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8월 30일(이하 현지시각)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1%(이하 연간 성장률 환산치 기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상무부가 발표한 2.4%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졌지만, 지난 1분기(2.0%)에 이어 두 분기 연속 ‘2%대 성장’을 이어갔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9월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연착륙의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향후 12개월 동안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 전망치를 20%에서 15%로 낮췄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45엔 이상으로 절하되는 ‘슈퍼 엔저’를 만끽하고 있는 일본 경제도 2분기 GDP 성장률(전기비)이 1.2%로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일본의 2분기 성장률 또한 미국처럼 잠정치가 속보치(1.5%)에 비해 낮아졌지만, 두 분기 연속 1%대 성장을 이어갔다. 글로벌 IB들의 전망을 종합하면, 일본은 올해 1.4% 성장하며 한국 성장률(1.1%)을 25년 만에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본뿐만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등이 연초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 연말쯤에는 세계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 힘이 빠지고 있다. 부동산 금융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국과 독일, 한국 등 대(對)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나라 정도만 경기 둔화를 겪고 있다. 1년 사이 기준금리를 5%포인트 인상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 금리 인상 후폭풍으로 세계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빗겨나간 것이다. 엔저를 통한 일본 경제의 부활을 모색한 ‘아베노믹스’ 기획자인 저자는 경기 침체가 일어나지 않은 비결을 수요 측면에서 찾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 감소를 상쇄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현금을 지급해서 수요를 대폭 늘려놨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충격을 완충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서 촉발된 달러 강세로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한 나라들의 수출이 늘어난다는 점도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제시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올해 초만 해도 경기 침체가 곧 세계경제를 강타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2023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장기 침체 위험을 겪고 있는 주요 경제국은 중국뿐이다. 뉴욕과 런던 그리고 유럽 전역에서는 주식 시장이 오히려 급등하고 있고, 도쿄에서는 닛케이 지수가 6월에 3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국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경기 침체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비자와 투자자들의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과도하게 높아지거나 공공 지출을 지나치게 늘리게 되면, 이는 총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중앙은행 등 정책 입안자들이 과열된 경제를 식히기 위해 개입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비용을 높이면 경제가 불황에 빠질 수 있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고문, 전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고문, 전 일본 내각부 경제사회종합연구소장

경기 침체는 또한 공급 측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특정 부문이나 경제 전체가 호황일 때 공급 업체는 생산량을 늘린다. 그러나 수요가 감소하기 시작하면 공급이 남기 시작하여 성장을 방해하거나 심지어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요인 모두 현 경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미국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이 통화 긴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수요는 위축되지 않았고 공급도 남지 않는다. 최근의 경기 침체 예측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의 영향과 의의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 과거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미지 크게 보기

‘그림 1’은 팬데믹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간단하게 보여준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총공급(SS)과 총수요(DD)의 교차점(P)이 균형가격(AP)과 거래량(OA)을 결정하며, 여기서 거래량은 총산출량으로 볼 수 있다. 수요 인플레이션은 수요곡선의 우측 이동에 의해 촉발되고, 공급 인플레이션은 공급곡선의 우측 이동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총공급곡선과 총수요곡선의 움직임은 팬데믹의 핵심 특징, 즉 수요와 공급 용의가 모두 높았지만, 안전성이 떨어졌던 상황적 요인을 반영하지 못했다. 즉, 사람들은 외식을 하고자 했고 식당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팬데믹이라는 제한으로 인해 평소와 같은 수준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없었던 것이다. 여행 산업부터 사업 파트너나 서비스 업체와 대면 회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다른 활동과 산업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팬데믹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한 것이 아니라 구매자와 판매자가 마스크 착용 및 식탁 거리 두기 등을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만 거래가 가능해지는 일종의 ‘단절’을 초래했다. 그림 1에서 곡선 사이의 수직 거리로 표현된 이러한 단절은 실제 생산량이 더 이상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의 교차점으로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장벽의 크기를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장벽이 높을수록 총수요곡선과 총공급곡선 사이의 거리가 커지고 생산량 감소 폭도 커진다.

생산량 감소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대응으로 이어졌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 후임자인 조 바이든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수요 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켰다. 무역 장애물은 여전히 존재했지만, 조정된 수요곡선(D*D*) 덕분에 더 이상 생산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현저히 낮게 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일명 바이드노믹스 덕분에 미국의 생산량은 거의 원래의 균형점으로 돌아갔다.

팬데믹 제한 조치가 해제되면서 무역 장애물로 인한 ‘쐐기’가 제거되었다. 그러나 수요 곡선은 조정된(D*D*) 위치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따라서 공급과 수요곡선은 더 높은 균형점(Q)에서 교차하여 더 많은 생산량과 더불어 결정적으로 더 높은 가격 수준으로 이어졌다. 연준의 긴축은 수요곡선을 원래 위치(DD)에 가깝게 밀어냄으로써 이러한 효과를 상쇄하고자 했다. 

연준의 통화 긴축이 성장 둔화 또는 경기 침체의 위험도를 높이는 요인인 것은 맞지만, ② 미국의 최근 경제 지표(특히 고용 지표의 호조)는 연착륙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수요 부양 정책과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개입은 모두 적절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 다른 국가의 수출을 촉진한다. 이것은 많은 사람이 예상했던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작아진다는 뜻이다. 

ⓒ프로젝트신디케이트

Tip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모든 경제 활동이 중단되자 트럼프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총 3조달러(약 4000조원)가량의 경기 부양을 실시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안에는 1인당 600~1200달러의 현금을 지급하고, 실업수당도 주당 600달러로 대폭 늘렸다.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바이든 정부도 현금 보조 정책 바통을 이어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3월 서명한 1조900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안에는 미국 가정 90%에 현금 1400달러를 지급하고, 주 300달러를 지급하는 연방 실업수당 지원을 연장하며, 자녀 1인당 세액 공제를 최대 3600달러까지 확대하도록 설계됐다. 연간 소득 10만달러인 중산층 4인 가족의 경우 5600달러를 받을 수 있었다. 미국 정부의 이런 현금 지급 정책으로 가계 저축이 많이 늘어났고,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충격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연준의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는 배경으로는 역사적으로 낮은 실업률 등 고용 경기의 훈풍이 지목된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과 비교해 18만7000개 늘어나 전문가 전망치(17만 개)를 웃돌았다. 실업률은 지난해 2월 이후 가장 높은 3.8%로 올랐지만, 경제활동 참가율은 62.8%로 전월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로이터통신은 “레스토랑과 술집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구인난은 여전히 심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는 것은 경제에 플러스 요인”이라고 말했다.