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동에 누가 이사 오고 싶어 하는지 아세요? 가깝게는 구로에서부터 강서구를 거쳐 부천과 인천까지 범위가 매우 넓어요. 그만큼 서쪽 라인에서 생활환경과 학군, 주변 분위기가 이만한 곳이 없는 거죠.”(서울 양천구 목동 소재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9월 5일 오후, 목동신시가지아파트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이 확정된 6단지를 찾았다. 입구에는 ‘신속통합기획 확정’을 축하하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바로 옆쪽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5단지가 마주하고 있었다. 5단지는 저층(5층)으로만 구성됐다. 도로 한가운데에 서보니 자랄 대로 자라버린 가로수 잎사귀들이 아파트 꼭대기를 완전히 가려버려 고요한 느낌마저 들었다. 도시정비사업이 활발해지면서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진 풍경 중 하나다.
서울 양천구 목동 일대 재건축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인근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올 하반기 들어 매매가 부쩍 증가하고 호가도 뛰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6단지 매매 건수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매달 평균 3건에 불과했다. 그런데 7월에만 7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전용 95.03㎡는 2월 1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가 6월 19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전용 47㎡는 2월 11억2000만원에 거래된 뒤 8월 12억5000만원에 팔렸다. 이윽고 9월 4일에는 13억1000만원에 팔렸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2년 전 최고가가 15억원이었다는 점에서 하반기에 이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급지 이동을 하고 싶어 했던 실수요자들이 하락장 또는 보합세 시점을 이용해 대거 목동 진입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5단지는 대부분 중대형으로 구성돼 통상 6단지보다 단가가 좀 더 높다. 전용 115.47㎡는 5월 23억200만원에 거래됐지만 7월 25억3000만원에 팔렸다. 전용 95㎡는 올해 3월 18억2000만원에 팔리더니, 지난 7월에는 22억원에 거래됐다. A씨는 “큰 평수에는 부천이나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사업가나 의사 등 전문직 등이 상당수 거주한다”면서 “최근 외지에서 실거주 겸 투자용으로 매매하겠다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대장주로 통하는 9단지도 전용면적 100㎡가 지난 8월 18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직전 거래가(2022년 12월)가 15억6000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신탁방식에 신속통합기획까지’ 재건축 속도
목동신시가지 1~14단지는 1980년대 중반, 상계신시가지아파트와 함께 서울시 주도로 개발 사업이 진행됐다. 총 2만6000가구 규모로 저층과 중층이 혼합돼 있다. 국회대로를 중심으로 위쪽 1, 2, 3, 4, 5, 6단지가 선호 단지로 꼽힌다. 국회대로 아래쪽으로는 7단지와 8, 9, 10, 11, 12, 13, 14단지가 있다. 이 가운데 서울남부지방검찰청과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 위치한 9단지가 선호 단지로 꼽힌다.
지금까지 재건축이 진행된 현황을 보면, 총 14개 단지 가운데 4개 단지가 ‘신탁방식’을 채택했다. 신탁방식을 채택하면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증가하는 공사비를 감당할 여력이 커진다. 다만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크다는 점, 조합 사업이지만 주도권을 신탁사에 뺏길 수 있다는 점 등은 단점이다. 목동 14단지는 가장 먼저 KB부동산신탁과 예비 신탁사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9단지와 11단지는 한국자산신탁과 예비 신탁사 MOU를 맺었다. 10단지는 한국토지신탁과 손잡고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5단지와 13단지의 경우, 사업 방식을 두고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단지들도 재건축을 진행 중이다. 7, 8, 10, 12, 13, 14단지 등 6개 단지는 자문 방식을 통한 신속통합기획 추진을 준비하고 있다. 1~3단지는 종상향과 임대주택 비율을 두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8월7일, 양천구가 단지별로 이뤄진 주민설명회에서 목동 1, 2, 3단지 종상향을 위한 ‘목동그린웨이’ 조성을 제안하면서 협의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양천구는 임대주택 대신 국회대로 공원에서 안양천까지 연계된 보행 녹지를 만들고 이를 일반 주민에게 개방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14곳 중 12곳 통과’
재건축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6단지다. 신속통합기획안에 따르면 목동6단지는 10만2424㎡ 면적에 최고 50층 내외 고층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기존 1362가구는 재건축을 통해 약 2200~2300가구 대단지로 늘어날 전망이다. 바로 옆에 이대목동병원과 경인초교, 양정중·고등학교가 있고 뒤쪽으로는 안양천이 있어 ‘강변 뷰’를 노릴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마침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학생들로 6단지 상가 앞이 붐볐다. 6단지에 거주하는 주민 B씨는 “지하철역까지 멀어서 그 부분은 아쉽지만, 자차 이용 시 바로 앞 목동교를 이용하면 여의도까지 금방 갈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신속통합기획안은 안양천변으로 다양한 높이의 주동(건물)을 계획해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하고, 국회대로 연접부에는 50층 내외 주동을 배치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심상업지구에서 국회대로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형태의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목동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조명받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올해 초 ‘안전진단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부터다. 2018년 3월 5일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되면서 당시 30년이 갓 넘은 목동 신시가지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올 들어 구조안전성 점수 비중은 50%에서 30%로 낮아지고 주거 환경, 설비 노후도 점수 비중은 높아졌다. 그러자 목동 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12곳이 안전진단을 통과했다.
‘저층·저밀도 대단지’로 사업성 주목
정비 업계에서는 목동이 서울 도심 내 재건축을 통해 공급 효과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단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에서 찾기 힘든 ‘저층·저밀도 대단지’로, 지금 물량보다 최소 두 배 이상은 순증 효과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목동 지구단위계획안을 발표하며 목동 신시가지 일대를 총 5만3000여 가구로 개발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부천과 인천, 김포 등 경기 권역 실수요층까지 흡수할 경우, 이른바 수도권 서부 지역의 거주 ‘중심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5만여 가구라는 신도시급 하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매우 중차대한 지역”이라며 “목동 재건축이 완성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서쪽 권역 거주자들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여의도 중심업무지구의 배후지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재건축과 함께 목동 주변 도로 기반 시설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다. 목동신시가지아파트단지는 앞쪽으로 9호선 신목동역, 중앙으로는 5호선 오목교역과 목동역, 뒤쪽으로는 2호선 양천구청역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 단지가 상하로 길게 뻗어있고 목동로가 일방통행이라는 점에서 단지별로 접근성 차이가 있다. 또 외곽으로 나갈 수 있는 경인고속도로까지 접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박 교수는 “지하철 9호선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의도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었다. 목동 역시 주변에 지하철역이 많긴 하지만 연계성이 떨어져 아쉬움이 있다”면서 “도로 역시 외부에서 목동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아파트 재건축 시 내부 일방통행로를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