틴 제품은 탄수화물도 0이고, 당도 0이고, 아르기닌과 단백질이 들어있어서 운동 후 먹기에 좋다. 6월 대비 7월 판매량이 4배 정도 늘었는데 프로틴 제품처럼 트렌디한 음료군이 나온 것도 한몫했다.”

윤재권 “GS25랑 CU 등 편의점과 할인점(8월 기준) 등에서 판매하는데 캐파(생산량)를 늘리려고 하고 있고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과 다른 채널에도 곧 더욱 확대할 것 같다. 올해 목표액은 80억원 정도인데 무난하게 도달할 것 같다.”

해외 진출 계획은 있나.
윤재권 “추후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는 하고 있다. 당장은 시장이 활성화된 유럽이나 미국에 관심이 있다. 멸균 제품의 유통기한을 늘려서 진출해 보고자 한다. 비건 인증을 중시하는 서양권에 맞게 이탈리아에서 승인하는 글로벌 비건 인증 ‘브이라벨’도 획득했다.”

정승호 “향후 식물성 대체 음료 성장성이 높은 개발도상국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식물성 음료 시장을 조사하고 선점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